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해고…비정규직에게 더 큰 피해”

프린트

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저성과자 해고…비정규직에게 더 큰 피해” 능력중심 인력운영 vs ‘쉬운 해고’ 고용 불안…노·정갈등 못풀어

기사입력2016-03-07 14:00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 발표한 ‘공정 인사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등 양대 지침을 놓고 발생한 노·정 갈등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겠다며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등을 담은 양대 지침을 전격 발표했지만, 노동계는 ‘쉬운 해고’로 고용불안정을 야기시킨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개최한 ‘양대 지침 설명회’에 기업체 인사노무 담당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중앙회와 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단체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개최한 ‘양대 지침 설명회’에서 고용노동부 정지원 근로기준정책관은 “‘양대 지침’은 해고에 대한 정당성을 엄격히 하고, 연공서열 중심에서 능력주의 인사관리로 전환한 것”이라며 “근로기준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른 지침이기 때문에 노동계가 주장하는 ‘쉬운 해고’는 절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7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기 위한 ‘학대 해고’를 합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저성과자 해고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객관적 평가 통한 해고 vs 자발적 퇴사 유도 ‘학대 해고’=정 정책관은 해고와 관련 “근로자의 업무능력 결여, 근무성적 부진 등도 업무지시 불이행과 같은 비위 행위와 마찬가지인 해고사유가 될 수 있다”며 “‘객관적 평가’에 따라 교육훈련이나 업무전환 등의 기회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통상 해고’를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객관적 평가’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올 하반기께 목표관리(MBO)식 평가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집단평가·정성평가·상대평가를 최소화하는 대신 개별평가·계량평가·절대평가 방식으로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해고는 업무능력 위반·근무태도 불량·업무지장 초래 등의 ‘징계 해고’와 회사의 인수합병(M&A)이나 도산 등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경영상 해고’ 등만이 가능했다. 여기에 저성과자에 대한 ‘통상 해고’가 이번에 추가, 명시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김형동 변호사는 “통상 해고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규정한 법규범’이라는 강학상(講學上) 개념과는 달리 실무에서 그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 제도가 기업현장에서 수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사용자가 해고하기 전 저성과자에게 업무배치 전환 등의 교정 기회를 주는게 ‘명분쌓기용’으로 활용될 여지가 높다”며 “이 과정에서 자발적 퇴사를 유도하기 위해 생소한 업무를 주거나 무의미한 교육을 받게끔 하는 등 ‘학대 해고’를 합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업무 저성과 등 해고사건 추이

<자료=민주노총>

또 민주노총 박은정 정책국장은 “비정규직에 대한 저성과 해고는 2014년 36건에서 2015년 67건으로 2배 가량 급증했다”며 “노동위원회의 해고 사건을 살펴본 결과, 수습·시용·기간제 근로자에게 많이 발생하고, 특히 정리해고 대상자를 결정하는 상황에서 주로 발생한 것으로 볼 때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그 피해가 더 크게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충족시 취업규칙 변경 가능?=60세 정년 법정화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과 그에 관련한 취업규칙 변경도 논란거리다.

정 정책관은 “임금피크제는 정년 60세를 기준으로 퇴직 전까지 월급이 삭감되는 등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근로자의 동의를 구해야만 한다”면서도 “노조의 반대로 동의를 얻지 못한 경우라도 판례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에 따라 사용자의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근로자의 동의 절차를 입법화한 1989년 이후 적용된 논리다.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가 낮고 ▲사용자측의 변경 필요성이 있으며 ▲내용의 상당성 여부와 근로자측과 협의 노력 등을 감안한다는 게 요지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용해 무효인 취업규칙을 유효하게 해석한 것은 1989년 법제정 이후 딱 2건 뿐일 정도로 예외적”이라며 “사실상 노동관련 업무가 법률 보다 행정지침이 우선돼 온 점을 감안한다면, 인사노무 담당자들의 혼선과 근로자의 위기감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개 행정부 지침만으로 효과 기대하는 것 난센스”=고용노동부는 양대 지침 시행으로 능력중심의 임금체계와 합리적인 인력 운영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 정책관은 “근로계약 해지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근로자의 권익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하지만 “양대 지침 시행 2개월이 돼 가지만, 긍정적인 소식보다는 갈등만 조장하고 있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일개 행정부가 만든 지침으로 법률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자체가 난센스”라고 일축했다. 해고와 관련 노동위원회의 법률(근로기준법) 해석과 고용노동부의 지침이 서로 상충돼 관련 상담문의가 폭증하고 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