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특허등록 유지비 부담 애물단지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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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묻지마’ 특허등록 유지비 부담 애물단지 전락 출원만 해도 효력 있어…꼭 필요한 특허만 심사청구

기사입력2016-01-14 00:00

이혜원 기자 (dips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특허로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이라면 일단 출원만 해둔 뒤 심사청구는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 나왔다.

특허청 김광식 심사관은 13일 열린 사물인터넷 특허 관련 세미나에서 “특허로 사업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특허 등록을 받을 필요는 없다”면서 당장 등록을 받아야 하는 특허가 아니라면 출원 시점으로부터 5년 이내에만 청구하면 되는 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심사관은 특허에 대한 관점을 바꿀 것을 주문했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연구개발에 대한 결과물로 으레 특허를 출원하는데, 이런 특허는 사실상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특허는 권리를 구축하는 일이다. 내부 여력이 없다면 변리사에게 연구 용역을 줘 새로운 특허를 여러 개 만들어낼 수도 있다”면서 “특허는 시간과 비용을 들인 만큼 효과를 낸다”고 했다.

특허에 투자를 하라는 게 최대한 많이 등록을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출원과 동시에 심사청구를 하는데,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심사청구제도에 따라 우리나라는 심사청구를 한 출원에 한해서만 심사를 진행한다. 출원인은 출원한지 5년 이내에 심사청구를 하면 언제든 심사를 받을 수 있다.

특허는 출원만 할 경우 전자출원이 4만6000원, 서면출원이 6만6000원(한국어 기준)이다. 그러나 심사청구를 할 경우 심사비로 14만3000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며, 청구범위가 1항 추가될 때마다 4만4000원씩 가산료가 붙는다.

더 큰 문제는 유지비 개념인 연차등록료다. 특허는 오래 보유할수록 유지비가 올라가는 누진 구조다.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특허를 오래 가지고 있으면서 기술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특허 등록이 되고나면 최초 등록된 해부터 3년까지는 매년 1만5000원씩 내야하며 4~6년차에는 연간 4만원, 7~9년에는 10만원, 10~12년에는 24만원, 13~25년에는 36만원씩 납입해야 한다. 특허로 사업을 하는 기업의 경우 특허가 한 개만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지비 문제로 특허를 포기하는 기업도 수두룩하다.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이 특허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4년 9월까지 연평균 5만2000여건의 특허가 포기됐다. 연차등록료 미납으로 인한 포기가 95%였다. 권리화하지도 못할 특허를 무조건 등록만 해 놨다간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허는 출원만 해 놓아도 추후 법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가령 A기업이 2014년 특정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심사청구는 하지 않았는데, B기업이 2015년에 동일한 내용의 특허를 출원한다면 A기업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특허권을 부여하는 선출원주의에 따라서다.

빠른 심사가 필요할 때 일정 기준을 충족한다면 우선심사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본래 특허는 심사청구 순서대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나 ▲출원공개 후 제3자가 공개된 발명을 실시하는 경우 ▲방위산업, 공해 방지, 수출 촉진과 관련된 출원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기업의 출원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의 출원인 경우 우선심사 대상이 된다.

일반 특허는 등록까지 평균 10개월이 소요되는 반면, 우선심사 특허는 평균 2.5개월이면 완료된다. 김 심사관은 “우선심사는 빠르게 심사를 해야하는 특성상 일반심사에 비해 등록률은 높다. 다만 나중에 무효가 될 확률도 높은 것이 단점”이라면서 “여러 상황을 감안해 각 기업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