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출산하고 복직까지 ‘원더이어’ 소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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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여성 출산하고 복직까지 ‘원더이어’ 소비 주목 유통가 큰 손으로 등극…깐깐하지만, 한 번 구매하면 충성도 높아

기사입력2022-03-18 00:00

명품가방을 사기 위해 몇 개월치 월급을 모으고, 휴가철이면 시간 맞추기 어려운 친구들과의 여행을 포기하고 과감하게 혼자 해외로 떠났던 밀레니얼 세대들이 어느덧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맘’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엄마가 됐다고 해서 자신들의 소비 욕구를 참지 않는다. ‘○○ 몇 개면 아이 장난감을 더 살 수 있는데…’라는 생각은 고리타분한 옛날 얘기다. ‘엄마’라는 정체성이 이들의 자아에 더해져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에 집중할 수 있는 소비 폭발기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새로운 기준 ‘출산 후 2년’=출산을 경험한 여성들은 여러 가지 생각에 접어든다. 아이는 잘 키울 수 있는지, 아이를 낳고도 예전처럼 복직해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 엄마로서의 자신과 직장인으로서의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는지 등 끊임없는 고민에 빠진다.

이러한 고민은 그들을 출산과 동시에 ‘프로 n잡러’로 대변신 시킨다. 엄마로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모두 완벽 하고픈 마음의 발현이 여러 정체성으로 나타나 그들을 ‘슈퍼맘’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복직까지 이어지는 2년의 휴식기에 질적·양적으로 소비의 팽창기를 겪는다.

익히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이러한 현상을 약 10년 전에 먼저 겪었다. 당시 소비시장에 새로운 계층으로 떠오른 ‘아라포’에 집중했다. 아라포는 ‘40세 전후’의 일본식 줄임말에서 가져온 단어인데, 당시 일본의 소비시장이 전체적으로 얼어붙었음에도 불구하고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여성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은 예외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에 이들 세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라포 세대는 일본의 버블 경제를 경험한 마지막 세대로, 젊은 시절 화려한 소비문화를 체험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고급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고, 소득이 높으며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컸던 세대다. 따라서 이들은 결혼 후 자녀양육을 하는 시기에도 직장생활과 병행하며 자신에 대한 소비를 줄이지 않았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Wonder Year(원더이어)’와 비교해 볼 수 있다. 최근 대홍기획은 출산 후 육아휴직을 거쳐 복직까지 약 2년의 시간을 보내는 여성의 소비력을 분석한 리포트 ‘Wonder Year’를 내놨다. 대홍기획이 정의한 원더이어란, 신생아가 태어난 후 20개월 동안 10번 겪는다는 신체적·정신적 급성장기인 ‘Wonder Weeks’에 착안해, 여성이 아이를 출산하고 복직하기까지 영향력 있는 소비자로서 도약하는 2년간의 급성장기라 명명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여성이 출산 후 2년간 소비한 금액이 임신·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월 소비액이 2배 더 높았다. 대홍기획이 27~39세 여성 직장인 중 2년 내에 첫째 아이를 출산한 후 복직한 여성 100명(원더이어)과 임신·출산 경험이 없는 기·비혼 여성 100명(제너럴이어)을 대상으로 온라인 정량조사를 진행한 결과, 2년 전 대비 현재 월 소비액 증가율이 원더이어가 제너럴이어보다 2배 더 많았다. 그 중 원더이어의 30.9%는 월 소비액이 100만원 이상으로 증가했지만, 제너럴이어는 12.9%에 불과했다. 또 월 50만~100만원으로 소비가 증가한 원더이어 비율은 51.9%였지만, 제너럴이어는 33.3%에 그쳤다. 월 150~300만원 이상으로 증가한 원더이어의 비율도 11%에 달했다.

여성이 출산 후 복직을 하기까지 2년간 소비한 금액이 임신·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월 소비액이 2배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퀄리티에 집중…‘나’를 위한 투자=원더이어는 자신을 위해, 아이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대변하듯 최근 몇 년 동안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육아용품 시장은 4조원대로 역대 최고를 갱신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내외 여행, 문화생활 등에 지출하는 금액은 출산을 하지 않은 제너럴이어 대비 각각 2.3배, 2.8배 높았다.

이처럼 소비에 개방적이고 거침없는 원더이어지만, 이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출산 전보다 훨씬 꼼꼼하고 깐깐하게 구매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충동적으로 구매하기보다는 하나를 사더라도 더 많은 정보를 탐색하고, 세세하게 비교한 후 상품을 구매하는 신중함을 보인다. 특히 SNS, 맘 카페 등과 같은 커뮤니티, 지인 등의 추천을 통해 제품을 비교·분석하는 경향이 깊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가격과 디자인보다 상품과 서비스의 퀄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리포트에 따르면, 원더이어는 제품 구매 시 제너럴이어보다 상품의 원료와 성분을 따지는 비율이 약 41% 더 높았고, 친환경·유기농 여부를 체크하는 비율도 58% 더 많았다.

이들의 출산 후 소비패턴을 살펴보면 쇼핑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데, 출산 후 8~10개월까지는 아기를 위한 쇼핑에 더 많이 편중되지만, 출산 후 11개월 이상부터 서서히 쇼핑의 주인이 자신으로 향하기 시작하고, 14개월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신을 위한 소비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복직이 가까워지면서 좀 더 자신을 위한 구매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소비의 폭이 출산 전보다 더 넓어지고, 다채로워진다는 점이다.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의류, 잡화, 뷰티용품부터 자기계발을 위한 학원, 도서, 문화생활 등에 과감한 돈을 쓰기 시작하는 시기도 이때다. 또 아이를 돌봐줄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거나 자동차나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일생 최대 소비가 이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원더이어의 쇼핑패턴과 제너럴이어의 쇼핑패턴을 비교해 봐도 이 같은 쇼핑형태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출산 경험이 없거나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의 소비가 ‘집콕’ 관련 소비에 편중되는 경향을 보인다면, 원더이어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쇼핑활동을 즐기는 경향이 크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과거 여성처럼 아이를 위해 직장을 포기하거나, 육아와 일 모두 완벽히 해내는 워킹맘을 거부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이와 자신의 삶의 균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력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트렌드와 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자기계발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기업에는 이처럼 폭넓은 소비를 하는 원더이어가 중요한 소비 타깃이 될 수 있다. 이들이 원하는 바를 재빨리 간파해 공략해야 한다. 따라서 이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한데, 일례로 구독서비스를 들 수 있다. 문 앞에 빨래를 놔두면 다음날 퇴근할 때 빨래를 완료해 배달해 주는 서비스, 사람의 건강상태에 따라 영양제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또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하고, 자기계발에 적극적인 밀레니얼 세대인 점을 감안한 자기계발 콘텐츠, 온라인 금융 플랫폼, 여행이나 숙박 플랫폼 등도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다 할 수 있다.

원더이어에게 엄마가 된다는 것은 자아를 잃는 것이 아닌, 새로운 자아를 찾는 과정이기 때문에 기업이 이들을 ‘똑똑한 엄마’로서만 접근하면 외면받기 쉽다.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성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