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수사만큼이나 피해자 구제 역시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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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전세사기 수사만큼이나 피해자 구제 역시 중요 수원·대전 계속되는 전세사기…피해자 요건 확대하고 지원 늘려야

기사입력2023-10-19 00:00

수원에 이어 대전에서도 또다시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일차적으로 경찰의 엄정한 수사가 시급하다. 그와 함께, 피해자 구제에도 빈틈이 없어야겠다. 정부와 지자체, 국회는 보다 실효성있는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하며, 기존의 전세사기 특별법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에 귀기울이고 제도 보완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최근 보도된 대전 전세사기의 경우, 수백명의 피해자들이 1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수원 전세사기의 경우 경찰의 압수수색 등 수사가 진행 중인데, 경기도가 개최한 현장설명회를 찾은 피해자만 4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400건이 넘은 피해신고와 전수조사 등을 합치면, 피해인원이 700명을 넘어설 것이란 추산도 있다.

이처럼 전세사기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지자체 차원의 즉각적인 대응도 중요해지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현장설명회뿐만 아니라 긴급 생계비 지원 등을 추진 중인데, 신속하게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책임은 이보다도 더 크다. 기존의 특별법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정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다. 특히 세세한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해 소극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는, 폭 넒게 우선 지원한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요건이 너무 엄격해 제대로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특별법 개정에도 나서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 등은 수차례에 걸쳐 기존의 특별법보다 피해자 요건을 확대하고, 선구제 후회수를 통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사진=참여연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열린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총 792건을 심의할 결과, 564건을 전세사기 피해자 등으로 가결했다. 이번 심의를 포함해 위원회에서 지금까지 다룬 7884건 중 피해자로 결정된 비율은 84.1%이며, 요건 미충족에 따른 부결은 8.4%(659건)에 달한다.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실효성있는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례분석이 필요하다.

실제로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특별법의 지원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최근 (사)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가 내놓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가구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 1579가구 중 81%는 피해 규모가 작은 가구도 피해자에 포함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 보증금 범위 확대(76.7%), 이중계약 등으로 입주 못한 피해자 포함(55.4%) 등의 응답을 보면, 지원의 사각지대에 속하거나 지원이 충분하지 못해 주거불안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의 고충을 확인할 수 있다.

보고서는 지원대책이 한정적이란 점을 지적하며, 공공이 보증금 채권을 매입하는 방안으로 ‘선구제 후회수’를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대책위 역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선구제와 피해자 확대 방안을 포함한 특별법 개정을 수차례 호소한 바 있다.

정부는 선구제 후회수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하지만 제때 지원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와중에 선구제 후회수를 외면할 이유를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 지원 속도를 앞당기거나 범위를 넓히는 대안을 내놓지도 않고서 선구제 후회수를 외면해서는, 피해자들의 고통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대규모 사기사건으로 확인된 경우 이외에 피해규모가 작은 가구들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문제 또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대규모 사기사건은 수사당국이 나서고 언론에 보도되곤 하지만, 피해규모가 작은 가구들은 세간의 관심마저 받기 힘든 실정이다. 이들 역시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아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한시바삐 특별법상 요건을 완화해 피해자 범위를 넓히고, 지원에 가속을 붙여 피해자들이 고통받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 엄정한 수사와 처벌은 물론 중요하지만, 피해자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보여주기식 대응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