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사업하면서 ‘문화예술 플랫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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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각자 사업하면서 ‘문화예술 플랫폼’ 만든다 예술인-소비자 중개 異種 협동조합…예술과 지역사회 공존 꿈꾸다

기사입력2016-06-07 00:00

조상현 기자 (chopd@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CO-끼리’ 협동조합이 대안…④문화예술사업화협동조합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설립한 소상공인협동조합은 전국적으로 1497개에 이른다. 제조업의 경우 10인미만으로 설립을 제한하는 등 소상공인협동조합 구성요건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다. 조합원들의 평균 매출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조합원들의 평균 매출액은 2013년 설립 초와 비교해 2013년말에는 6.2% 증가했고, 2014년에는 전년대비 11% 늘었다. 지난해 역시 전년대비 12.6% 증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개별적으로는 영세한 소규모의 소상공인이지만, 연대와 협업을 통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코끼리(CO-끼리)’ 같은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4년차에 들어서면서 부작용과 보완해야 할 숙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는 ‘CO-끼리 협동조합이 대안’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소상공인협동조합 현장을 탐방하고, 나아갈 방향과 개선점을 찾고자 한다.

음악 전공, 산업미술 전공, 디자인 전공…게다가 공대 출신까지. 서로 다른 전공자들이 한데 모여 문화예술을 논한다? 어째 공통분모를 쉬이 찾아볼 수 없지만, 조각을 맞춰나가다 보면 이들의 일곱빛깔 무지개를 만날 수 있다. 서로 다른 차이점을 인정하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이들, 서울 동작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안에 있는 문화예술사업화협동조합을 찾았다.

전공도 사업도 다른 이들이 문화예술을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중기이코노미

◇예술을 공통분모로 뭉친 ‘이종(異種)’ 협동조합=동일한 업종끼리 모여 결성하는 대개의 협동조합과 달리 이곳은 독특하다. ‘이종(異種)’ 협동조합이다. 다시말해 서로 다른 업종간 연합형태를 띠고 있다.

조합 구성을 보면 법인사업자 2곳과 개인사업자 3곳, 그리고 개인 등 모두 6명이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박인혜 협동조합 이사장(㈜아이엔투엔터테인먼트 대표)은 클래식음악 공연 활동을 하고 있다. 신대건 이사(듀퍼주식회사 대표)와 김연수 이사(엘레프니스 대표), 이지은 이사(아리스페이스 대표)는 공예 디자인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생명공학을 전공한 임종민 이사(씨알 대표)는 식물조경사업 및 기능성 배양토를 개발하는 사업가다. 여기에 고우리씨, 김동규씨, 김명수씨 등이 뜻을 같이 해 참여하고 있다.

무엇 하나 연결고리가 없을 것 같으면서도 문화예술과 관련한 일이 있으면 모두 참여해 척척 진행해 나간다. 음악·미술공예·생명공학 등 전공분야는 각자 달라도 ‘예술’이라는 공통분모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자장인 셈이다.

박인혜 이사장이 서울 동작구 행복지원센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문화예술사업화협동조합>

서울의 한 대학 창업보육센터에서 만난 이들은 6개월간 마라톤회의 끝에 지난해 3월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온라인에서 문화예술 플랫폼(YESULIN)을 만들어 예술인과 소비자간 ‘중개 역할’을 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이들은 문화체육관광부·서울시 등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각종 공모전에 응모해 당선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때문인지 기업체 등에서 알아보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났다.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치과병원은 이들에게 음악회 행사를 의뢰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칠순잔치 행사도 이들이 맡기도 했다.

공모전 수입과 알음알음 행사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지난해 말 기준 4010만원. 350만원의 출자금으로 시작한 이들의 첫걸음치곤 연착륙한 셈이다.

◇‘고단한 예술인’에 대한 후원도 아낌없이=사실 이들이 문화예술을 사업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박 이사장의 개인적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성악을 전공한 그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국립음악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재원이다. 하지만 힘든 유학을 마치고도 귀국을 하면 프리랜서로 활동해야 하는 클래식 음악계의 관례를 보며, 자신이 성악가보다 공연예술계에 서비스를 만드는 사업가가 적합하다는 판단을 했다.

지난해 2월 문화예술사업화협동조합 창립총회 후 조합원들이 기념사진을 남겼다.

박 이사장은 “흔히 ‘예술은 배고픈 직업’이라고들 하지만 도시인들의 팍팍한 삶을 풀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예술이라고 믿는 만큼, 예술인과 도시인을 묶어주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자신이 ‘고뇌하는 예술인’의 행보를 걸어서일까. 행사기획시 무대에 선 예술인들에게 책정된 비용은 중개수수료 없이 곧바로 지급한다.

임종민 이사는 “당분간 중개수수료 없이 예술인들에게 지급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각자 사업영역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수익분배 문제는 차후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또 이들은 신생 예술단체를 넉넉하지 않지만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얼마전 신생 연주단인 콰르텟(4중창단) 공연을 후원했는데, 벌써 6번째다.

무엇보다 이들에겐 음악·미술 분야의 ‘예술인 데이터베이스’(DB)가 자산이다. 현재 이들이 보유한 예술인 DB는 500여명. 3000명까지 DB를 늘리는 게 이들의 목표다.

“예술이 지역사회 속에서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꿈꾼다. 음악을 연주하는 예술인들과 주민들(소비자들) 사이에 우리와 같은 문화기획자들이 존재하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사명감과 소명의식마저 든다” 예술정신을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문화기획자 박 이사장의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