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협동조합의 미래 ‘뭉치면 코(CO)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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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소상공인협동조합의 미래 ‘뭉치면 코(CO)끼리’ 괄목할 성과 불구…먹튀, 자생력 약화, 조합원과 동종업종 갈등 과제

기사입력2016-05-24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CO-끼리’ 협동조합이 대안…①조합원·동종업종 갈등 과제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설립한 소상공인협동조합은 전국적으로 1497개에 이른다. 제조업의 경우 10인미만으로 설립을 제한하는 등 소상공인협동조합 구성요건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다. 조합원들의 평균 매출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조합원들의 평균 매출액은 2013년 설립 초와 비교해 2013년말에는 6.2% 증가했고, 2014년에는 전년대비 11% 늘었다. 지난해 역시 전년대비 12.6% 증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개별적으로는 영세한 소규모의 소상공인이지만, 연대와 협업을 통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코끼리(CO-끼리)’ 같은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4년차에 들어서면서 부작용과 보완해야 할 숙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는 ‘CO-끼리 협동조합이 대안’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소상공인협동조합 현장을 탐방하고, 나아갈 방향과 개선점을 찾고자 한다.

세계적인 키위 브랜드인 ‘제스프리’는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협동조합이다. 1980년대 키위 수출업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키위 가격이 폭락하고 농가들이 줄파산하는 아픔을 겪으며 제스프리는 태어났다. 키위 농가들이 제스프리라는 브랜드 하나로 수출하자고 합의, 1997년 뉴질랜드 키위 수출마케팅을 전담하는 제스프리 인터내셔널이 설립됐다. 이 뿐만 아니라 키위를 선별 포장하는 80여개 사업체들과 운송업체·비료생산업체도 모두 농부들의 공동 소유다. 제스프리는 협동조합 방식의 여러 자회사를 세워 농가소득을 극대화해 협동조합 모범사례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이에대한 논의와 협동조합 설립이 활발하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5월 현재 일반협동조합, 일반협동조합연합회,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등을 포함한 전체 협동조합 수는 9409개에 이른다.

‘소상공인’ 및 ‘협동조합’ 법적 개념

<자료=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기업 골목시장 잠식, 협동조합에 주목=대형마트, 프랜차이즈 등 대규모 유통업체가 골목상권을 잠식해 가면서 영세상인들의 경영이 악화되고,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공동구매·공동브랜드 등 공동마케팅이 제시됐고,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이 생겨나면서 ‘소상공인협동조합’에 주목하게 된다.

소상공인협동조합은 법률 또는 학술적으로 정립된 개념은 아니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이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소상공인간 공동사업 지원을 고민하던 중 만들어진 개념이다.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소상공인’과 ‘협동조합’을 접목해 소상공인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동네빵네 협동조합 빵집 ‘하얀풍차’<사진=동네빵네협동조합 공식 페이스북>

◇내년 2000개 협동조합, 3만여 소상공인 참여 목표=지난해말 기준 설립된 소상공인협동조합 수는 전국적으로 1497개다. 소진공은 2017년까지 2000개의 소상공인협동조합을 설립하고, 3만명 이상의 소상공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소상공인협동조합 설립지원 4년차를 맞으며 눈에 띄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수차례 알려진 ‘동네빵네 협동조합’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들의 집중포화 속에서도 살아남은 동네빵집 11곳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다. 소진공이 지원한 사업비 2억2000만원을 기반으로 조합원들이 3000만원씩 출자금을 내, 2014년 1월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공동공장을 세웠다.

‘동네빵네’는 ‘좋은 재료로 빵 만들기’를 협동조합 목적으로 정하고, 이를 공동브랜드로 사용해 홍보와 판촉을 시작했다. 그 결과 매장마다 판매하는 빵의 종류가 평균 20% 많아졌고, 평균 매출은 30% 늘어났다. 특히 규모가 작은 조합원 매장들의 매출이 기대이상으로 증가했다.

◇협동조합 구성한다면 소진공 지원 활용을=소상공인협동조합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5인 이상의 소상공인이 참여해야 하고 전체 조합원의 80% 이상이 소상공인이어야 한다. 유흥·향락업, 주점업, 입시학원 등의 업종과 대기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참여할 수 없다.

소상공인협동조합을 구성했다면 소진공으로부터 ▲공동장소임차 ▲공동설비 ▲공동R&D ▲공동브랜드 ▲공동마케팅 ▲공동네트워크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원분야마다 지원금액은 다르지만, 공동설비의 경우 최대 1억원까지 지원한다.

2016년 소상공인협동조합 지원내용

<자료=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의류업 ▲제과점 ▲자동차정비 ▲식료품소매 ▲문구서점 ▲화장품 ▲음식외식업 등과 같이 대기업의 시장진입이 잦았던 업종과 ▲제조업 ▲철물점 등의 소공인은 우대한다. 협동조합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전체 사업비 중 20%다. 협동조합원 50%이상을 만 39세 미만인 청년으로 구성하면 자부담금률은 15%다.

◇자생력 약화…정부지원 협동조합의 한계=우리나라 소상공인협동조합은 정부지원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 자력으로 활동하는 해외의 협동조합들과는 차이가 있다.

소상공인협동조합 BI ‘두레별’<자료=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진공은 협동조합에 대한 정부지원은 아직 개념이 생소한 협동조합을 빠르게 정착시키기 위한 ‘처방약’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정부지원으로 협동조합이 난립하고, 지원금만 챙기는 일종의 ‘체리피커’를 양산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 정부지원에만 기대 운영하는 경우, 협동조합의 자생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협동조합 내부적으론 이해관계가 다른 조합원들간의 갈등을 조정해야 하고, 안정적인 경영을 통해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협동조합 외부적으론 유사 동종업계와의 경쟁 그리고 공존도 함께 도모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성격 자체가 시장 내에서 독점 또는 과점화를 지향하는 트러스트 성격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고, 그 경우 유사 동종업계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