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닿지 못한 시간의 지평선 너머를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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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우리가 닿지 못한 시간의 지평선 너머를 엿보다 일민미술관, 6월23일까지 ‘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기사입력2024-05-05 10:00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일민미술관이 ‘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란 제목의 전시를 6월23일까지 연다. 여기서 포에버리즘(Foreverism, 영원주의)은 문화비평가 그래프톤 태너(Grafton Tanner)가 최근 사회, 문화, 정치 영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차용한 용어다.

소셜 네트워크는 과거의 하이라이트를 모아 트래픽을 일으키고, 아이돌 그룹은 지난 세대의 문화를 리바이벌하며 주목을 받는다. 정치인의 선거전략 역시 좋았던 시절을 거듭 회고하며 유권자의 표심을 갈구한다. 이러한 영원주의 현상은 과거의 그리움이 끝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실을 지배하는 유력한 감정이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 전술이 되었음을 알려준다.

‘포에버리즘_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1전시실 전시 전경.<사진=일민미술관>

‘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전은 동시대 작가 12팀이 각자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영원주의 현상을 관찰하며 얻은 영원함의 속성을 돌아보는 전시다.

20세기 중반 이후, 현대미술은 시간의 선형적 흐름을 이탈해, 과거의 역사와 방법론을 재매개함으로써 ‘무시간’에 가까운 시간 감각을 만들어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고 기억하는 것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것에서 나아가 그 어떤 것도 종결되지 않는 특유의 영속성이 일상화되었다. 하지만 이런 감각은 예술의 새로운 인식 가능성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영원주의의 등장이 예술을 상투적이고 반복적이며 시장의 유행에 부응하는 유사 파생상품 정도로 여기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시에 참여한 12팀의 작가들은 현재의 독특한 시간성이 현실을 이루는 방식을 관찰한다. 현실세계의 공회전으로부터 자의적인 표류를 시도하며, 동시에 우리가 닿지 못한 시간의 지평선 너머를 엿보려 한다.

일민미술관은 이번 전시가 “영원주의의 징후, 시각문화의 흐름을 검토함으로써 영속성에 갇힌 시간 바깥을 상상하고, 지속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자본의 전략인 노스탤지어의 외부”를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참여작가는 박민하, 송세진, 윤영빈, 이유성, 전다화, 정연두, 차지량, 홍진훤, 황민규, isvn[멜트미러, 김한주(실리카겔), 김정각, 김도이, 슈퍼샐러드스터프(정해리), 이유미(할로미늄)], 스티브 비숍(Steve Bishop), 정 말러[Zheng Mahler(로이스 응, 데이지 비세닉스)]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예술만세 김현성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