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와 루머 조장하는 사이버렉카 해결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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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혐오와 루머 조장하는 사이버렉카 해결방법은 악플보다 진화한 악성 콘텐츠…‘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시급하다

기사입력2022-02-21 16:55

이달초 프로 배구선수 김인혁 씨와 인터넷방송 스트리머 잼미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악성 루머로 괴롭힘을 당했으며,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왔다. 안타까운 죽음이 잇따르자, 악성 루머를 생산해내는 ‘사이버렉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이버렉카는 이슈가 생길 때 자극적인 루머를 짜깁기한 콘텐츠로 조회수를 올리는 유튜버를 의미한다. 교통사고 현장에 나타나는 렉카(견인차량)를 빗대어 나온 말이다. 이들은 특정 이슈가 생길 때마다 무분별한 의혹을 제기하며 발빠르게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그들이 만드는 영상 속 내용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거나, 사실과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어나지만, 사이버렉카는 타인의 입장과 도덕, 윤리 등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악플보다 더 진화한 ‘악성 콘텐츠’=사이버렉카가 악성 루머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디지털 콘텐츠가 돈으로 환산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가 중요한 미디어로 떠오를 만큼 텍스트와 이미지보다 영상 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다.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영상 콘텐츠가 돈으로 환산되려면 ‘조회수’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사이버렉카의 목적은 오직 돈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조회수를 높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은 자극적인 썸네일 이미지, 대상을 향한 공격, 무분별한 루머 등으로 다른 영상보다 더 돋보이는 콘텐츠를 만든다.

여기서 유튜브 알고리즘의 맹점이 있다. 유튜브에서 돈으로 환산되는 콘텐츠의 조건은 콘텐츠의 건전성과 진실성이 아닌 ‘조회수’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영상의 내용이나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하지 않는다. 유튜브 사용자들은 알고리즘에 따라 사이버렉카가 만든 영상을 추천받을 수 있으며, 자극적인 썸네일을 보고는 무심코 영상을 클릭할 수 있다. 사이버렉카들은 잘못된 루머를 진짜인 양 가공해서 유포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용자들은 영상의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일 우려가 있다.

물론 기존에도 인터넷 뉴스에 달린 악성 댓글이 사회적 문제가 됐다. 문제는 사이버렉카가 만드는 영상 콘텐츠는 댓글보다 한층 더 진화한 형태다. 댓글은 인터넷 뉴스 하단에 부수적으로 달리는 것이지만, 사이버렉카가 만드는 루머 영상은 다른 콘텐츠에 딸린 형태가 아니라 독자적인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생성된 영상 하단에 또 다른 악성 댓글들이 달리면서 혐오의 강도가 더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사이버렉카가 만든 영상을 본 다른 사이버렉카들이 같은 소재로 또 다른 영상을 만들거나, 언론사들이 사이버렉카의 콘텐츠를 주제로 기사를 발행해 피해를 키우는 경우도 많다. 사이버렉카가 만든 콘텐츠는 잘못된 정보를 확대 생산하고, 무분별하게 확산된 내용은 사실을 규명하거나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다.

사이버렉카는 특정 이슈가 생길 때마다 무분별한 의혹을 제기하며 발빠르게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그들이 만드는 영상 속 내용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거나, 사실과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사이버렉카가 저격하는 대상은 유명인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기존에는 연예인과 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주요 타깃이 됐지만, 최근에는 저격 대상이 날로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A씨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A씨의 친구가 피의자라는 루머 콘텐츠가 확산됐다. 최근에는 장애인단체의 지하철 이동권 투쟁이 이슈가 되자, 이들을 돕는 시민단체 활동가가 사이버렉카에게 저격을 당하기도 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필요하다=사이버렉카가 악성 콘텐츠를 만드는 행위를 근절할 수는 없을까?

만약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과 시청하는 사람 모두에게 올바른 미디어 교육이 선행된다면, 유튜브 사용자들이 영상을 클릭하지 않거나, 영상이 의도하는 바를 비판적으로 판단해 루머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교육이 실질적인 피해 감소로 이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디지털 콘텐츠가 자리잡은 미래사회에서 장기적·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콘텐츠의 맥락과 숨은 의도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미디어가 제공하는 내용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미디어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 사용자가 미디어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주체로 거듭나도록 돕는 교육은 필수적이다. 핀란드, 캐나다, 미국 등은 이미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육할 방침이다. 기존의 ‘언어와 매체’ 과목에서 ‘매체’ 영역을 분리한 후 융합선택 과목으로 ‘매체와 의사소통’을 개설할 예정이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아성에 비하면 많이 늦었고 필수과목이 아니라는 점에서 부족하지만, 이러한 시도를 바탕으로 미디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점차 확산되길 바란다.

교육적인 조치 뿐만 아니라 법적인 조치도 마련돼야 한다. 지난 7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사이버렉카와 같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 폭력 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폭력 방지법은 문제가 되는 콘텐츠를 신속하게 삭제하지 않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법이다. 영국과 호주에서도 이와 유사한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디어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사이버렉카와 혐오콘텐츠를 감시 및 신고하고, 실질적인 처벌 및 삭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면, 문제 해결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