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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건강과 친환경’ 입은 디자인으로 승부수
건강의 연장선, 개인 맞춤형 ‘초점’…2024 수원가구박람회
- 기사입력2024-02-07 12:00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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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수원가구박람회’에 참가한 국내외 200여 가구 브랜드가 공통으로 강조한 말은 친환경과 건강이다. ©중기이코노미“친환경 소재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고객들이 가장 우려하는 라돈 농도 측정을 개발팀에서 진행해 세계 표준보다 낮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수원가구박람회’에 참가한 ‘명인공방’ 관계자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이 업체 외에도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외 200여 가구 브랜드들은 입을 모아 친환경과 건강을 강조했다.한 유명 침대 브랜드에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돼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명 ‘라돈 침대’ 사태가 일어난 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이 가구업체에 갖는 불신은 사그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이에 가구업체는 소비자의 취향과 편리성을 고려한 디자인은 기본이고, 모든 연령대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건강한’ 가구라는 점을 부각했다.“좀 더 푹신하고, 부드럽게”…변화된 한국인의 체형을 고려가구 중에서도 가장 고심하면서 신중하게 고르는 것은 단연코 침대다. 수면의 질에 따라 하루의 컨디션이 달라지고, 매일 자는 습관이 장기적으로는 건강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만큼 침대의 위상도 달라졌다. 몇천만원을 호가하는 침대가 사치품이 아닌 ‘나를 위한 투자’로 인식될 만큼 잠에 큰 비용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잠의 가치에 비중을 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에이스침대는 이런 심리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한 에이스침대는 좀 더 과학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사람들에게 맞는 침대를 추천해 준다.
에이스침대 이동수면공학연구소의 버스 실내 전경. 주요 매장을 다니며 고객의 체형에 맞는 이상적인 매트리스를 추천한다. ©중기이코노미
관람객이 이동수면공학연구소 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에이스침대 이동수면공학연구소 김윤경 주임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고객은 큰 비용을 들여 매트리스를 구입한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정말 나에게 맞는 침대인지 걱정하고, 불안해한다’”며, “고객이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침대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이동수면공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2000년대 초반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이동수면공학연구소는 첨단 측정장비를 갖춘 버스로 주요 매장을 돌며 ‘체압 분포 측정’, ‘척추 형상 측정’을 한 후, 고객의 체형에 맞는 이상적인 매트리스를 추천한다.체압 분포 측정기는 사람이 누웠을 때 발생하는 압력의 분포를 전자센서로 측정해 준다. 이동수면공학연구소에 따르면, 이상적인 체압 분포는 양쪽 어깨와 엉덩이가 좌우 대칭을 이루는 형상이다. 만약 체압 분포가 고르지 않으면 잠을 잘 때 몸을 더 많이 뒤척이게 되고, 근육이 긴장해 숙면을 취할 수 없다.척추 형상 측정기는 3-디지타이저(DEGITIZER)를 이용해 스캔한 뒤 이를 3차원으로 분석해주는 시스템이다. 척추 건강에 좋은 매트리스는 누웠을 때도 서 있을 때의 척추 형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제품이라고 김윤경 주임은 전했다.
이동수면공학연구소 버스에 ‘체압 분포 측정’, ‘척추 형상 측정’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중기이코노미
에이스침대 매트리스의 하드 타입, 소프트 타입 모델을 간단하게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미니어처로 제작했다. ©중기이코노미이동수면공학연구소 서비스는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지역을 포괄하는 수도권 1팀과 경상, 부산 지역을 포함하는 부산팀 1팀이 에이스침대 직영매장인 에이스스퀘어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한 달에 150~200명, 전국적으로 300~400명의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김윤경 주임에 따르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의 만족도는 높다.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성향상 객관적인 데이터를 원하는 고객은 실제로 매트리스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는 후기를 전해 듣는다고 한다.에이스침대가 20년 이상 이동수면공학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쌓아온 데이터에 따르면, 사람들의 체형이 서구화됨에 따라 이에 맞는 침대 타입에도 영향을 끼쳤다.김윤경 주임은 “예전에는 하드 타입의 매트리스를 많이 사용했는데, 최근의 측정 결과를 보면 소프트 타입의 비중이 더 많이 나온다”며, “이유는 평균 신장도 커지고, 팔과 다리가 길어지는 등 체형이 서구화되고 있고, 젊은 층으로 갈수록 어릴 때부터 침대 사용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침대에 누웠을 때 전체적으로 몸이 들어가는 깊이를 측정하는데, 이런 물리적인 경도값을 기준으로 적게 들어가면 하드 타입, 점점 많이 들어가면 소프트 타입으로 나눈다.
