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 위험시대, “지역의 부는 지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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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지역소멸 위험시대, “지역의 부는 지역으로” 지역공공은행 설립 필요성 제기

기사입력2023-10-06 14: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의 부를 지역 안에서 순환시킬 수 있는 지역공공은행 설립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동한 정의정책연구소 연구의원은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5일 개최한 ‘지역경제 피폐화의 대안, 지역공공은행’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서민과 중소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이 겪는 금융배제 및 자금조달 기회의 차별은 부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의 경제시스템이 불평등, 지역소멸 위험, 기후위기를 체계적으로 양산하는 시스템이며, 은행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의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소멸을 넘어 수도권과 광역시의 인구마저 감소하는 지역소멸 위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이는 지역 대출 및 투자로 인해 발생한 지역 기업과 금융기관의 수입이 지역에 재투자되지 않고 외부로 유출되면서 자본과 노동이 이를 따라 유출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가계부채 급증으로 인한 서민 이자부담, 은행에는 수익증가

최근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심각한 수준으로 폭등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DGP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05.8%로 비교 대상 43개국 가운데 4위에 해당한다.

팬데믹 이전 40조원 내외였던 가계의 연 이자부담액은 올해 7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전체 경제규모 대비 3.8%에 달하며, 가계 소비액의 8.3%에 달하는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늘어난 가계부채 통계에 커다란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점이다. 그동안 가계부채에 반영되지 않았던 영세자영업자 부채와, 임대차 계약 기간 만료 후 돌려줘야 하는 개인 간 전세보증금을 더하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은 153.9%로 급증해 조사대상국 43개국 중 1위가 된다.

이 연구위원은 이러한 부채의 급증은 은행의 수익 증가로 나타난다며 은행의 공공재적 역할이 무색해지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이자이익은 32조에 달했는데, 이는 2021년(27조905억원)보다 20% 넘게 급증한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예대마진, 이자 장사를 통해 금융소비자들이 가계부채와 이자비용으로 피해를 볼수록 은행이 이익을 얻는 금융구조에 대한 변화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고 이 연구위원은 주장했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자금조달 어렵고, 이자부담 높아

지역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금융시스템으로부터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자금조달을 하면서 더 많은 이자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국제노동사무소에 따르면 젊은 중소기업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뿐 아니라 더 적은 일자리를 파괴하며 강력한 순 일자리 창출자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여러가지 이유로 중소기업이 외부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채권을 소액 발행할 경우 수수료가 훨씬 높기 때문에 규제된 자본 시장에 저렴한 비용으로 접근할 수 없다.

자본 시장에 접근하기 힘들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상당한 금액의 외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은행에 의존하게 된다. 그러나 담보 제공능력이 부족하다보니, 은행은 담보가 더 좋거나 신용 기록이 길거나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에 더 높은 금리를 부과하는 경향이 있으며, 중소기업의 대출 신청은 더 자주 거부당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신용보증재단중앙회의 ‘2021 소상공인 금융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의 경영상 애로사항은 ‘매출 감소’가 70.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자금 조달’(27.4%), ‘인력 확보 및 인건비 상승’(21.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자금조달은 소상공인들이 크게 체감하고 있는 어려운 점이란 의미다.

이 연구위원은 전체 소상공인들 중에서 사업자금 대출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지 못하는 소상공인들과 대부업체로부터 사업자금을 대출받고 있는 소상공인의 비중이 상당할 것이며, 이들은 대부분 영세한 소상공인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의 부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공공은행 설립 필요

이 연구위원은 지역의 소멸위험을 극복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화폐(자본)과 노동력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 내에서 순환하도록 해야 하지만, 지역의 금융기관은 본사가 지역 외부에 있어 자금의 외부 유출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따라서 지역의 부를 지역 내에서 순환시키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지역공공은행의 설립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공공은행은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이 소유주인 은행을 말한다. 즉 정부가 시민을 대신해 관리하는 은행으로, 미국 등에서는 현대 자본주의 경제에서 발생하는 금융·소득·부의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요소로 지역공공은행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지역주민의 이익을 목적으로 공공재적 역할이 부여되는 지역공공은행이 주요한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현재 11개 주에서 공공은행법이 통과되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공공은행의 장점으로는,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이 공공 기관의 일반 기금으로 재투자되기 때문에 관할 구역 내에서 세금을 줄일 수 있고, 정부 기관에 의해 수행되는 공공 프로젝트의 비용도 크게 절감된다는 점을 꼽았다.

배당 수익, 세수 증대, 일자리 창출, 지역 자율성, 경제적 충격에 대한 회복력 향상, 공공 부문 차입 및 주 연금 기금에 대한 자금 조달 옵션 확대, 금융 거래의 자유 및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점도 거론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 제도의 구조적 결함은 은행이 주주들의 제한된 이익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사적 소유와 통제를 받는다는 점이라며, 지속 불가능한 은행 시스템에서 지속 가능한 은행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가장 간단하고 직접적인 방법은 은행을 국민의 의지와 필요에 부응하는 공익적 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