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내공·최강 입소문으로 하이엔드 시장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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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30년내공·최강 입소문으로 하이엔드 시장 노린다 전기분해 ‘약알칼리수’ 정수기, 한우물 강송식 대표

기사입력2014-08-16 00:00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고슴도치도 제 새끼 털은 함함하다 하지 않던가? 30년 가까이 한 우물만 파온 기업가에게, 자신의 제품은 분신이자 자식이다. 정수기를 만드는 ‘한우물’의 강송식 대표가 만나자마자 ‘물 자랑’부터 늘어놓을 때도, “한우물을 만나는 날이 복 받는 날”이라며 정색을 할 때도, 자식을 끔찍이 귀애하는 부모의 심정이려니 했다. 꽤나 긴 설명을 한 문장으로 줄이자면, 한우물 정수기를 거친 물은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는 말인데, 임상시험 자료나 전문가 멘트, 하다못해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하나 던져주지 않고 대뜸 “좋다”고만 하니, 이건 좀 난감했다. 밑지는 셈 치고 이 사람 강송식 대표의 ‘물장사’ 이야기를 따라가보기로 했다.

강송식 한우물 대표. 뒤 편의 글귀 ‘靜心’(마음의 평안)은 이 회사가 가장 귀히 여기는 말이다. ‘한우물을 만나는 날은 복 받는 날’ 글은 신영복 선생이 기증했다. ©중기이코노미

이 사람의 ‘물장사’ 이야기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2011년 전국 5대도시 정수기 보급률은 56%. 두 집에 한 집은 정수기를 놓고 쓴다. 구매력 향상과 건강·위생에 대한 관심, 그리고 낙동강 페놀 사건과 같은 재앙이 겹친 결과다. 절대강자 웅진코웨이가 시장의 절반을 가져가고, 청호나이스와 동양매직 등이 그나마 강자로 취급받고 있다. 물론 중소업체도 많다. 생산업체를 150곳 정도로 꼽는 자료도 있다. 이들 중에 한우물이 있다.

“가정용 정수기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1985년 정수기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시장 1위 업체보다도 몇 년 빨랐습니다”

사실이다. 이 회사는 1985년 문을 열고 제품을 내놨다. 1987년에는 이미 전기분해방식 정수기로 특허를 받았고, 1989년에는 우수발명품으로 떡하니 정부기관에서 상도 받았다. 업력으로 치면 최고(最古)기업인 셈이다. 그 시작은 아주 ‘개인적’인 것이었다.

KS(경기고-서울대) 출신으로 20년간 교단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강 대표는 1978년 고혈압, 동맥경화, 간염 등을 한꺼번에 앓았다. 학교도 쉬며 민간요법으로 병을 이겨낸 후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체질과 물에 천착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물을 전기분해해 약알칼리수로 만드는 연구자를 만나 한우물을 차렸다. 그 결과 1985년 12월 첫 선을 보인 것이 한우물정수기 1호다.

“지인과 제자들까지 찾아다니며 정수기를 팔았습니다만 녹록할 리가 없었습니다. 사채까지 돌려가며 연명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잠들기 전 다음날 눈뜨지 않기를 바란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고객 쪽에서 반응이 오는 겁니다. 저희 정수기로 건강에 도움을 받았다는 전화에서, 회사로 찾아오는 분들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찾아와 밥 사주고 돌아가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솔직히 “당황스러웠다”고 고백한다. 미안한 표정으로 ‘연고 강매’를 해야 했던 촌스러운 디자인의 제품으로 감사인사를 받게 될 줄은 몰랐단다. 써 본 사람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문도 늘기 시작했고, 회사도 강 대표도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영업사원 없는 정수기 회사?

이 회사 제품은 미국 FDA에 의료기기로 등록되기도 했다.<제공=한우물>

놀랍게도 이 회사에는 영업사원이 없었다. 정수기 사업 하면 떠오르는 다단계 방식의 판매시스템도 없다. 그저 알음알음 지인의 소개 광고, 혹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직접 제품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지금까지 판매한 정수기가 5만대다. 자신감이었을까?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진심은 통하게 마련이고 영업이나 마케팅에 쓸 돈을 개발이나 사후관리에 쓰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의 ‘물 자랑’이 이어진다. “물은 무색무취의 액체라 ‘맛’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분명히 ‘맛’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목 넘김, 물이 들어간 요리, 차 및 커피 등에서 맛의 차이가 존재하고, 동의보감에서조차 물을 35가지의 종류로 구분해 각각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우물로 정수한 물에 맛을 들이면 다른 물은 마시지 못한다” 그야말로 “끝~”이다.

