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T’ 발전…“시청기기 보급·지원기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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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FAST’ 발전…“시청기기 보급·지원기관 필요” OTT에서 FAST로 옮겨가는 콘텐츠 유통시장 선점하려면

기사입력2024-05-03 11: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OTT(Over-The-Top,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체들이 앞다퉈 구독료 인상을 예고하면서, 이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이탈이 예상되고 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FAST 산업 초기단계인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스마트TV 메이커와 K-콘텐츠의 협업으로 성장가능성이 큰데, 이를 위해 ‘FAST 사업 지원기관’ 등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김정섭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이 2일 개최한 ‘FAST 채널의 확산과 콘텐츠 유통시장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FAST 산업은 OTT처럼 국내와 글로벌 수준으로 각각 운용되기에 다른 매체나 플랫폼보다 확장성이 크다”고 소개했다.

◇‘FAST’ 시장, 2027년 16.5조 예상=FAST는 광고기반으로 24시간 무료로 볼 수 있는 TV서비스를 말한다. 광고형VOD와 실시간TV의 복합적인 이용자가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해주는 스트리밍TV로, 북미를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리서치사 옴디아(Omdia)는 2023년 세계 FAST 시장 규모를 2019년(2억 달러) 대비 31.5배(63억 달러) 늘었다고 평가했다. 2027년에는 120억 달러(약 16조52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FAST 채널 운용사는 콘텐츠를 공급받은 뒤 수주한 광고를 편성해 시청자에 서비스하게 된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OTT, 영화관 등 기존의 플랫폼 시장에 콘텐츠를 공급해온 방송사, 통신사, 영화사, 외주제작사, 배급사, 엔터테인먼트사, 독립PD 등 콘텐츠 공급자는 FAST 산업 태동으로 새로운 콘텐츠 공급 루트를 개척할 수 있다. FAST 이용자는 FAST 채널이 공급하는 콘텐츠의 참신성, 다양성, 선택성, 서비스의 이용 편의에 대한 체감도에 따라 그 폭이 달라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유료인 방송, 영화, OTT, 게임을 이용하면서 막대한 문화비·통신비 부담을 안고 있는 미국에서처럼 ‘코드 쉐이빙(cord shaving, 케이블 TV 구독을 유지하되 절약을 위해 비싼 채널, 패키지, 추가 기능을 취소하는 것)에 이어 ‘코드 커팅(cord cutting, 신규 서비스로 옮겨가기 위해 케이블 TV나 위성방송의 구독을 취소하는 것)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OTT 플랫폼 제압 가능”=미국은 전체 가정의 60%가 1개 이상의 FAST 채널을 시청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고, 거의 모든 미국의 방송사들이 FAST에 진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FAST 경쟁이 리테일 플랫폼 확장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의 J.베조스는 유료 오리지널 콘텐츠 채널인 아마존프리비를 운영했고, 아마존프리비에 FAST 채널인 파이어TV를 론칭했다. 파이어TV는 400여개의 채널을 공급하며 지난해 상반기 미국내 1위 채널로 급성장했다.

월마트는 리테일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으로 올해 2월 TV 제조사 비지오(VIZIO)를 시장가치보다 8배 높은 2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비지오의 스마트TV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월마트는 누적 8000만대의 스마트TV를 판매하고 260개의 채널을 제공하며 미국 2위의 FAST 채널로 올라섰다. 이를 통해 유통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전통 유통광고와 디지털 미디어 광고를 결합해 사업을 확장했다.

국내시장은 인터넷, 모바일, 스마트TV기반 플랫폼이 혼재된 북미시장과 달리 스마트TV 플랫폼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구축돼 있어, FAST 산업은 사업 진척도 면에서 북미보다 더딘 상황이다. 특히 사업의 기반인 특화 광고 기술 구축이 미진하다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은 2일 ‘FAST 채널의 확산과 콘텐츠 유통시장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정필모 의원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의 삼성TV플러스와 LG전자의 LG채널이 FAST 플랫폼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밖에도 뉴아이디, 딜라이브, SKB 모바일Btv 등의 FAST 업체가 있다.

김 교수는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보유한 6억명 대의 이용자 네트워크와 자금력, 추진력, 국제 비즈니스 능력 등을 충분히 갖췄기에 넷플릭스(2024년 글로벌 가입자 2억7000만명)를 위시한 미국계 글로벌 OTT 플랫폼을 제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FAST 산업 발전위한 정책지원은=FAST의 출현은 전통적, 지리적, 민족적, 세대별 경계를 넘어 시청자 기반을 넓히는 콘텐츠 시장의 확장을 의미한다. 특히 K-컬처 콘텐츠에 대한 선풍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영화사, 드라마 제작사, 예능 제작사, 음원 기획사 등 제작 분야의 다양한 영역에서 드라마, 영화, 예능, 음악, 아티스트 등을 충분히 공급한다면 글로벌 FAST 시장에서 한국 고유의 FAST 콘텐츠 섹터로 독특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FAST 산업과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우선, 가계 문화·통신비 절감과 시청장치 보급 지원을 통한 ‘FAST 디바이드’ 해소다. 보편적인 FAST 서비스 시청기기인 스마트TV는 값비싸 소득 수준별로 보급 격차가 생길 수 있는데, 정부가 스마트TV 보급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FAST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FAST 사업 지원기관’을 지정할 것을 제안했다. 국가별 선호 콘텐츠 유형과 특성, 선호 아티스트, 종교·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한 기피 콘텐츠 정보 등은 물론 각국의 정책·규제 정보를 주기적으로 파악해 FAST 업체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FAST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려면 국회가 방통·통신·방송통신 융합 사업을 합리적으로 획정·규율하는 ‘통합 조정·개정’ 입법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정부가 콘텐츠 산업을 지원할 때, 사업성과 흥행 예측성이 높은 고가의 ‘블록버스터 콘텐츠’와 다양성·예술성·창작성·실험성·독립성 등을 충족할 중저가의 ‘다양성 콘텐츠’로 부문을 나눠 전략적·집중적으로 제작 지원을 하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이 필요하며, 플랫폼 사업자 매출액의 일정 비중이 신규 오리지날 콘텐츠의 기획·투자·제작에 할당되도록 책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