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박, 비료로 만들어 ‘농업인·기업’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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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협력사는 파트너다 커피박, 비료로 만들어 ‘농업인·기업’ 윈윈 스타벅스, 폐기물처리 비용 줄이고…농가, 품질향상·판로확보

기사입력2016-04-19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미듬에서 생산해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농산물 가공식품들 ©중기이코노미

글로벌기업 스타벅스와 친환경 우리쌀 전문 미듬영농조합법인(이하 미듬)과의 만남, 어딘지 어색한 조합처럼 느껴지지만 ‘농업과 기업의 상생’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스타벅스에서 생기는 커피박을 농가는 비료로 활용하고, 농가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을 스타벅스는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스타벅스는 폐기물 처리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게 됐고, 미듬은 비료 구입비용을 줄이고 안정적인 판로를 만든 셈이다.

미듬영농조합법인 전대경 대표 ©중기이코노미

미듬은 평택, 안성 등 경기지역 농업인과의 계약재배를 통해 친환경 농산물을 유통하고 농산물 가공품을 제조·판매한다. 스타벅스와 미듬은 커피박 비료를 활용해 친환경 농산물을 재배하고, 이 농산물을 스타벅스 전국 750여개 매장에서 판매하는 자원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단백질·무기질 풍부한 커피박, 퇴비 재료로 안성맞춤

미듬의 대표이자 경기도 평택에서 2대째 농업을 영위하고 있는 전대경 대표는 우리 농산물의 품질을 높이고 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해답을 ‘커피박’에서 찾았다. 농업과 학업을 병행하며 대학에서 ‘우리쌀’로 농학박사 학위를 따기도 한 전 대표는 커피박이 비료로써 효능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접하고, 8년전 처음 스타벅스에 커피박 활용을 제안했다.

전 대표는 “커피박은 중금속 등 불순물이 섞여있지 않고 단백질과 질소, 인, 칼륨 등의 무기질이 풍부해 비료로 만들었을 때 농산물 품질을 향상시킨다. 또 커피 특유의 향이 있어 퇴비로 만들어도 악취가 적고 해충이 기피하는 효과도 있다”며 커피박을 비료로 활용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커피박을 활용한 친환경 커피 퇴비<사진=미듬영농조합법인>

지난해에는 ‘경기도·스타벅스·미듬 3자간 상생협약’을 통해 커피박 비료 생산과 농산물 가공품 판매를 시작했다. 미듬이 스타벅스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우리나라 옥.고.감’, ‘리얼 후르츠 사과’, ‘리얼 후르츠 배’, ‘블랙빈 라이스바’, ‘라이스칩’ 등이다. 스타벅스는 이 제품을 판매할 때마다 상품당 100원을 적립해 총 1억원의 상생기금을 마련했다. 상생기금은 커피박을 수거해 비료를 생산하고 농가에 무료로 배포하는데 사용한다.

스타벅스 사회공헌팀 송혜경 과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커피박을 비료로 활용하기 전에는 스타벅스에서 발생하는 커피박의 4% 정도만 매장 고객에게 제공했다”며 “미듬과의 상생협약을 계기로 2018년까지 커피박의 100%를 재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 과장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이번 협약을 위해 전국적인 물류시스템을 구축하고 물류비용을 부담하고 있지만, 폐기물처리 비용은 줄었다. 무엇보다 환경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우리 농가를 돕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기업이미지에 긍정적이다.

커피박 선순환 구조(위), 스타벅스는 커피박 재활용을 위해 전국적인 물류시스템을 구축했다.<사진=스타벅스>

통상 커피박은 생활폐기물과 함께 종량제봉투에 섞여 매립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4년 전국에서 발생한 커피박의 양은 완전히 건조된 상태를 기준으로 약 10만3000톤이다. 이 커피박을 모두 종량제봉투에 담아 매립한다고 가정할 경우 23억원의 종량제봉투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스타벅스 전국 매장에서 일년간 발생하는 3500톤의 커피박을 모두 재활용하면 15억9200만원 상당, 17만5000포대의 비료를 생산할 수 있다. 미듬은 이 커피 비료를 스타벅스에서 공급받아 농가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스타벅스·농업인·소비자 만족하는 자원 선순환 생태계

스타벅스는 커피박과 왕겨를 혼합해 비닐하우스 난방용 펠릿도 생산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매일 새벽에 일어나 농사 일을 하고 사무실로 출근한다는 전 대표는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왔기 때문에 농가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화학비료로 재배한 농산물과 친환경 커피 비료로 재배한 농산물의 품질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비료 구입비용을 줄여 농산품 품질을 높일 수 있고,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곳도 생겨 농업인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커피박은 왕겨와 혼합해 땔감용 펠릿을 생산하는데도 활용한다. 전 대표에 따르면 커피박에는 약 15% 정도의 기름이 포함돼 있어 펠릿 등 바이오매스 연료로 활용가치가 높다. 생산된 펠릿은 농가에 무료로 제공한다. 농가에서는 겨울철 이 펠릿을 비닐하우스 난방에 사용할 수 있어 난방비를 절약하고 습해·병충해 등을 줄여 농산물의 생산성과 품질도 높일 수 있다.

최근 우리 농산물 가공식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려고 준비 중인 전 대표는 그 과정에서도 스타벅스 덕을 봤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의 작은 영농법인이라 인지도가 없어 처음에는 막막했다. 하지만 스타벅스에 제품을 납품하는 회사라고 소개하자, 미국 현지 바이어들이 품질과 위생부문에 대해서 인정을 해줬다”며 현재 미국에 현지 직영점을 오픈하고 수출 준비에 한창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