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성장이 기업 목적이던 시대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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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이윤·성장이 기업 목적이던 시대 저물고 있다 소비자는 기업의 존재 이유를 묻고, 올바른 가치관을 요구한다

기사입력2023-10-16 11:0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 영국 국적의 생활용품 다국적기업 유니레버는 ‘목적은 개인에서 시작한다’는 관점에서 구성원을 대상으로 ‘목적 찾기’ 워크숍을 진행한다. 워크숍에 참가한 직원들은 ‘나는 누구인가?’, ‘내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 등 자신에 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삶의 목적을 정의한다. 나아가 자기 목적과 회사 목적 간 연계점을 검토한 뒤, 회사와 자신이 함께 성장할 방안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실천계획을 수립한다. 2021년까지 유니레버 전체 구성원의 40%에 해당하는 6만여 명이 목적 찾기 워크숍에 참가했는데, 참가 직원은 미참가 직원보다 직무 만족도나 내적 동기부여 수준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이직률이 경쟁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채용에 투입되는 비용도 90% 감소했다.

#2. 미국의 친환경 패션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인재를 채용하는 시점부터 환경문제 개선이라는 회사 목적에 공감하고,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스펙에 의존하기 쉬운 대외 채용공고가 아닌 친구, 동료, 동업자로 이뤄진 비공식 네트워크를 통해 환경보호에 진심인 인재를 찾아 채용한다. 채용 후에는 직무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한다. 또한 회사 목적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 및 참여를 강화하기 위해 구성원의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3. 덴마크의 블록 장난감 회사 레고는 ‘회사 목적이 회사에 적합한 사람을 끌어들인다’는 관점에서 예비구성원에게 회사 목적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채용 면접 시에는 ‘레고의 목적과 자신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관한 논의를 반드시 포함하는 등 회사 목적에 함께 할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개인 목적과 회사 목적 간 연계점을 성찰하는 목적 워크숍을 운영하며, 1년에 하루를 ‘Play Day’로 지정해 구성원들이 다같이 어울려 노는 시간을 갖는다. 레고는 이런 다양한 목적 연계 노력의 결과가 구성원 업무 몰입 수준으로 나타난다고 보고, 직원 업무 몰입도를 주기적으로 측정해 그 결과를 임원 성과급 산정에 반영한다.

‘지속 가능한 삶의 일상화’로 회사 목적을 업그레이드한 유니레버, 창업 시점부터 ‘우리별 지구를 지킨다’를 사업의 이유로 삼은 파타고니아, ‘미래의 창조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성장을 돕는다’는 목적에 집중해 위기를 극복한 레고. 이들 기업은 이윤 극대화 이상의 높은 목적을 세우고 집중하고 있다.

◇기업, 이윤극대화 그 이상의 목적을 추구해야=기업이 이윤극대화 그 이상의 목적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미국의 200대 기업 CEO 모임인 Business Roundtable은 2019년 ‘기업 목적 선언’을 통해 ‘기업은 주주 가치를 넘어, 이해관계자와 사회 전반을 향한 책임을 다해야만 한다’는 핵심가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선언에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애플의 팀 쿡 등 181명의 CEO가 서명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LG경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기업의 목적이 진화한다’ 보고서에서 류대현 연구위원은, 목적 중심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은 목적을 단순히 대회 홍보나 이미지 개선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전략은 물론 제품 개발, 조달, 생산, 유통, 마케팅 등 사업 운영 전반에 기업의 목적을 일관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는 이제 기업에게 이윤과 양적 성장 이상의 목적, 즉 기업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묻고 있다. 미국의 에델만 트러스트 바로미터에 따르면, 소비자의 64%가 ‘가격과 품질을 넘어, 올바른 가치관과 신념을 추구하는 기업과 브랜드를 선택한다’고 답했다. MZ세대의 75%가 ‘기업은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60% 이상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직장을 선택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존재 이유를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 단순히 재무 성과만을 좇는 기업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이윤과 성장이 곧 기업의 목적이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해관계자와 공감할 수 있는 목적 설정해야=세상과 고객에 대한 기여를 목적으로 삼는 기업, 앞서 언급한 유니레버, 파타고니아, 레고의 사례가 시사하는 점은 우리 회사의 목적이 여러 이해관계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담아 내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업의 목적이 허무맹랑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위워크가 설정한 ‘세계 의식 고양’이라는 사업 목적처럼, 사업 정체성과 동떨어진 목적을 내세운다면 진정성을 의심받고 ‘목적팔이’, ‘목적세탁’ 이라는 비난에 휩싸일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와함께 올바른 목적을 수립했다면, 회사 목적이 사업 및 조직 운영에 스며들도록 집요하게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품 개발, 조달, 생산, 마케팅, 유통, 판매 등 가치사슬(Value Chain) 전반을 회사 목적 관점에서 일관되게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목적 실천을 위해서는 구성원의 공감과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회사 목적이 구성원에게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것으로 인식되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보고서는 예비구성원에게 회사 목적을 명확히 전달해 우리 회사와 가치관 및 신념을 공유하는 인재가 많이 유입되도록 하고, 목적 워크숍 등을 통해 구성원이 회사 목적과 개인 목적 간 연계점을 발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