쿠쿠의 염재석 수석국장이 매트리스 위에 달린 7cm짜리 토퍼를 선보이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생활가전 기업 쿠쿠(CUCKOO) 역시 최근 변화하는 사람들의 체형을 고려한 침대 매트리스를 들고 나왔다. 쿠쿠 매트리스가 내세운 점은 ‘푹신푹신한 부드러움’이다.쿠쿠홈시스 염재석 수석국장은 “요즘 사람들은 메모리폼처럼 푹신푹신한 걸 좋아한다. 메모리폼이 좋은 이유는 자기 체형에 맞게 움직여 주기 때문에 잠잘 때 더 편안하다”며, “이에 기존 매트리스보다 조금 더 푹신푹신함을 강조하기 위해 매트리스 위에 7cm짜리 토퍼를 하나 더 달았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이어 “지퍼가 달려 있어 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뗐다 붙였다 할 수 있고, 침실이 아닌 거실이나 다른 공간에 두고 사용해도 된다”며, “작년 10월에 출시됐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덧붙였다.‘한 땀 한 땀 장인의 정신 깃들다’…대기업과의 차별성 강조이번 전시회에는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대형 가구 브랜드도 참가했지만, 이들과의 차별성을 내세운 중소형 가구 브랜드도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메르디앙은 온 가족이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콘셉트의 ‘에코 패밀리 침대’를 들고 나왔다. 특히 침대에 사용된 원목과 이음새 하나하나 어떤 소재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소비자들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해 아이들 둔 부모의 발길을 잡았다.
메르디앙의 ‘에코 패밀리 침대’ 모습. 원목과 이음새 하나하나 친환경으로 만들어졌음을 강조하기 위해 시각화했다. ©중기이코노미메르디앙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침대 프레임은 소파처럼 가죽이나 패브릭으로 마감이 들어가는데, 그 안에 들어가는 판 자재는 합판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원목 그대로의 판을 사용하면 단가가 비싸지기 때문”이라며, “보통 대기업 브랜드는 나무의 부스러기나 섬유질을 본드로 압축시켜 만든 합판인 MDF를 사용하지만, 우리는 미송(소나무) 합판 중에서도 국내산 자재를 사용한다”고 강조했다.또한, “침대를 만들면서 사용할 수밖에 없는 본드도 친환경이고, 패브릭 역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소재를 사용한다”며, “그래서 새 제품을 쓰더라도 독한 냄새나 본드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참고로, 메르디앙 가구의 자재는 친환경으로 구분되는 E0(E제로) 등급이다.환경호르몬 때문에 아이들의 아토피와 비염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좀 더 건강한 가구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국내 제조업체도 있다. 가정용 가구를 주문 제작하고 있는 편백드림은 처음 회사가 설립되던 2008년 당시만 하더라도 건축 자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편백드림의 부스 전경. 환경호르몬 때문에 아이들의 아토피와 비염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건강한 가구를 만들기 위해 2008년 시작했다. ©중기이코노미송용석 대표는 “편백나무에서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오고, 나뭇결이나 빛깔이 탁월하다”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에 아무래도 침대 종류가 가장 많이 나간다. 이외에도 가정용 가구 모두 주문 제작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사이즈와 변경 사항 등을 반영한다”고 중기이코노미에 소개했다.이어 “원목이다 보니 디자인적인 한계는 있다. 곡선 같은 부분을 표현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디자인이나 기능성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송 대표에 따르면, 편백드림 매출은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하락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주택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사실 시장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그는 “이런 상황 때문에 자재가격이 오르더라도 판매가격을 올리지 못한다. 모든 가구제조업체가 똑같다. 마진이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며, “올 초부터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긴 한데, 좀 더 상황을 두고 봐야 알 것”같다고 말했다.
