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배달’하는 은행, ‘보험’ 파는 테슬라…빅블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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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꽃 배달’하는 은행, ‘보험’ 파는 테슬라…빅블러 시대 자동차 산업에서 빅블러 활발…IoT, 빅데이터, AI 등과 융합

기사입력2022-02-07 10:09

정기영 기자 (sksmsskl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빅블러(Big Blur)는 ‘Big’과 ‘Blur(흐릿하다)’의 합성어로, 산업 경계가 흐릿해지거나 산업간 융합이 일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유통기업, 제조기업, 서비스기업 등의 범주로 기업을 단순 분류하는 게 더 이상 불가능한 시대가 ‘빅블러 시대’다.

이런 ‘빅블러 시대’라는 용어가 생소할 수 있지만, 빅블러의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은행업계를 보면, KB국민은행은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을 출시했고, 신한은행은 배달 애플리케이션 ‘땡겨요’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NH농협은행은 꽃 배달 결제서비스인 ‘올원플라워’를 출시했다.

◇구글·테슬라…자동차 업계 빅블러=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빅블러 현상이 두드러진다.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자율주행차, 공유차, 커넥티드카 등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구조에서 탈피해 IoT, 빅데이터, AI 등과 활발하게 융합되고 있다. 자동차 회사가 ICT에 뛰어들고, ICT 기업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빅블러 가속화의 파급 효과: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에서, 빅블러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주목했다. “최근 ICT 기업들이 자동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기술과 ICT간 경계가 사라지면서 전기차, 자율주행차, 공유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로 지칭되는 혁신적인 변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수요자 중심, 서비스 중심, 다양성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커넥티드카 역시 사물인터넷(IoT)·클라우드·네트워크 기술과 차량 정보 빅데이터의 융합을 통해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구글이 2009년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16년 무인자동차 개발 자회사인 웨이모(Waymo)를 설립하고 자율주행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 자율주행차 경쟁은 자동차 업체간, ICT 업체간 또는 자동차와 ICT 업체간 경쟁으로 확산됐고, 이와 동시에 시장 선점을 위해 기업간 협력도 활발해졌다. 공유차 서비스와 커넥티드카 시장의 경우에도 자동차 업계와 ICT 업계간 합종연횡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IoT, 빅데이터, AI 등과 활발하게 융합되면서 빅블러 현상이 두드러진다. 자동차 회사가 ICT에 뛰어들고, ICT 기업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빅블러 시대는 ‘디지털 전환’과 연결돼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테슬라의 행보에 주목하면서, 빅블러의 사례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연결(Product Service System)해 판매하는 ‘제조업의 서비스화’를 언급했다. 주행·센서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한데 이어, 고객에게 자체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테슬라는 AI 기술로 차량의 실주행 데이터를 분석, 개별 운전자의 사고 위험을 계산해서 보험료를 책정한다. 운전습관이 위험해지면 실시간으로 보험료가 올라가는 식이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2020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테슬라 보험 사업이 자동차 사업의 30~40%의 가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는 미국시장에서 ‘로보택시(robotaxi)’ 서비스와 이와 관련한 보험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 기계, 가전, 바이오의약, 보험·금융 등 주요 산업에서 총 27개 해외기업의 디지털 전환 추진사례를 분석하고, 디지털 전환의 내용과 범위에 따라 ▲제품·서비스 혁신 ▲프로세스 혁신 ▲마케팅 혁신으로 분류했다. “최근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 관련 지원정책 및 법·제도 정비가 발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산업도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책지원 및 제도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현실 vs 가상현실…구분이 되나요?=빅블러 현상은 현실세계와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가상세계의 구분이 희미해지는 현상에도 적용되며, 이를 확장하면 인간과 가상인간에도 적용된다. 메타버스는 웹상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사회·경제·문화적 활동을 하는 따위처럼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일례로 전세계 1위 가상 인플루언서 브라질 가상 여성 루 두 마갈루(Lu do Magalu)는 지난 2009년 8월부터 유튜브에서 활동을 시작한 가상 인플루언서 ‘1세대’로 인스타그램에서 567만명에 달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루 두 마갈루를 통해 광고·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마갈루 기업은 2019년 매출 5억5200만 달러(약 6500억원)을 기록했다고 한다.

빅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Metaverse) 시장에 뛰어들며,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메타버스와 관련된 VR 헤드셋, AR 안경 등 하드웨어 시장도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IDC는 올해 증강(AR) 및 가상(VR)현실 세계 장비 규모가 지난해보다 50% 이상 많은 900만대 정도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2025년에는 2870만대로 올해보다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빅블러 시대’의 공동저자인 이상엽 ㈜CEOum 대표는 “지불수단도 다양해지면서 그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기존 화폐는 금, 달러 등 현금화가 좋은 자산들인데 가상화폐(코인, NFT)가 메타버스 가상공간에서 게임과 예술과 만나 자산으로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기준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3조 달러(약 3570조원)를 돌파했고, NFT 거래액은 전년대비 183배 성장하고 총 20조원이 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기이코노미 정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