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혜택 받으려면 원산지 사후검증 챙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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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FTA FTA 혜택 받으려면 원산지 사후검증 챙겨라 품목따라 원산지 판정 기준 상이…요건 위반한 경우 관세추징·벌금

기사입력2016-05-09 00:00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FTA 체결국가 확대로 수혜품목의 교역이 늘어남에 따라 원산지 사후검증도 함께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미국·EU 등 FTA 발효국이 한국기업에 원산지 사후검증을 요청한 건수는 2011년 84건에서 2012년 229건, 2013년 375건으로 증가했다. 2014년에는 500건 이상의 검증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사후검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FTA 활용기업 351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7.3%가 FTA원산지 관리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지만, 원산지 사후검증 대응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업체는 32.8%에 그쳤다. 그 이유로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사후검증 절차에 대한 이해부족, 협력사 관리 및 시스템 도입 비용부담 등을 꼽았다.

각 FTA에서 정한 원산지 결정기준 충족해야

원산지 사후검증은 FTA 수혜품목이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지 확인하고, 위반한 경우 관세추징이나 벌금 등의 제재를 가하는 행정절차를 의미한다. FTA 체결국 간에는 양국을 원산지로 하는 물품에 대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관세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단순히 생산 또는 제조가 이뤄진 국가를 원산지로 일컫는 것이 아니라 각 FTA에서 정한 원산지 결정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원산지 사후검증은 검증주체에 따라 협정별로 직접검증, 간접검증, 혼합검증으로 나눈다.

©중기이코노미

직접검증은 수입국 관세당국이 자국 수입자 뿐 아니라 수출국의 수출자나 생산자를 대상으로 직접 원산지 검증을 수행하는 방식이며, 대표적으로 한·미FTA가 해당한다. 간접검증은 수입국 관세당국이 검증요청을 하는 경우, 수출국 관세당국이 수출자와 생산자에 대해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는지 적정성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한·EU FTA, 한·터키 FTA 등이 있다. 혼합검증은 간접 또는 직접검증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 수행하는 경우와 두가지를 모두 혼합해 검증하는 방식이 있는데 전자는 한·페루 FTA, 후자는 한·아세안 FTA와 한·중 FTA가 해당한다. 검증방법과 절차는 한국과 FTA를 발효한 14개 협정별로 다르기 때문에, 검증 세부사항을 확인하고 협정에서 정한 회신 기간안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국제 상품분류번호 ‘HS코드’…공산품 적용 ‘세번변경기준’

FTA협정에서는 제품의 원산지를 속여 관세혜택을 받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품목별, 해당 국가별로 원산지를 획득할 수 있는 기준을 달리 정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 관세혜택을 받고자하는 제품이 어떤 품목으로 분류되는지 알아야 한다.

이는 HS코드라는 국제적인 상품분류번호를 통해 이뤄지며, HS코드로 원산지 충족기준을 판단할 수 있다. 같은 제품이라고 해도 용도나 쓰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관세청이나 유관기관 등으로부터 확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완제품뿐만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간 모든 부속품을 대상으로 한다.

제품의 원산지를 인정하는 방법에는 ①하나의 국가에서 완전히 생산 또는 획득한 물품에 대해 원산지를 부여하는 완전생산기준과 ②2개국 이상에 걸쳐 생산한 물품에 대해 원산지를 결정하는 실질적 변형기준이 있다. 실질적 변형기준의 판단기준으로는 세번변경기준이 주로 이용되고 제품에 따라 부가가치기준, 제조가공 공정기준 등을 부가적으로 활용한다.

©중기이코노미

완전생산기준의 경우 모든 생산과정이 국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주로 농·수산물이나 광산물 등의 1차 생산품에 적용하고 있으며, 대다수의 공산품은 세번변경기준이 적용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세번변경기준은 FTA특혜관세를 적용하고자 하는 물품이 2개국 이상에 걸쳐 생산돼 사용된 원재료의 HS코드와 완제품의 HS코드가 일정단위 이상 다른 경우, 해당 사실을 증명하면 완성품을 생산한 국가를 원산지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원산지증명서 ▲제조자진술서 ▲자재명세서(BOM) ▲거래명세서 ▲제조공정도 ▲작업지시서 ▲생산기록 등 역내산 물품 혹은 원재료의 구매 및 원산지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 증빙서류를 작성할 때는 품명, 규격, 수량 등의 기재사실이 서류마다 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BOM, 제조공정도, 원산지증명서…세번변경기준에 필요

세번이 변경됐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서류가 자재명세서, 거래명세서, 제조공정도 등이다.

