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도 개인 맞춤시대…앱으로 관찰·추적·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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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건강도 개인 맞춤시대…앱으로 관찰·추적·관리 건강정보부터 익명성 보장한 심리상담까지 ‘건강 앱’에 빠졌다

기사입력2023-10-12 00:00

“하루에 내가 얼마나 걸을 수 있을지 예상해 목표치를 세웁니다. 그걸 달성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운동을 따로 챙겨서 하지 않더라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랄까요? 또,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더 걷기 위해 노력하게 돼요.”

직장인 10년 차 A씨는 ‘The건강보험’이라는 앱을 통해 자신이 하루에 걷는 걸음 수와 식사를 체크한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관리하는 앱이기 때문에 건강검진과도 연계돼 있어 한 눈에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만족 포인트라고 했다. 여기에 자신이 하루에 얼마나 걸었는지 파악할 수 있고, 자신이 오늘 하루 무엇을 먹었는지도 일기처럼 기록할 수 있어 먹거리에도 더 신경 쓰게 됐다고 한다. 비단,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상태나 정신건강과 관련된 테스트와 상담도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이처럼 최근에는 건강도 스마트하게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이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면서 다양한 앱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건강관리 앱처럼 나이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앱은 흔치 않다. 그만큼 관련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진단·치료→예방·관리…의료 패러다임 변화로 헬스케어도 디저털화

디지털 헬스케어란 ICT(정보통신기술)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질병을 진단 및 치료하거나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하는 일련의 활동과 수단을 의미한다. 이런 디지털 기술이 의료와 접목한 가장 큰 이유는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과거에는 질병의 사후적 진단과 치료가 의료의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예방 및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도 변화함에 따라 관련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와 함께 2022년 12월까지 약 3개월간 조사해 발표한 ‘2021년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최근 6년간 연평균 39% 성장했다. 또한, 2027년까지 연평균 18.8%의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분야는 크게 의료용 기기, 건강관리 기기, 디지털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나뉜다. 의료용 기기는 SiMD(Software in Medical Device), 전자약 등이 포함되며 2021년 기준 9731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체 산업에서 53.4%의 비중을 차지했다. 건강관리 기기 분야에는 웨어러블 기기, 생체데이터 수집 센서 등이 포함되며 2546억원의 매출을 내 13.9%를 차지했다. 마켓플레이스형 및 웰니스플랫폼 등을 포함하는 디지털 건강관리 플랫폼은 2250억원의 매출로 12.3% 비중을 나타냈다.

세계시장은 성장 속도와 규모 면에서 더 가파른 편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1525억 달러(약 206조원) 규모에서 2027년 5088억 달러(686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이처럼 디지털 헬스케어가 미래시대 헬스케어를 주도할 것으로 예견되면서, 국내시장도 점진적으로 커지고 있다. 아직 국내시장은 글로벌시장 규모에 비해 0.7% 수준에 불과하지만, 2016년 이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진출하는 기업이 연평균 15.3% 증가하는 등 관련 업계의 성장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표 빅테크 플랫폼사인 네이버, 카카오가 방대한 고객 데이터와 ICT 기술력을 바탕으로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하고 있고, 뒤이어 제조업, 보험, 통신 분야에서도 대기업의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례로, 네이버의 경우 2020년 12월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를 설립, 스마트 서베이, 페이션트 서머리, 음성인식 의무기록(Voice EMR), 클로바 케어콜 등 AI 기술 기반의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해 병원과 접목, 의료진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고 환자들의 검진이력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는 2018년 현대중공업, 서울아산병원과 ‘아산 카카오메디컬 데이터’를 설립했고, 2019년 12월에는 연세의료원과 ‘파이디지털헬스케어’를 세워 의료 빅데이터 분석 및 플랫폼 제작 등의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 역시 롯데지주로부터 700억원을 출자받아 설립한 롯데헬스케어를 통해 지난 9월에 데일리 헬스케어 플랫폼인 캐즐(CAZZLE)을 출시했다. 건강검진 데이터와 설문 정보, 유전자 검사 결과, 평소 먹는 영양제 등 고객이 동의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건강정보와 쇼핑정보를 제공한다. 또, 내년에는 맞춤형 체중 관리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인데, 단순한 식단 관리형을 넘어 사용자의 유전자 특성과 의료데이터를 분석해 장 건강관리까지 아우른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피부 관리서비스와 뇌 건강 관리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건강도 스마트하게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이를 불문하고 관심을 끌면서, 관련 시장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개인용 헬스케어 서비스 러시…“앱으로 내 건강 상태를 살핀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시장 규모도 확대됨에 따라 신생 기업의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개편으로 인해 코로나19 기간에 비대면 진료를 시행했던 기업들이 최근 건강관리 앱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2020년 3월 국내 최초로 비대면 진료서비스를 론칭한 엠디스퀘어는 1:1 전담 케어코디가 건강을 체크해 주는 앱인 엠디케어를 작년 9월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엠디케어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고혈압, 당뇨, 비만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건강을 관리해주고 있다”며, “간호사 출신의 케어코디가 개인별로 건강상담을 해준다”고 소개했다.

