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 "꽁꽁"…틈새기업엔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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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유럽 러시아 경제 "꽁꽁"…틈새기업엔 호재 서방국 수입 제한으로 아시아 눈돌려…식품-기계 등 유망

기사입력2015-01-12 14:30

채송화 기자 (songhwa0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근 심각한 경제위기로 내몰리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러시아 상황이 한국기업에게는 오히려 수출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트라 서기원 모스크바 부본부장은 최근 열린 ‘2015 주요전략시장 긴급점검 설명회’에서 “러시아 경제가 안정적이라면 오히려 진출기회가 적을 수 있다. 이 나라 경제가 어려울 때 기회로 생각하고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식품과 기계·설비관련 분야가 유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차 경제위기 상황보다 정부부채·재정적자 낮은 수준

서 본부장은 “지난해 11~12월 러시아 경제가 급속히 나빠지자 생필품 사재기, 뱅크런 등이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한국에서 보도된 바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러시아 경제가 침체된 것은 맞지만 보도내용에는 과장된 면이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번 위기가 러시아의 1차(1997~1998년), 2차(2008~2009년) 경제위기보다 상황이 낫다고 설명하며 이번 위기도 충분히 극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1·2차 때보다 정부 부채 및 재정적자 등이 나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1차 경제위기때 정부부채 비율은 1997년 54.7%, 1998년 73.1%에 달했다. 2차 경제위기엔 2008년 7.9%, 2009년 11%였으며, 2014년 정부부채 비율은 15.7%였다. 외환보유고는 1,2,3차 각각 123억달러, 3800억달러, 4100억달러대로 하락했다. 달러환율 증가율은 1차 233% 증가(6→20루블), 2차 80%증가 (20→36루블), 2014년 69%(33→56루블)을 보였다.

러시아 1·2차 경제위기 비교

<자료=2015 주요 전략시장 긴급점검 설명회 자료집> ©중기이코노미

앞서 발생한 두 번의 경제위기 때도 모스크바 무역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는 서 본부장은 “위기와 회복을 직접 목격하면서 이번 경제위기가 이전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경제위기를 두 번이나 극복한 만큼 이번에도 러시아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3월 이후 유럽의 경제 제재 조치 지속여부에 따른 영향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경제 제재가 오는 3월에 끝날 것으로 전망되긴 하지만 아직 확실치 않다. 제재의 강도가 더 강해질 수도 있다”며 향후 유럽의 경제 제재 여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코트라가 러시아 기업 78개사를 대상으로 러시아 경제회복 시기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5%가 2016년 2분기 이후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에 머물 경우 2015년 러시아 경제가 4.5% 축소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수입선 다변화에 ‘식품, 기계·설비’ 유망시장으로 떠올라

최근 코트라가 개최한 ‘2015 주요 전략시장 긴급점검 설명회’에서 러시아 진출 유망품목으로 식품과 기계설비가 제시됐다. ©중기이코노미

◇美,유럽산 식품수입 제한= 러시아가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조치에 대해 식품수입 제한으로 맞받아치면서 우리 기업에게는 틈새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수입선을 다변화하면서 아시아 지역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미국, 캐나다, EU, 호주, 노르웨이의 식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한국의 식품은 물론 식품관련 기계의 수출이 유망할 것으로 전망됐다.

서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모스크바 식품전시회에 한국 식품기업 20개사가 참가했는데 전보다 많은 바이어가 찾아 상담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모습을 확인했다”면서 현시점에서 식품, 식품용 기계, 농기계 등의 진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계노후·크림반도 인프라 구축도 호재= 기계·설비의 노후화, 크림반도 인프라 구축 등으로 관련 수요가 지속적으로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서 본부장은 “러시아의 기계 및 장비의 노후화는 심각하다. 기계의 49%가 너무 오래돼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60~70년대 러시아 경제가 호황일 때, 독일에서 기계를 많이 수입했는데 아직도 그 기계를 쓰고 있다”며 국내 기계설비의 진출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크림반도 인프라 구축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는 상황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에 리조트 호텔 단지, 항만, 조선소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서 본부장은 “루블화 가치 급락으로 수입산 대신 러시아산 기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긴 했다”며 “하지만 러시아가 정부 및 공기업 공공 프로젝트에 유럽 기업 참여를 제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SOC, 기계, 플랜트, 지자체 프로젝트 등에 대한 참가기회가 확대돼 생산용 기계, 설비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개최에 따른 공항, 호텔, 스타디움 등 부대시설 설립 계획과 석유화학 플랜트 재건축, 신축 계획 또한 좋은 상황이다.

수출기업 피해예방 위해선 대금결제 잘 살펴야

서 본부장은 수출기업들에게 가장 유의해야 할 것으로 대금결제를 제시했다. 러시아는 신용장 결제가 거의 없고 선수금을 먼저 주는 전신환(T/T)거래가 일반적이다. 이에따라 선수금 비율을 확대하고, 조건이 까다롭더라도 무역보험공사 보험에 가입해 피해를 줄일 필요가 있다.

또 경제상황이 불안한 만큼 현지 바이어에 대한 신용도 조사에도 심혈을 기울어야 한다. 바이어가 송금을 하고 싶어도 은행 문제로 불가능하거나, 바이어가 고의적으로 세관에서 물건을 찾지 않아 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거래는 되도록 피하고 분할 결제하는 것이 좋다.

서 본부장은 “결국 러시아 비즈니스도 여신을 줘야 하는 거래기 때문에 신용도를 잘 파악해 거래를 유연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