자재명세서(BOM)는 제품을 구성하는 원재료의 내역이다. 일반적인 제품 생산과정에서 사용하는 부품과 완제품간의 관계, 원재료 소요량, 단위 등을 나타낸 것이다. 수출품을 구성하는 원재료의 HS코드뿐만 아니라 가격정보와 공급처 등의 정보가 기재돼 있어 원산지를 판정하고 검증할 때 중요한 자료로 활용한다. 특별한 양식이 없기 때문에 최종 완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공정단위별 제품과 투입된 자재의 명세 및 소요량을 표시해, 완제품이 어떤 공정과 구성을 통해 만들어지는지를 기록하면 된다.

제조공정도는 FTA 협정국에서 제품이 생산됐는지, 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단순공정을 지켰는지에 대해 확인하고, 실제 제조능력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서류다. 별도로 양식이 있는 것은 아니고, 제품의 공정 단계별로 어떠한 작업을 수행했으며 어떤 원재료를 투입했는지에 대한 상세설명이 있으면 된다. 일련의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보여주면 되는데, 일일·주간·월간 생산량보고서나 검수보고서 등 실제 국내에서 생산됐음을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서류가 증빙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관리해 두면 수월하다.

FTA종합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자재명세서 예시(왼쪽)와 미국 관세청(CBP)이 원산지 사후검증시 요청하는 정보제공요청서(CBP Form 28)<자료=FTA종합지원센터>

만약 외국에서 생산된 원료를 사용했을 경우 완성제품이 되는 과정에 HS코드가 변형된 사실이 있다면 이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또 별도의 제조시설이 없고 단순히 물건을 사서 수출하는 경우나, 부품들을 조립해서 완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물품을 구매한 회사나 실제 물품을 생산한 위탁 제조업체에 제조공정도나 공정사진 등을 요청해 갖고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자재명세서와 관련 원재료의 원산지를 표기한 경우 원산지확인서나 거래명세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원산지증명서는 수출품에 대한 원산지를 적용하는 국제통용서류이고, 원산지확인서는 원재료 또는 제품이 국내에 거래되는 경우 그 거래물품의 원산지를 확인해주는 서류다. 원산지확인서의 경우 ▲공급하는자 ▲공급받는자 ▲적용대상 협정 ▲원산지결정기준 등을 기록하면 된다. 원산지확인서와 원산지증명서는 작성자가 책임을 지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밖에도 관세당국은 원산지를 충족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단가 등 비용정보, 인건비 구성자료, 출퇴근 기록이나 원천징수내역서 등을 요구하기도 한다. 민감한 자료일 경우 관세당국에 요청해 수입자를 통하지 않고 직접 서류를 제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모든 원산지 소명자료에는 작성자의 이름과 회사의 직인을 찍어 자료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수입자-수출자, 수출자-국내공급업체 간 상호협력 중요

원산지 사후검증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계약단계에서부터 수입자-수출자, 수출자-국내 공급업체 등 관련 당사자 간의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고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사전에 계약서를 작성할 때 사후검증 대응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관세추징에 따른 손실분담비율과 상호 통보의무, 서류제공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좋다. 협력업체가 많은 섬유 등의 제조기업일수록 이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특히 한·미FTA와 같이 직접검증방식을 채택한 협정의 경우 수입자가 한국 수출자에게 검증요청 사실을 늦게 통보하면 검증대응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긴밀한 협조관계가 있어야 한다. 또 수출자의 동의 없이 수입자가 임의로 수입상품취급수수료 등 추가특혜를 신청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실례로 국내에서 화장품 원료를 미국으로 수출하던 A업체는 수입자의 수입상품취급수수료(MPF) 면제 신청 때문에 원산지 사후검증을 받게 됐다. 신고가액의 0.34%에 해당하는 적은 금액이지만, 수출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이뤄지거나 거래 금액이 클 경우 무시할 수 없는 특혜다. 그 때문에 수입자는 A업체에 통보 없이 임의로 한국산으로 기록했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A기업은 피해를 입고 말았다.

이외에도 검증주체가 되는 관세당국 실무자의 눈높이에 맞춰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작성해야 한다. 특히 직접검증을 채택하고 있는 미국 등의 경우 모든 소명자료를 영문으로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용어사용과 번역이 중요하다. 또 모든 서류의 내용이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일관성 있게 작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FTA 원산지 관련 자료는 사후검증이 끝나더라도 5년 동안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