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특허 취소 쉬워진다…심사품질 개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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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특허변리 부실특허 취소 쉬워진다…심사품질 개선 기대 특허법 개정안 내년 3월 시행…“심사관 확충은 차차”

기사입력2016-03-10 00:00

지난해부터 특허청이 추진해온 특허법 개정안이 지난달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부실특허를 퇴출하기 위해 특허취소 신청제도와 직권 재심사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경쟁사의 특허감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특허심사청구기간은 단축한다. 심사품질 강화를 위한 심사관 확충은 차차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허취소제’ 도입, 잘못된 특허 퇴출=이번 특허법 개정의 핵심은 특허 품질 강화다. 내년 3월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에 따르면, 특허청은 특허취소 신청제도를 도입한다. 공고된 특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심판관이 검토하는 제도다. 검토 후 부실특허로 판명될 경우 해당 특허는 취소된다. 부실 특허를 조기에 취소해 시장의 혼란을 막겠다는 것이 취지다. 특허취소 신청 기한은 특허등록 공고 후 6개월이며, 누구나 특허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부실특허를 막기 위한 직권 재심사제도도 도입한다. 심사관이 특허결정을 한 뒤 명백한 거절이유를 발견했다면 결정을 번복하고 다시 심사할 수 있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특허결정이 떨어지면 하자를 발견해도 재심사를 할 수 없어 그대로 등록되는 문제가 있었다.

다만 직권 재심사는 설정등록 이전까지만 허용된다. 설정등록이란 출원인이 특허료를 납부하는 것을 말한다. 출원인이 특허결정이 난 직후 설정등록을 했다면 심사관이 특허에 하자를 발견했더라도 재심사를 할 수 없다. 출원인의 권리 안정성을 위해 재심사 가능 기한을 제한했다는 것이 특허청의 설명이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심사청구기간 단축…경쟁사 감시 부담 줄까=심사청구기간은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든다. 특허를 출원한 뒤 3년 이내에 심사청구를 신청하지 않으면 해당 특허는 취하된다는 의미다.

심사청구란 특허를 출원한 뒤 등록을 위해 특허청에 심사를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출원된 모든 특허에 대해 심사를 진행하는 반면, 한국 일본 중국 유럽은 심사청구를 한 특허에 대해서만 심사한다. 국내 기업들은 방어적 차원에서 출원만 해놓고 심사청구는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심사청구기간이 중요한 이유는 경쟁사의 특허 감시 부담 때문이다. A사와 B사에 핵심적인 기술을 A사가 선점해 출원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 A사는 출원만 해놓고 시장 상황을 보며 권리화 시점을 저울질한다. B사는 심사청구기간인 5년동안 A사의 특허등록 여부를 점검한다.

이 기간을 3년으로 줄인다는 것이 개정안의 내용이다. 현재 유럽특허청은 2년, 일본과 중국은 3년의 심사청구기간을 두고 있다. 다른 나라들과 견주면 한국이 길었던 게 사실이다.

특허청 특허심사제도과 구자욱 사무관은 9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1980년대 일본의 심사청구기간이 7년이었다. 당시 일본 사례를 고려해 우리나라는 5년으로 정했는데,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특허품질 개선, 근본 해결책은 ‘심사관 확충’=특허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심사관 수를 늘리는 것이다. 한국의 심사 처리기간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나 심사관 1인당 업무가 과중해 특허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특허청 국정감사에서는 특허무효 심판율이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부좌현 국회의원에 따르면 특허무효심판 인용률은 2014년 기준 53.2%다. 심판에 올라간 등록특허 10건 가운데 5건이 무효판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부 의원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무효심판 인용률은 각각 40.7%, 20.6%였다.

특허청 심사관 출신인 윕스 김종택 상무는 “심사 기간이 짧으면 무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무효율이 낮다는 건 심사관이 특허 하나를 오래 붙잡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 심사관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많은 특허를 심사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한국 심사관이 맡는 특허의 수는 1인당 연간 230건으로 일본(173건)이나 미국(70건)보다 많다.

이와 관련, 구자욱 사무관은 “심사관 확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맞다. 꾸준히 늘리곤 있지만 공무원 인력 충원과 관련이 있어 특허청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이번 특허법 개정은 현재 상황 내에서 특허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특허청의 자구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