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공평원칙…금융소득에는 왜, 적용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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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조세공평원칙…금융소득에는 왜, 적용안하나 동학개미를 참칭하는 이들의 탐욕…질타해야지, 무릎 꿇어서야

기사입력2020-11-05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가 더불어민주당 압력에 굴복, 주식양도세 부과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10억원, 현재 조건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근로소득과 자본소득 간 조세불균형을 일부나마 바로잡기 위해 개정된, 2017년 소득세법 시행령이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더라도 주식투자로 번 소득에는 과세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땀 흘려 번 근로소득에는 최대 45% 세율을 부과하는 정부가, 불로소득이나 다름없는 주식양도 차익에는 0.25% 증권거래세만 부담시켰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공평원칙을 주식투자에 따른 자본소득에는 적용하지 않았다.

다만 2017년 소득세법 시행령은 주식양도세가 제로(0)인 불합리한 조세행정을 개선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투자자에게만 주식양도세를 부담하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한 종목 주식(코스피) 보유액 3억원·지분율 1% 이상 대주주가 주식을 팔면, 양도차익의 22∼33%를 양도세(지방세 포함)로 내야한다.

2018년 15억원·2020년 10억원이었던 대주주 요건을 내년에는 3억원까지 낮춰, 조세형평을 도모하겠다는 조세개혁안이 좌초 위기를 맞았다. 결국 내년에도 한 기업 주식을 10억원 미만 보유한 개미(?)투자자의 투자수익에는 한푼의 양도세도 부과하지 않는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10월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주주 양도소득세 3억원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뉴시스>

특정 회사 주식 한 종목에만 3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을 투자했다면, 그는 더 이상 개미가 될 수 없다. 개미로 위장한 것도 모자라 ‘동학’까지 참칭한 개인투자자의 탐욕을 질타하는 대신, 정부가 이들의 반발에 무릎을 꿇었다. 2019년 말기준 500여만명 개인투자자 중 3억원 이상 10억원 미만 투자자는 8만여명. 이들의 민원 때문에 금융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정부가 만든 최소한의 발판마저 스스로 걷어찼다.

동학개미를 사칭한 투기꾼 집단의 욕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들은 대주주 범위 확대를 저지함으로써 주식양도세 부과대상에서 빠져나갔다. 이젠 2023년 시행 예정인 금융소득 전면과세 방침을 무력화시키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로 구성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인터넷카페에는 “2023년 도입 주식양도세 폐지에 주력합시다”라는 취지의 글이 늘었다. 정부가 대주주 요건을 현행대로 한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이같은 주장을 하는 글이 부쩍 많아졌다.

물론 한국주식투자연합회가 개인주식투자자 전체를 대표하는 단체는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 6개월 연장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 단체의 목소리가 컸다. 아울러 주식양도세 부과대상인 대주주 요건 확대가 무산되는 과정에서도, 이들의 언론노출 빈도 또한 많았다.

이제 한국주식투자연합회 회원 중 일부는 주식·펀드·채권 등 금융투자상품 소득총액이 5000만원을 넘어도 세금을 면제해달라고 요구한다. 이들은 당초 2000만원이었던 금융소득 비과세기준을 5000만원으로 증액해준 정부의 배려는 안중에도 없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정부는 한 종목 주식보유액이 10억원 미만이란 이유로 주식양도세를 면제해줬다. 2023년 시행 예정인 금융소득 비과세 기준 5000만원, 이나마 고수할 있는 의지가 정부·여당에게 있는지 의문이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