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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엎질러진 ‘물’ vs 美, 엎질러진 ‘milk’

Food and eating culture Metaphor⑦kimchi, omelette, milk, broth 

기사입력2019-08-20 13:52
이창봉 객원 기자 (cblee@catholic.ac.kr) 다른기사보기
이창봉 교수(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이번 글에서는 한국의 김치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국어와 미국영어에서 잘 쓰는 음식 관련 숙어와 속담 표현을 비교 분석한다. 한국적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대표적인 음식을 꼽으라면 누구나 김치를 떠올린다. 김치는 한국 사람들이 밥과 함께 먹는 가장 중요한 반찬이면서 다양한 종류의 한국음식 재료로 쓰인다. 김치의 종류도 무척 많다. 배추김치, 깍두기, 열무김치, 파김치, 물김치, 동치미 등. 한국사람 대부분은 하루도 김치를 먹지 않는 날이 없다. 그토록 익숙한 먹거리이므로, 한국어에는 유독 김치가 들어간 은유와 그것이 확대된 숙어표현이 발달됐다.  

대표적인 예로 “파김치가 됐다”는 말이 있다. 너무 힘든 일을 하고 난 후, 정말 피곤하고 지친 상태를 한국 사람들은 파김치에 은유해 표현한다. 미국영어에서는 같은 뜻을 흔히 과거분사형 형용사 ‘exhausted’를 써 “I got exhausted”라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은 또 “김칫국부터 마신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칫국부터 먼저 마신다”라는 속담을 줄인 표현이다.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기대만 하는 경우를 묘사하기 위해 널리 사용한다. 이 속담은 한국 음식문화에서 인절미 등 떡을 먹을 때, 김칫국을 함께 먹던 관행에서 유래됐다. 미국영어에는 같은 맥락의 속담으로 “Don't count your chickens before they hatch”라는 말이 있다. 결과가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기대를 하거나, 섣부른 계획을 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할 때 잘 쓴다. 예를 들면 job interview를 잘해, 거의 취직을 한 것처럼 들떠 축하모임을 갖자는 친구를 진정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You will get the job, but don't count your chickens before they hatch. Wait until you get the formal letter before you throw a party.

미국 사람들이 아침으로 즐겨먹는 음식 중 하나가 오믈렛(omelette)이다. 잘게 썬 각종 야채를 햄과 치즈 등과 함께 볶은 후 계란부침을 덮어서 만든 음식이다. 오믈렛(omelette)을 요리하는 경험에서 나온 표현으로, 미국 사람들은 “You cannot make an omelette without breaking eggs~!”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이 표현은 “it is impossible to achieve something important without there being some bad effects or sacrifice(어떤 중요한 일을 하는데, 다소 나쁜 일을 감수하거나 희생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그 일을 성취할 수 없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임금을 삭감하지 않으면 부도가 염려되는 상황에서, 사장은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If I don't cut people's salaries, the company will go bankrupt soon. It's a painful decision, but you can't make an omelette without breaking eggs.

한국어에도 비슷한 맥락의 표현인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라는 말이 있다. 다소 방해가 되는 일이 있더라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어 속담 중 “There's no use crying over spilt milk” 혹은 줄여서 “No use crying over spilt milk”라는 표현이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맥락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한국 속담에서는 ‘우유’가 아닌 ‘물’을 사용해, “이미 엎지른 물이다”고 표현한다는 점이다.<사진=이미지투데이>
영문법 공부를 시작했을 때 접하는 흔한 영어 속담 중 “There's no use crying over spilt milk” 혹은 줄여서 “No use crying over spilt milk”라는 표현이 있다. 말 그대로 엎질러진 우유를 두고 울어 봐도 소용없다는 의미로, 이미 벌어진 나쁜 결과를 두고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거의 다 이긴 경기를 결정적인 순간에 바보같은 실수로 졌다며 자책하고 실의에 빠진 동료들에게,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이기면 된다는 격려의 말을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This loss is tough to swallow, but there's no use crying over spilt milk. Let's move on and do our best to win the next game.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맥락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한국 속담에서는 ‘우유’가 아닌 ‘물’을 사용해, “이미 엎지른 물이다”고 표현한다는 점이다. 어디에서 이 차이가 생긴 것일까? 이 연재물에서 여러 번 강조했듯, 언어는 문화를 비추는 거울이자 역사를 담은 그릇이다. 이 글에서 살펴보는 음식 관련 표현들을 비교해 보면, 한국과 미국의 문화와 역사의 차이를 볼 수 있다. 미국 사람들은 젖소를 키우면서 우유를 생산하는 문화에 익숙해, 젓을 다 짜 가득 찬 우유 통이 엎질러졌을 때의 실망감에 은유해 위와 같은 표현을 만들어 사용했을 것이다. 반면 한국 사람들은 식용수를 물지게로 직접 날라 먹던 열악한 시절, 소중한 물을 엎질렀을 때의 좌절에 은유해 위의 표현을 사용했다.  

밥과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의 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국물이 동반된 국과 찌개다. 밥을 먹을 때 국물을 같이 먹는 습관과 전통 때문에, 한국어에서는 “국물도 없다”는 속어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밥은커녕 국물도 기대하지 말라는 뜻으로,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널리 쓰인다. 재미있는 사실은 밥과 국의 밀접성을 모르는 외국인에게 “There's no soup~!”라고 말하면서, 아무리 야박한 표정을 내비쳐도 본래의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어에서 같은 뜻을 전하기 위해서는 속어 표현인 ‘Fat Chance~!’라고 말하는 게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동료 중 지독한 구두쇠가 있는데, 그가 돈을 빌려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말을 다음과 같이 할 수 있다.

You think he'll lend you the money? Fat chance!

미국 사람들도 국과 비슷한 ‘soup’이나 ‘broth’를 끓여 먹는다. 미국영어에서 ‘broth’가 들어간 속담으로 ‘Too many cooks spoil the broth’라는 표현이 있다. ‘chicken broth’처럼 닭고기 육수를 잘 만들려면 한 사람이 온도를 조절하면서 집중해서 잘 만들어야 하는데, 여러 사람이 하다 보니 원하는 맛을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생긴 표현인 듯하다. 예를 들어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실제적인 일은 안하고 지휘만 하려해, 일이 진척되지 않을 때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There are too many bosses in our team. We are going nowhere in this project. Too many cooks are spoiling the broth.

한국어에서 같은 맥락의 뜻을 음식이 아닌, 배를 탔을 때의 상황에 견주어 “사공이 많으면 배가 거꾸로 간다”고 표현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언어문화의 보편성과 다양성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한국사람과 미국사람 모두 느끼는 정서나 상황 묘사는 보편적으로 같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은유나 숙어 표현 등은 양국의 다른 생활문화와 역사전통이 반영돼 다양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언어 표현의 다양한 차이 때문에 다른 언어를 배우고 익힐 때, 자기 언어로 직역하기보다는 그 언어문화와 역사의 본령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그 언어 고유의 표현 그 자체를 이해하고 익히는 것이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언어문화의 다양성 학습과 연구를 통해 남의 언어·문화·역사를 이해하고, 자기의 그것과 비교를 통해 한 차원 높은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가톨릭대학교 영어영문학부 이창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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