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줄인 정부…학생연구원 이탈 무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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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R&D 예산줄인 정부…학생연구원 이탈 무대책 추가 재원없이 미래 연구주역 이탈 못 막아…예산 삭감안 철회해야

기사입력2023-10-14 00:00

R&D(연구개발) 예산축소 결정에 따라 학생 연구원들의 이탈이 우려되고 있지만, 정부는 아무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과학기술원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 하지만 추가 재원 없이는 학생 연구원의 이탈을 막을 수도 없고, R&D의 위기를 막을 수도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과학기술원은 국가가 육성하는 과학기술 연구중심대학이다. 최근 정부의 R&D 예산삭감에 따라 내년도 4대 과기원의 기관 예산과 학생 연구원을 포함한 신진 연구자에 대한 인건비가 부족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학생 연구원은 1만2000여명, 박사후 연구원은 900여명에 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4대 과학기술원은 학생 연구원 등에 대한 지원규모가 내년에도 축소되지 않는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9월부터 R&D 예산감축에 따라 현장에서 우려하고 있는 학생 인건비 등 미래세대의 안정적인 연구활동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 왔다면서, “정부와 4대 과기원은 추가 협의를 통해 학생 연구원 등의 연구 참여중단에 대한 불안 해소에 적극 동참하기로 뜻을 모았으며, 4대 과기원은 학생 연구원 인건비에 과기원 자체 재원 등을 최우선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4대 과기원은 조속한 시일 내에 학생 연구자 대표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학생들에게 R&D 삭감 여파가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임을 밝히고, 학생 연구원 등의 안정적 연구활동을 차질없이 지원해 나갈 계획임을 알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부의 해명에는 중요한 요소가 빠졌다. R&D 예산삭감이나 과기원 예산감축, 그에 따른 학생 인건비 예산축소 등은 다양한 각도로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과기원 자체 재원 등을 최우선으로 활용”하겠다는 말 뿐이다. 과기원 자체 재원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학생 인건비 예산 감축분을 얼마만큼 메꿀 수 있는지는 도통 알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추가 재원 확보 얘기도 없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아무 대책도 없이 학생 연구원 등에 대한 책임을 과기원 측에 떠넘기고서 나몰라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R&D 축소위기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의 입장이 여전히 완고하기 때문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감 모두 발언에서 “R&D 나눠먹기와 같이 R&D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들이 과학기술계에 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예산축소 강행을 예고했다.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후 이공계를 중심으로 대학교 학부와 대학원 학생회들이 여러 차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반발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대학의 이공계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이 연구현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있는 것은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계시냐”며, “서울이건 지역에 있는 대학이건 간에 이공계 학생회에서 성명도 내고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를 지망하는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최근의 상황은 그야말로 피할 곳 없는 외길 수준이란 점도 문제다. R&D 예산삭감이 정부 출연연부터 과기원 등 학계, 정부부처 등에 전면적으로 단행됐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학생 연구원으로 연구에 참여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연구자의 길을 계속해서 걷는 미래를 꿈꾸기도 힘들어져 버렸다.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놓고서 미래를 위한 과학연구에 매진해달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염치없는 태도다.

정부는 즉각 R&D 예산삭감안을 철회해야 한다.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예산의 전면적인 확충에 나서야 한다. 특히, 기초과학 분야 R&D는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민간에 전적으로 맡길 수 없다는 특성을 감안해 정부가 나서서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정해야 한다.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 연구원들이 연구현장을 떠나고 나서 뒤늦게 후회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