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법인카드 올스톱 “기업회생 환상깨라”

프린트

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대출 법인카드 올스톱 “기업회생 환상깨라” 회생해도 신용 없어 사업 난항…중소기업 법정관리 졸업 극소수

기사입력2016-01-28 12:00

2013년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동양그룹이 채무를 모두 변제하고 지난 25일 종결을 신청했다. 법원이 종결 판결을 내리면 웅진, 쌍용차, 대한해운 등에 이어 동양도 법정관리 후 정상화 된 기업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기업회생(법정관리)이란 일시적으로 재정파탄에 이른 회사가 채무를 탕감 받거나 지급을 유예할 수 있는 제도다. 회생계획을 제출한 회사가 법원으로부터 인가를 받으면 계획에 따라 매달 일정금액을 상환하게 된다. 부채에 허덕이는 기업이라면 한번쯤 고려해 보는 제도이나,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27일 벤처기업협회가 주최한 기업회생 세미나에서 유성만 태경회계법인 공인회계사는 연간 약 2000개의 사업장이 회생 신청을 한다고 했다. 신청 기업 중 약 40%가 회생계획 인가를 받는데, 인가 후 채무를 모두 상환하는 곳은 10%도 안된다. 90%는 결국 파산 수순을 밟는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회생을 졸업하는 비율이 1%도 안된다고 단언했다.

기업회생 계획서만 보자면 그리 어려울 것이 없어 보인다. 유 회계사가 상담한 기업의 사례를 보면 매달 5억원씩 이자로 상환하던 A사는 기업회생을 신청해 부채를 탕감 받았다. 그 결과 매달 3억원씩 원금을 상환하는 법정관리 일정이 짜였다. A사 대표는 너무 쉬운 일이라며 코웃음을 쳤지만, 결국 기업회생은 실패했다. 회사의 신용이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 회계사는 “기업회생을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회사 신용의 대출 신용장 개설, 보증서 발급, 외상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법인카드조차 만들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기업회생을 종결해도 한동안은 신용을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회생 절차에 돌입한 기업의 매출액이 회생 이전의 50%만 유지해도 성공한 사례라는 것이 유 회계사의 말이다. 연 매출이 1000억원인데도 컨설팅을 받은 뒤 기업회생을 포기하고 파산을 선택한 기업도 있었다. 그만큼 신용거래 없이는 기업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B2C 기업이라면 기업회생 중에도 매출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픈마켓에서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물건을 파는 경우 기업 신용이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기업회생 중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며, 설사 안다고 해도 품질이 좋고 제때 물건이 도착한다면 굳이 꺼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기업의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다면 중소기업청의 재기지원사업을 활용해볼 수 있다. 경영애로기업, 경영위기기업, 회생가능성이 있는 기업 등 경영위기 정도에 따라 나눠서 컨설팅 지원을 한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면 재창업 지원사업도 고려해볼 수 있다. 재창업 희망자에게 최대 1억원을 지원하며, 융자를 원하는 경우 최대 45억원까지 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