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100조 우려에 “규모 예단 곤란”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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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재정적자 100조 우려에 “규모 예단 곤란” 타령 세수감소·재정위축이 경기 발목잡을 우려는 눈감고 외면하나

기사입력2023-09-16 00:00

거듭되는 세수감소에 재정적자가 100조원에 달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세수감소와 재정위축이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규모를 예단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입장에 그치고 있다. 경기위축도 재무상황도 심각하지 않다고 보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기재부가 14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9월호에 따르면, 7월말 기준으로 통합재정수지는 37.9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사회보장성기금수지 30조원 흑자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67.9조원 적자다. 7월말 중앙정부 채무는 1097.8조원으로 한달만에 14.5조원 증가했다.

이에 복수의 언론이 올해 중앙정부 채무 1000조원과 재정적자 100조원을 기록할 수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기재부는 같은 날 “관리재정수지는 연말까지 세입·세출 여건, 세수부족 대응에 따른 가변성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연말 재정적자 규모가 100조원에 안팎으로 늘어난다고 전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또 “중앙정부 채무도 국채상환 계획 및 국채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연말 중앙정부 채무 규모가 11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재정적자와 정부채무의 규모를 예단할 수 없다는 기재부의 설명은 옳겠으나, 상세한 설명없이 “곤란하다”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우려가 해소될 수 없다.

또, 최근 재정문제의 가장 큰 이슈가 세수감소와 그에 따른 재정지출 위축우려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재부의 해명은 핵심을 빗겨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올해 들어 7월말까지 누계 총지출은 코로나 사업 축소 등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1조원이나 줄어들었음에도, 누계 총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7조원 감소했다. “국세·세외수입이 감소”한 탓이라고 기재부가 스스로 설명한 바 있다.

세수감소와 재정지출 축소는 가뜩이나 부진한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해야 할 사안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공개한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자리에서 한 위원은 지난해 두 차례의 추경으로 예산이 당초 본예산보다 약 70조원 증가했는데 올해에 추경이 없다고 본다면 이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는 데다 세수부족과 재정지출 진도율 하락도 영향을 미치면서 올해 상반기 중 재정의 성장기여도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악화된 재정 여건이 연간으로 분산돼 정부 지출로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에 세수부족 등의 영향이 집중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은 관련 부서에서 이러한 점을 감안해 하반기 재정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은 올해 세수결손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반기 중 반도체 등 주요 IT 기업의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 예납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면서 세수부족 규모가 예상치보다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양한 여건을 고려해 세수부족 규모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볼 것을 관련 부서에 당부했다.

이처럼 세수감소와 재정지출 위축이 경기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니, 기재부는 마땅히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 시급히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가뜩이나 경기가 부진해 성장률이 위태롭고 청년 취업자수와 가계실질소득이 감소하는 시기다. 시기가 이런데 경제위기를 이겨내는데 필요한 의지나 리더십을 보여야 할 기재부가, 위기를 예상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경기에 대한 걱정만 커질 따름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