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물가에 연일 민간 “협조” 압박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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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들썩이는 물가에 연일 민간 “협조” 압박하지만 물가를 통제 않겠다는 공언은 없던 일…공공요금발 물가불안 우려도

기사입력2023-11-11 00:00

연말을 앞두고 물가불안이 확산되자 정부가 연일 민간기업에 “협조”를 요청하며 압박에 나서고 있다. 출범 당시만 해도 물가 통제를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물가대책이 힘을 못쓰자 민간기업 압박이란 카드를 다시금 꺼내들었다.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은 정유 4사,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 한국석유공사 등이 참석한 석유 시장 점검 회의 자리에서 “석유제품은 국민 생활의 필수재인 만큼 정부는 석유 가격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민생부담 완화를 위해 정유업계도 최대한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이팔 전쟁 등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들썩이는 가운데, 국내 휘발유 가격 역시 10월 중 리터당 1700원대를 오가면서 물가부담이 지속되자 정부가 직접 관련 업계의 “협조”를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3개월 연속 상승폭이 커졌다. 7월만 해도 2.3%로 줄었던 물가상승률이 8월(3.4%) 3%대로 다시 치솟더니, 9월(3.7%)에 이에 10월까지 계속해서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이미지=통계청>

같은 날 농림축산식품부는 양주필 식품산업정책관이 국내 커피업계 점유율 1위인 동서식품의 서울 본사와 음료·주류 주요 기업인 롯데칠성음료 안성 공장을 찾았다. 양주필 정책관은 동서식품에 “그간의 정부 조치 사항들인 할당관세 및 수입 부가가치세 면세 등 세제지원 효과가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가격안정에 최대한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롯데칠성음료에서도 물가 불확실성 확대로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현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줄 것을 당부하며 물가가 조속히 안정되기 위해서는 민관 협력이 절실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밥상물가 불안에 연일 현장 압박하는 농식품부

농식품부는 지난주에도 연일 민간기업들에 “협조”를 당부한 바 있다. 최근 밥상물가 불안이 확산되면서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의 현장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권재한 농업혁신정책실장이 국내 제과업계 점유율 1위인 롯데웰푸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연말 연초 소비자가 많이 찾는 초콜릿 등 과자류에 대한 할당관세의 효과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가격안정에 최대한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같은 날 박수진 식량정책실장은 닭고기와 돼지고기 주요 수입업체 12개사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외식 및 식품 업계의 원가 부담을 완화하고 소비자가 정책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수입한 할당관세 물량을 조기에 공급하고, 관세 감면액을 반영한 적정가격으로 시장에 공급되도록 수입업계에서 적극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농식품부는 이밖에 주요 농식품과 가공식품에 담당자를 지정해 밀착 관리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물가안정책임관인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9일 농식품 수급상황 점검회의에서 “물가 체감도가 높은 28개 농식품 품목에 대해 전담자를 지정해 중점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신선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품목별 담당자를 지정해 관리해 왔으나, 앞으로는 가공식품도 물가 체감도가 높은 9개 품목을 중심으로 담당자를 지정해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애로사항을 발굴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등 물가 상황을 밀착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9개 품목은 빵, 우유, 스낵과자, 커피, 라면, 아이스크림, 설탕, 식용유, 밀가루 등이다.

전기·버스 등 공공요금 인상 영향까지 가시화 우려

이같은 정부의 민간 압박은 지난해부터 지속돼 왔다. 하지만 정부의 물가대책과 민간 압박에도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더 커지면서 민간 압박의 수위를 한층 더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8%로 3개월 연속 상승폭이 커졌다. 7월만 해도 2.3%로 줄었던 물가상승률이 8월(3.4%) 3%대로 다시 치솟더니, 9월(3.7%)에 이에 10월까지 계속해서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특정 항목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식료품·비주류음료(6.7%), 음식·숙박(4.7%), 주택·수도·전기·연료(2.8%), 의류·신발(8.1%), 가정용품·가사서비스(5.5%), 기타 상품·서비스(5.1%), 교통(2.0%) 등 모든 지출목적에서 물가가 상승했다.

문제는 이같은 물가흐름이 단기간 내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했고, 다수 지역에서 버스와 지하철 등 교통요금 인상도 단행되고 있다. 올 겨울 가스비 인상 가능성도 있어, 공공요금 인상 영향까지 가시화될 경우 물가부담이 더욱 커질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비용부담이 가격인상으로 연결된다면 가계의 물가부담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