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없고 물량 줄고”…정책사각 소상공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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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청년 없고 물량 줄고”…정책사각 소상공인 고령화·과밀화에 3D업종 저임금 ‘고민’…“창업자금 90%가 임대료”

기사입력2016-02-29 14:00

29일 이른 아침,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곳은 부산했다. 기계·금속 공구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은 다시 한 주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리를 기준으로 나뉘어진 상가 블럭마다 빈 점포가 1~2군데씩 눈에 띈다.

이곳에서 등산용 스틱을 생산·판매하는 에스에스스포츠 김경원 대표는 “최근 몇 년새 10곳 건너 빈 점포가 생겨나고 있지만, 거래가 되지 않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몇년 전부터 잔업하는 업체도 거의 사라졌다”고 귀띔했다. ‘1인 기업’인 그는 “나처럼 1~2인 업체가 이곳에는 수두룩하다. 10명 이상 직원을 두고 있는 곳은 정말 애국하는 기업”이라고 빗대어 말했다. 김 대표는 서울국제발명전시회서 금상을 수상하는 등 독자적인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판매할 판로를 개척하는 게 만만찮다고 토로했다.

‘1인 기업’인 에스에스스포츠 김경원 대표가 지난 26일 열린 ‘전국소상공인대회’에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소공인진흥협회에 따르면, 1970년대 철강산업의 메카라고 불렸던 문래동에 있는 업체의 89% 가량은 10년 이상의 업력을 갖고 있는 베테랑이다. 하지만 현재 업체당 종사자 수는 평균 2~3명 수준이며, 대부분이 4~5차 하청업체로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곳 한 제조업 관계자는 “문래동에 입주해 있는 산업들이 3D업종이라 젊은이들이 기피하고 있고, 종사자들의 평균 나이도 고령화되고 있다”며 “특히 월급이 적어 배우려는 사람도 없다”고 푸념했다. 그는 “물량 수주 건수가 줄어들어 또다시 사업자금을 대출 받았지만, 만기도래에 따른 대출연장 조건이 까다롭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자금부족은 소공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2개월 전 소상공인창업사관학교를 수료한 후 창업에 나선 메이커스스퀘어 대표 박나윤씨는 가게 마련이 고민이다. 권리금이 문제였다. 박씨는 “연남동·연희동 등 홍대 인근의 경우 월세 200만원에 권리금이 8000만~1억원에 달한다. 메인스트리트의 경우 2억~3억원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박씨의 창업 아이템은 3차원으로 만든 설계도와 컴퓨터 기술을 바탕으로 플라스틱을 통해 조형물을 만들어내는 ‘3D프린팅’ 기술이다. 박씨는 “창업자금의 90%가 임대료”라면서 “무리한 대출을 받아 상권이 좋은 곳으로 가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했다.

상권이 활성화되자 임대료가 상승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기존 임차상인들이 가꿔놓은 터전을 떠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서울 이태원의 경우 2012년부터 맛집·카페 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50여개에 불과했던 음식점 수가 지난해 150여개로 300% 가량 급증했다. 임대료는 10년전에 비해 6배까지 껑충 뛰었다.

한편 중소기업청은 지난 26일 ‘제1회 소상공인의 날’을 맞아 자영업자간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상가임대료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상공인 활력회복 방안’을 마련했다.

방안에 따르면 지역별·분야별 과밀진입 기준을 수립해 ‘과밀창업지도’ 및 ‘상권정보시스템’을 제공한다. 지도에는 시도별 과밀업종 순위·창폐업 순위·인구당 사업체 순위 등이 담길 예정이다.

또 과도한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임대차 계약 갱신요구권 행사를 현행 5년에서 최대 10년으로 연장하는 ‘자율상권법’을 제정키로 했다. 임대차 보호기간을 연장(3→5년)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마련중이다. 현재 이들 법안은 각각 국회 산업위와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전순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정책사각지대 소상공인…고용보험 등 안전망 절실”

전순옥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장

“‘소상공인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것을 축하한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가장 낮은 계층에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정책적인 뒷받침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난 26일 ‘소상공인의 날’을 맞아 전순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중기이코노미와 가진 인터뷰에서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로 온 노동자들이 소규모 제조업을 영위하면서 오늘날 우리 한국경제의 근간이 됐다”며 하지만 “이들 소상공인들이야말로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계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