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수출, FTA 외 잠정세율·ITA까지 챙겨라

프린트

세계시장 ㅣ 중국 對中 수출, FTA 외 잠정세율·ITA까지 챙겨라 아는 만큼 써먹는 중국 관세 활용 노하우…영유아·위생 용품 등 유망

기사입력2016-03-11 00:00

한중 FTA가 지난해 12월20일 정식 발효되며 1차 관세가 인하됐다. 그러나 수출기업이 중국 관세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잠정세율, 정보기술협정(ITA)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한중 FTA 협정세율보다 잠정세율이 저렴한 품목이 있는가 하면, FTA에서는 개방되지 않은 품목이 ITA에서는 대폭 관세가 인하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관세 30~70% 파격인하 ‘잠정세율’

잠정세율이란 중국 재정부가 1년에 한번 발표하는 수입상품에 대한 관세다. 그해 12월에 발표된 관세조정방안은 이듬해 1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올해 적용되는 잠정세율 품목은 787개다. 가방, 의류, 스카프, 선글라스 등 소비재에 대한 관세가 50%안팎으로 인하됐다.

한국무역협회 최용민 북경지부장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한중 FTA 활용 세미나에서 “잠정세율은 기본세율에 비해 30~70% 저렴하니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한다. 올해 잠정세율은 인하폭이 50%이상인 경우도 많다”면서 “한중 FTA 협정세율 혜택보다 클 수 있다. 세심하게 점검하고 유리한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털로 된 남성재킷이 대표적인 경우다. 모제남성재킷의 일반관세는 16%며, 한중 FTA 발효에 따라 올해부터 12.8%로 인하됐다. 그러나 잠정세율에 따르면 올해 모제남성재킷의 수입관세는 8%다. 한중 FTA 협정세율이 아닌 잠정세율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미다.

소비재 중에는 가방(15~20%→10%), 의류(14~25%→7~13%), 스카프(14%→8%), 담요(16%→8%), 선글라스(20%→6%), 진공보온컵(24%→12%) 등의 수입관세가 큰 폭으로 인하됐다. 그러나 한중 FTA와는 달리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므로 해당 제품의 가격경쟁이 치열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중국 재정부의 관세인하 조치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는 중국 소비자들의 고급소비재 해외구매를 국내로 전환시키겠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외열내냉(外熱內冷, 해외의 구매열기가 중국 내 보다 더 뜨거움)이라고 부른다. 무역협회가 인용한 중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시계, 가방, 의류, 주류 등 일부 고급소비재는 중국에서 구입하는 것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제품이라도 중국에서 사면 홍콩보다 45% 비쌌고 미국보다는 51%, 프랑스보다는 72%나 가격이 높았다.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도 있다. 국무원발전연구센터의 자오푸쥔 부연구원은 “경쟁 우위에 있는 수입소비재의 관세를 인하해 중국 기업들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경쟁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고 있는 공급 측(기업) 개혁과도 일맥상통한다. 최용민 북경지부장은 “중국의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에서 공급 측 개혁은 경제혁신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FTA서 빠진 셋톱박스·복합기, ITA로 혜택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컴퓨터모니터 등 전자기기를 중국에 수출하고자 한다면 정보기술협정(ITA)을 활용해 관세 혜택을 볼 수 있다. 발효 시기는 올해 7월이다.

한중 FTA 양허대상에서는 제외됐으나 ITA에는 포함된 항목도 있다. 위성TV수신 셋톱박스(중국세율 30%), 인쇄·복사 복합기(10%),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기기(8%) 등 22개 품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2개 품목의 대중 수출액은 2013년 기준 1억5000만달러(약 1800억원)에 이른다. ITA 참여국가는 WTO 회원국 중 53개국이다. EU 28개국을 포함해 한국, 중국, 미국, 일본이 포함돼 있다.

