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잘 해놓고 현지인 농간으로 80만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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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시아·오세아니아 수출 잘 해놓고 현지인 농간으로 80만불을… 이라크 에이전트 주의, KOTRA 통해 진위여부 파악 먼저

기사입력2014-02-17 17:43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2012년 이라크 정부가 추진 중인 신도시 건설사업과 관련한 추가 수주 등의 협력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사진=한화그룹/뉴시스>

잔금 80만불 날릴 뻔한 철강 수출 중소기업 R사

2012년 10월 이라크 석유부 산하의 한 공기업과 345만달러의 철강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2013년 8월 선적을 완료했다. 이제 잔금 80만달러만 회수하면 된다.

하지만 화물이 이라크 움카스르 항만에 도착한지 3개월이 지난 후에도 이라크 수입자는 이해할 수 없는 사유를 들어 화물인수를 지연시켰다. R사는 참다못해 지난해 12월 현지 화물보관료와 통관사 고용비 등 30만달러를 지급하고 수입자가 진행중인 공사 현장까지 인도해주었다.

불운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현지 이라크 에이전트부터 수출포장 리스트와 실제 제품이 다르다는 이유로 잔금지급을 못하겠다는 바이어의 입장을 전해 듣고는 앞이 캄캄해졌다. 분통을 터트렸지만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었다.

갑자기 불거진 세금문제로 고민한 오일가스 플랜트 M사

M사는 최근 이라크의 한 국영기업으로부터 580만달러 규모의 LPG 탱크 공급납품에 합의하고 실제 계약서명을 위해 바그다드로 날아갔다. 계약 직전 바이어로부터 해괴한 소리를 들었다. 이라크의 세법상 이라크 내에서 재건사업 참가 계약식을 할 경우 계약금액의 3%를 세금으로 내야한다는 것이었다. 대신 두바이나 이스탄불 등 해외서 계약식을 하면 3%가 면제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이라크 최대 공기업 중의 하나인 바이어의 계약국장이 거짓말을 할리는 없었다. 미리 이런 언급이 있었다면 준비라도 했을 텐데 갑자기 3%를 더 달라니 미칠 지경이었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선 3%가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新르네상스’ 주름잡는 ‘바그다드 농간꾼’

중동의 신르네상스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이라크 재건시장은 최근 한국기업의 건설 프로젝트 수주가 활황을 띠고 있다. 지난번 한화건설의 80억달러 신도시 건설, T50 고등훈련기, 대우건설의 알파오 항만사업 수주 등 2014년 우리기업의 수주금액은 100억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금년부터 우리 중소기업의 이라크 중소 재건시장에 대한 진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바그다드 상인’으로 유명했던 이라크 현지 에이전트나 발주처의 농간으로 중소기업의 피해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작년 한 해 기승을 부렸던 이라크 재건사기는 현지 무역관의 적극적인 홍보로 감소된 반면 이라크 현지 에이전트나 바이어 농간에 따른 피해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대금결제와 세금문제 등 수출과 직결되는 문제들로 중소 재건시장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을 힘들게 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KOTRA 바그다드무역관에 접수된 우리 중소기업 애로사항과 요청사항은 월 평균 100건에 육박한다. 이중 현지 에이전트나 바이어의 농간에 따른 애로사항이 2012년 5건에서 2013년 상반기에 12건, 하반기에 30건으로 대폭 증가 추세에 있다.

이중 50% 이상은 대금결제와 세금문제에 집중돼 있다. 나머지는 계약을 미끼로 제품기술 정보와 가격정보 입수 후 잠수타기, 제조업이 아닌 한국 무역업체의 약점을 이용 과다한 커미션 요구, 발주처 사칭 등 다양하다.

KOTRA 황의태 바그다드무역관장은 이라크 재건시장은 세계적으로 가장 폐쇄된 시장이라며 “각종 피해방지를 위해 반드시 사전에 KOTRA 바그다드무역관을 통해 발주처와 수출계약, 세금 등의 진위여부를 파악 후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밝혔다.

당황하지 말고 현지 KOTRA 무역관 찾아야

R사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KOTRA 바그다드무역관에 도움을 요청하고 직원을 급파했다. 무역관은 작년 한-이라크 포럼 등의 행사를 통해 이라크 석유부와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은 직원을 긴급 배치해 미수금 문제를 해결토록 했다. 현장 화물검사를 한 후 이상 없으면 잔금을 지급키로 합의해 문제가 해결됐다.

결국 이는 현지 바이어의 농간이었다. 한국기업이 어려움에 빠질수록 에이전트의 수수료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바이어와 공모할 수도 있지만 에이전트 단독의 농간으로 피해를 당할 수도 있는 전형적인 사례다.

M사도 현지 무역관을 두들겼다. 무역관은 친분이 있는 현지의 유능한 변호사 3명의 자문을 받아 문제를 해결했다. 이 세금은 원천징수세로 이라크 재건사업에 단순 납품의 경우는 세금이 면제되고, 현지 용역 및 서비스 제공시는 서명식 장소에 불문하고 3%의 세금을 내야했다. 바이어가 정확한 세법을 몰랐거나, 해외 서명식을 빙자해 여행비나 커미션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