더디자인가구 심일두 대표가 하나의 서랍장을 만들기까지 거쳐야 하는 12번의 공정작업을 설명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더디자인가구의 알록달록한 색채에 소비자들의 눈길이 쏠렸다. ©중기이코노미일반 기계식 도장이 아닌, 핸드메이드 칠 가구를 선보인 더디자인가구의 부스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알록달록한 색상을 입고 한국적인 고전미를 뽐내는 가구에 사람들은 감탄사를 내며 이리저리 살펴보는 모습이었다.더디자인가구 심일두 대표는 중기이코노미에 “요즘에는 수제 가구가 거의 없다”며,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다수의 가구는 베트남이나 중국에서 수입해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심 대표가 이 회사를 맡아 운영한 지는 3년 됐다. 원래 회사를 운영하던 대표를 만나 업계에 발을 들인 건 10년 전이다. 그는 이전 대표를 ‘스승님’이라 칭했다. 모두 핸드메이드로 제작하는 만큼 기술력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심 대표가 회사를 맡으면서 그동안 마니아층만 찾았던 서랍장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게 됐다고 한다.그는 “3.8mm짜리 붓으로 12번의 공정작업을 거쳐 완성된다”며, “우선 미송 원목을 짜서 샌딩작업을 하고, 초도 칠을 한다. 칠을 말린 후 또 샌딩 작업을 하는데, 이렇게 칠 4번, 샌딩작업 4번을 거쳐야 한다. 이후 천연오일을 발라 마감해 건조한 후 2차 천연오일 작업을 한다. 마지막으로 엣지 작업을 하고, 코팅제를 두 번 바르는 가니쉬 작업을 거친 후 조립한다”고 설명했다.이어 “페인트는 현재 나와 있는 페인트 중에 가장 친환경 제품이라고 알려진 벤자민 무어를 사용한다”며, “친환경이면서 고객이 원하는 사이즈와 컬러를 다 맞춤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오너스 가구가 들고 나온 미국 쉬프만 매트리스. 이 제품은 모든 공정이 수제로 이뤄진다. 특히 통기성을 위한 땀구멍에도 장인의 손기술이 들어가 있다. ©중기이코노미고가의 프리미엄 수입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오너스 가구는 미국의 쉬프만(Shifman) 매트리스를 선보였다. 이 제품 역시 모두 수제 공정으로 이뤄진다.오너스 가구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에 “보통 매트리스는 사용한 지 몇 년이 지나면 처지거나 가라앉기 마련인데, 이 매트리스는 10년을 보장한다”며, “20여명의 장인이 8~12시간 동안 자연에서 온 천연 소재로 만든다. 특히 원자재인 코튼은 통기성이 뛰어나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수면 환경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커튼 전문업체인 아이시스 역시 국내 원단으로 주문 제작해 판매한다.
아이시스의 박세은 담당이 커튼의 ‘형상기억’을 설명하고 있다. 형상기억은 윗단부터 아랫단까지 다림질한 것처럼 주름이 잘 잡혀 있다. ©중기이코노미박세은 담당은 “집 인테리어의 마무리는 커튼”이라며, “인테리어 효과도 주면서 친환경과 항균이 가능한 좋은 원단을 사용한다. 다른 업체에 비해 10~20% 정도 가격이 더 높은데도 소비자들이 찾는다”고 자신했다.특히 아이시스의 강점은 ‘형상기억’이다. 커튼의 접힌 주름 형상을 기억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박세은 담당자에 따르면, 요즘에는 형상기억이 트렌드가 됐지만, 이전에는 추가 비용을 받을 정도로 기술력이 들어가는 부분이다.그는 “형상기억 주름은 다림질한 것처럼 들어간다”며, “이게 잘 안되면 가운데 부분은 주름이 잘 잡힌 것처럼 보여도 윗단을 보면 퍼져 있다”고 했다.이어 “요즘에는 소비자들이 워낙 형상기억 커튼이 더 예쁘다는 걸 알아서 먼저 찾는다”며, “색상은 3년 전만 하더라도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그레이톤이 많이 나갔는데, 요즘에는 좀 더 넓어 보이고, 화사한 느낌의 아이보리, 베이지 컬러가 가장 많이 나간다”고 부연 설명했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