잠정세율과 ITA세율은 원산지 증명없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반면 한중 FTA는 원산지 증명서를 첨부하고 특혜관세 적용을 직접 신청해야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영유아용품, 환경 관련 상품, 위생용품 유망

관세가 싸다고 아무 제품이나 팔 수는 없다. 현재 중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어떤 제품이 유망할지를 살펴야 한다. 최용민 북경지부장은 한국기업이 ‘싼 제품’으로는 결코 중국을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최 지부장은 “전 세계 사치품의 46%가 중국에서 소비된다. 한국기업이 공략해야 할 시장은 중고가 시장”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예타이(新業態, 신유망업종)를 골라 진출한다면 중소기업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유망 품목은 영유아용품이다. 기저귀·냅킨의 대중 수출액은 2014년 기준 1억3000만달러(약 1560억원)로 현재 유한킴벌리의 하기스와 LG생활건강의 마미포코가 선전 중이다. 중국 기저귀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14.6%로 일본에 이어 2위다. 기저귀의 한중 FTA 협정세율은 기존세율인 7.5%로 유지됐으나, 중국의 수입 잠정세율 조치에 따라 올해는 2%로 적용된다.

조제분유도 중국의 젊은 엄마들을 중심으로 한국 제품의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 조제분유 수입시장의 대부분은 유럽산이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 제품의 점유율은 4.2%다. 남양, 매일, 파스퇴르 등이 중국에 분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연간 수출액은 6800만달러(약 815억원) 규모다. 관세가 15%로 비교적 높은 편인 조제분유는 한중 FTA 양허대상에서 제외됐다.

중국 내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며 환경 관련 상품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관련 상품으로는 가정용 공기청정기, 액체용 여과청정기, 가정용 정수기, 산업용 청정기 등이 중국으로 수출 중이다. 특히 가정용 공기청정기의 대중수출액은 1억3300만달러(약 1600억원)로 환경 관련 상품 중 가장 수출액이 크다.

샴푸, 린스, 치약, 칫솔, 비누 등 위생용품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중국 위생용품 수입액은 2억8270만달러(약 3390억원)로 10년 전보다 621%나 증가했다.

“對中 수출액 500만달러 넘으면 전담팀 꾸려라”

수출에도 노하우가 있다. 한국 브랜드라고 무조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완제품을 가져와야 ‘한국산’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최 지부장의 설명이다.

최 지부장은 “중국 소비자들은 같은 브랜드라도 중국산에 대해서는 의심을 갖는다. 중국에서 일본 기저귀가 인기가 많은데, 중국 본토에서 생산된 제품은 같은 브랜드라도 선호도가 떨어진다”면서 “한국에서 수출할 경우 반드시 한국에서 포장까지 완료했다는 표시를 해야 한다. 그래야 중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또 최 지부장은 대중 수출액이 500만달러 이상인 기업이라면 ‘FTA 수출전담팀’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단순히 관세비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가들과의 FTA도 고려해 원산지를 어디로 맞추느냐에 따라 혜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관세가 15%인 조제분유가 대표적이다. 조제분유는 한중 FTA 양허에서 제외됐으나, 중국과 호주간 FTA를 활용하면 한국 기업에도 기회는 있다. 중국이 호주에는 조제분유 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기업이 호주에 분유 공장을 두고 중국에 수출하면 원산지가 호주이므로 관세인하 혜택을 볼 수 있다.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의 수입 국가를 바꿔 관세 부담을 더는 방법도 있다. 중남미에서 부품을 수입해 유럽으로 수출하던 A기업은 해당 품목이 한-EU FTA 양허대상에 포함되면서 관세가 철폐됐다. 문제는 원산지였다. 현 상황에서는 중남미에서 가져온 부품 때문에 역내 부가가치 비율(RVC, Regional Value Content)이 기준치인 40를 넘기지 못했다. RVC 40이란 제품 부가가치의 40% 이상이 한국에서 만들어져야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해결책으로 A사는 부품 수입국을 중남미에서 그리스로 바꿨다. FTA 상대국에서 가져온 제품은 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EU회원국이므로 국산으로 인정돼, A사는 RVC 40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최 지부장은 “이처럼 세밀한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라도 전담팀을 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