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 어디에도 개성공단 만한 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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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세계 곳곳 어디에도 개성공단 만한 곳 없다” “개성공단 폐쇄, 국내 정치용 이용”…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기사입력2016-04-15 12:00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실태⑦]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2개월이 훌쩍 지났다. 입주기업들은 생산을 하지 못해 납품을 제때 맞추지 못하고 있고, 계약까지 취소되는 등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경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개성공단 주재원을 비롯한 근로자들 상당수는 실직하는 등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답답하고 황당하기는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총선이 치러진 지난 13일 대전에서 가진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정 회장은 “민간기업을 생사의 기로에 내 몬 정부의 조치는 법치주의에 반하는 것이고, 개성공단을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 겸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 ©중기이코노미

정 회장은 기자에게 법전을 펼쳐 보이며 ‘헌법 23조’를 가리킨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재산권의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적혀 있다.

◇“정부 스스로 헌법 23조 위반했다”=정 회장은 “중소기업을 영위하는 민간기업도 국민이다. 정부는 정치적 결정에 의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했으며, 법률에 따른 보상 조치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법률과 남북 당국간 합의사항을 위반했기 때문에, 스스로 보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못찾는 모순에 빠진 꼴”이라고 지적했다. 2013년 8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한 합의서에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조항을 예로 들었다.

정기섭 회장 등 뒤에 보이는 사진은 개성공단 현지법인이다. ©중기이코노미

그는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배경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정부의 폐쇄 조치는 ‘국내 정치용’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북측 근로자의 임금 일부가 북한 핵무기에 전용됐다면, 지난 2013년에는 왜 몰랐나? 핵무기 문제는 20년 전부터 제기돼 왔던 문제아닌가”라고 되묻는다. 정 회장은 “경제위기라고 하는데, 오히려 남북경협을 활성화해도 부족한 마당에 이를 막는게 말이 되느냐”며 “결국 이번 총선(4·13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밖에 해석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일단 정부가 입주기업에 대한 피해실태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피해대책이 적절하지 않을 경우 법적 보상을 요구하는 ‘특별법 입법청원운동’을 벌이는 것과 동시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개성공단 발전 없이 통일 없다”=정 회장은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의 장단점을 얘기하면서 수차례에 걸쳐 ‘통일’을 강조했다. 그 또한 개성공단서 사업하기 전에는 통일을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북측 사람들과 일을 하는 과정에서 통일로 가는 과정이 어떠해야 하는지 직접 피부로 깨닫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통일부에서 주관한 ‘통일정책최고위과정’을 통해 그의 통일론을 다져 나갔다.

정 회장은 “남북 당국간 대화가 막힌 상황에서 개성공단은 남북교류를 이어가는 마지막 연결고리”라면서 “중국·베트남 등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과 달리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필요한 자재를 전량 국내에서 들여올 수 있는데다, 특히 한계상황에 직면한 중소제조업체들에 활로를 열어주는 대안이었다”고 했다.

정기섭 회장은 서울(개성공단기업협회)과 대전(회사)을 오가면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무엇보다 개성공단은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계량화할 수 없는 요소가 있다고 강조한다. “서로 제도와 생각이 다른 분단국가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남북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일을 하는 개성공단은 적대감·불신·막연한 증오감 등 경제외적인 불안 요인을 불식시키고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자 장치”라는 것이다.

정 회장은 “통일 등 한반도 문제는 미·중·일·러 등 주변국과 관계돼 있다.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핵문제와 연결짓는데, 핵문제는 이들 다자간 회담 등 외교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면서 “(우리 정부가) 경제를 정치의 종속변수로 보고 있기 때문에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막연히 ‘통일 대박’을 외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도 했다.

◇비용·동질감…“개성공단만한 곳 없다”=정 회장의 회사는 2005년 개성공단내 토지 1만5000㎡를 분양받아 2008년 입주했다. 북측 근로자 1000여명을 고용하는 등 규모도 꽤 컸다. 3년간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서야 수익을 내는 등 정상궤도에 올랐다. 그가 개성에서 사업을 하기로 판단한 것은 무엇보다 수도권에서 가까워 물류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민족적 동질감도 한 몫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