이어 “헬스케어 관련 앱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1:1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현재 B2B로 일반 기업의 임직원이나 해당 기업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어 다운로드 수는 약 10만건으로 많지 않지만, 무료로 체험이 가능하고 구독 서비스도 가능한 데다 의료진이 상담해 준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생활습관형 질환관리 서비스 올라케어를 운영하는 블루엔트 역시 비대면 진료에서 라이프 케어로 사업을 확장해 걷기, 물 마시기 루틴, 영양제 먹기 등 평소 생활습관을 잡아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득근득근 마음 근육을 키워 봐요’라며 전문 상담사가 만든 다양한 심리 테스트를 통해 사람들이 궁금해하던 자신의 성격적인 부분을 재미있고 쉽게 알려줘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이 앱은 올 1분기 기준 누적 16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심리상담 서비스 앱인 우주케어를 운영하는 ㈜코레시옹비탈레는 상담심리사 및 임상심리사 1, 2급의 상담 메이트들과 전화나 채팅으로 상담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모든 상담에 닉네임과 안심번호를 이용하기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된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지난 2월 오픈한 우주케어는 월평균 이용자가 35%씩 성장하고 있다.

금융업계도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 GC케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금융과 헬스케어를 연계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했다. 서비스는 우리은행의 ‘우리WON뱅킹’을 사용하는 고객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간단한 문진을 통해 질병 위험도, 건강 나이, 피부 나이를 알려주고 각 결과에 따라 건강관리법을 제공한다. 동시에 마음 건강 체크 파트를 통해 스트레스 및 우울증, 공황장애 등 마음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대처방법을 알려준다.

금융 앱인 뱅크샐러드는 유전자·미생물 검사 데이터와 연계한 사용자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1년 10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무료 유전자 검사는 매일 오전 10시 선착순 신청을 받아 하루 500명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평균 30: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치열한 인기를 자랑한다. 검사를 신청한 고객은 집으로 배송된 유전자 검사 키트에 타액을 채취한 뒤 분석기관인 마크로젠으로 반송하면 되고, 약 2주간의 분석기간이 지나면 뱅크샐러드 앱을 통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의 몸속 미생물의 종류와 분포 상태를 알 수 있고, 19개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균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건강관리법까지 안내받을 수 있다.

스마트워치가 대중화되면서 이를 활용한 헬스케어 시장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손쉬운 사용법으로 인해 공공기관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한 건강 관리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은 서울시다. 서울시는 2021년 12월부터 ‘손목닥터 9988’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스마트워치와 모바일 앱으로 자가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통합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통해 걸음 수 랭킹, 건강정보, AI 기반의 식사 기록과 섭취 칼로리 확인, 마음 건강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매월 ‘9988하는 날’을 개최해 광화문, 한강, 서울 둘레길 등에서 걷기 챌린지도 진행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고, 신청자에게는 스마트워치를 지원해 준다. 만약 개인이 스마트워치를 소유하고 있다면 사용하던 스마트워치로도 할 수 있다.

서울시 시민건강국 스마트건강과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손목닥터 9988은 크게 일반모집 대상자와 특별모집 대상자로 나뉜다. 특별모집 대상자는 보건소 대사증후군 관리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는 시민, 안심돌봄복지과와 1인가구담당과에서 연계해 모집하는 중장년 1인 가구, 출산모 등이 대상”이라며, “모집 시작 이틀 만에 12만명이 신청했고, 특별모집군은 일반모집군보다 신청기한을 더 오래 열어놨는데 10월5일 날짜로 마감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9세부터 75세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손쉽게 가입이 가능하고, 운동을 독려하기 위해 인센티브로 포인트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며, “하루에 8000보를 걸으면 200포인트를,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꾸준히 걸으면 추가로 500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이 포인트는 서울페이로 전환해 병의원과 약국, 편의점, 서점 등 7만2000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서울페이 가맹점을 지속해서 늘려나가고 있고, 이런 인센티브 제도가 이 사업의 인기 요인이라고 했다. 실제로 1차 시범사업에는 5만명, 2022년 1~9월까지 진행한 2차 사업에는 18만명이 이용했고, 지난 8월에 진행한 3차 모집에는 15만명이 활용하는 등 사용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3차 모집에서는 총 22만명이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오는 11월 말쯤에 7만명을 추가로 더 모집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어르신의 비중이 18%를 차지하고 있는데, 사업 초기에는 노인복지회관 같은 곳에 직원들을 파견해서 사용법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고, 지금은 상담센터를 통해서 전화로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헬스케어 사업이 공공부문에서도 확대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예전에는 보건소를 통해 시민건강돌봄 사업을 펼쳤지만,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활성화됐다. 이에 IT기술을 접목해 대단위로 시민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사업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며, “특히 병이 나기 전에 시민 스스로 건강을 챙기고, 건강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