물론 ‘맛’보다는 ‘몸’이다. “정수기로는 세계 최초로 미국 FDA에서 의료기기(Medical Device)로 등록됐습니다. 이건 그냥 상징적인 것이고, 과학적으로도 다양한 논거가 있습니다”

세간을 뜨겁게 달궜던 ‘역삼투압 정수기의 배신’, 물의 산도, 미네랄, 미국 해군 정수방식까지… 한번 열린 이야기보따리는 닫히는 법이 없다. 짐작하겠지만, 한우물의 특허 받은 전기분해 방식 정수기는 타사 제품과 비교할 때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결론이다. 활성산소(프리 라디컬)는 줄이고 미네랄을 늘린다는 식이다. 다행히 이 이야기들에는 근거자료가 있어 아래에 요약한다.

정수기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역삼투압정수기는 유해물질은 물론 미네랄 등 유효성분까지 ‘일괄제거’한 pH 6.0 내외의 물이다. 반면 한우물정수기 물은 전기분해 방식을 거쳐 pH값이 7.4~8.5다. 몸에 좋다는 약알칼리수라는 말이다. 참고로 먹는 물 기준법은 산도를 pH 5.8~8.5에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산성(acidic)과 알칼리성(alkali)의 경계인 neutral은 pH 7.0이고, 아래로 갈수록 산성이 강해진다.

또 하나 물 입자의 크기도 중요하다. 한우물로 정수하면 이 크기가 64~70헤르츠가 된다. 수돗물의 120에 비해 절반 가까이 작아지는 셈이다. 이로써 몸에 잘 흡수될 뿐 아니라 체내 흡수가 빠르고 음식의 깊은 맛도 잘 우려낸다. 한편으로 작은 입자 크기는 ‘홍삼의 사포닌을 대량 추출하는 방법(특허 제10-0980820호)’이나 ‘커피로부터 유효성분을 가장 많이 추출하는 정수기(특허 제 10-1413146호)’로 특허를 등록하게 되는 과학적 근거가 된다.

미네랄 역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한우물정수기는 물을 전기분해하는 과정에서 칼슘, 마그네슘, 칼륨, 철분과 같이 우리몸에 유익한 미네랄이 가득한 물을 만들어낸다. 한국환경수도연구원의 ‘국내 정수기의 미네랄 함유량 비교실험’ 결과 국내 정수방식 중 한우물정수기 제품에서 가장 많은 미네랄을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것을 걸러낸 ‘H2O’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촌스러운’ 디자인은 한우물의 ‘상징’과도 같았지만, 이 회사는 이제 변하고 있다. 렌탈 서비스를 비롯한 공격적 마케팅과 디자인 개선 등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사진제공=한우물>

하이엔드 시장 향해 공세적 마케팅… 한우물이 변했다

“아마 다른 제품보다 수리기사의 손길이 더 많이, 자주 들어갈 겁니다”

이건 또 신선한 배신이다. “수리기사, 필요 없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른 회사 정수기보다 정수의 과정도 복잡하고 부품도 다양합니다.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여과, 전기분해, 재여과 등 과정이 많아 손을 봐야할 부분도 많습니다”

물론 고객의 불편은 최소화했다고 덧붙인다. 이는 이 회사의 경영철학과도 연관된다. “한우물 모든 직원은 ‘식구’입니다. 수리기사도 마찬가지고, 책임감이 남다릅니다. 고객들이 만족하는 이유입니다”

이제 한우물이 ‘변하고’ 있다. 알음알음 입소문으로만 늘려오던 외연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29년 한 우물 파 왔으니 이제는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강 대표는 설명한다.

이를 위해 영업조직도 만들고 마케팅도 공세적으로 전환했다. 정수기의 ‘숙명’과도 같은 렌탈서비스도 시작했다. 아직 재정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회사로서는 벅찬 일이지만, 제품에 대한 자신감으로 밀고 나가고 있단다. 이 회사가 특이한 것은 저가 시장이 아니라 하이엔드를 타깃으로 한다는 것. 입소문만으로도 상대적 고가제품의 평가가 좋았던 터라, 시장 설정에는 큰 부담이 없었다. “좋은 제품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한다”는 예의 홍익인간 경영이념도 한몫 했다.

“선생님 말씀은 그대로 믿으셔도 돼요. 제가 살아있는 증인이니까”

인터뷰를 마치고 찾은 부근 식당 주인 아주머니의 한 마디다. 이 회사 제품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이, 특히 피부가 좋아졌다는 경험담이다. 그 뒤로는 이 회사 특유의 입소문 전파자가 됐단다. 참고로 강 대표는 주변에서 ‘선생님’으로 불린다. 그 이유는 상상에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