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산업의 새로운 메카 남대문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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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주얼리산업의 새로운 메카 남대문 일대 조합 공동장비로 공동생산…'자체 브랜드 '픽콕' 공동판매가 목표'

기사입력2016-06-01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CO-끼리’ 협동조합이 대안…③서울주얼리협동조합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설립한 소상공인협동조합은 전국적으로 1497개에 이른다. 제조업의 경우 10인미만으로 설립을 제한하는 등 소상공인협동조합 구성요건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다. 조합원들의 평균 매출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조합원들의 평균 매출액은 2013년 설립 초와 비교해 2013년말에는 6.2% 증가했고, 2014년에는 전년대비 11% 늘었다. 지난해 역시 전년대비 12.6% 증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개별적으로는 영세한 소규모의 소상공인이지만, 연대와 협업을 통해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코끼리(CO-끼리)’ 같은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4년차에 들어서면서 부작용과 보완해야 할 숙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는 ‘CO-끼리 협동조합이 대안’이라는 기획연재를 통해 소상공인협동조합 현장을 탐방하고, 나아갈 방향과 개선점을 찾고자 한다.

핸드메이드 방식과 캐스팅 방식이 접목된 주얼리 작품 ©중기이코노미

대학생 서포터스의 도움을 받아 탄생한 협동조합 공동브랜드 ‘픽콕’ <자료=서울주얼리협동조합>

첨단기계를 활용한 대량생산 등 최근 주얼리산업의 환경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영세 주얼리 공예인들이 모였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주얼리 생산·판매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남대문 일대에 주얼리산업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주얼리협동조합의 이야기다.

세계시장에서도 정교하고 유려함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의 보석세공 산업은 대표적인 도시형 제조업이다. 우리나라 귀금속공예의 메카라면 흔히 종로 일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남대문을 중심으로 활동중인 주얼리 공예인이 70~80명 이상, 적지 않은 규모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종로에서는 상품을 대량으로 취급하는데 반해 남대문에서는 천연보석이나 쉽게 구할 수 없는 소품종 디자인 제품들을 취급하고 있다고 한다.

평균 30~4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소규모 영세 공예인들이다. 남대문에서 주로 수작업으로 제품을 생산해오던 이들은 주얼리산업의 최근 환경변화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협동조합, 첨단기계 앞세운 대량생산 체제의 대안

조합원들이 모여 주얼리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 <사진=서울주얼리협동조합>

서울주얼리협동조합 최옥남 이사장은 “첨단기계를 앞세운 대량생산을 이겨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소규모 공방을 운영하는 이곳의 공예인들은 시장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적자운영을 하다 폐업을 하고 일자리를 잃는 경우도 있었다.

또 핸드메이드 제품에도 캐드 및 주조기기, 레이저 관련기기의 사용빈도가 높아지면서 첨단기계를 활용한 작업이 일반화됐지만 영세한 이들이 고가의 장비를 개별적으로 구입할 수 없었다. 디자인개발과 생산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최 이사장은 “이전에는 귀금속 세공을 위해 조형기·각인기·레이저용접기 등을 사용하려면 인프라가 몰려있는 종로에서 비싼 가격을 지불하며 이용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장비사용 비용도 비용이지만 고유의 디자인이 유출되는 일도 빈번했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던 공예인들은 2013년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소상공인협동조합사업을 보고 뜻을 모았다. 이 지역에서 오래 일하며 잘 알고 지내던 공예인 5명이 모여 ‘남대문주얼리협동조합’을 만들고 소진공의 ‘협업화 장비 지원사업’을 신청했다. 소진공은 ‘쾌속조형기’·‘레이저마킹기’·‘레이저용접기’ 등 2억1500만원 상당의 장비를 구매해 무상으로 이들에게 줬다.

쾌속조형기는 주얼리 원본을 만들어보는 작업을 하는 장비이며, 레이저마킹기는 레이저를 이용해 주얼리에 이미지나 텍스트를 새겨 넣는 작업을 한다. 또 레이저용접기는 금속과 금속의 접합부분을 붙이는 작업을 할 수 있다.

이들은 조합사무실을 마련해 공동장비를 사용하는 한편 조합운영을 위해 5명의 인원을 추가로 고용했다. 이후 서울주얼리협동조합으로 명칭을 변경했고 조합원은 현재 13명까지 늘었다.

공동장비로 인한 인프라개선이 주얼리산업 활성화 가져와

주얼리의 원본을 만드는 쾌속조형기(왼쪽)와 레이저 용접기로 작업하는 모습(오른쪽) ©중기이코노미

최 이사장은 “협동조합이 생겨 남대문 일대의 주얼리산업이 더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공예인들이 가까운 곳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자유롭게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됐고, 이로 인해 조합원들의 매출액이 20%가까이 상승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주얼리협동조합에서는 공동장비를 조합원이 아닌 인근 공예인들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또 소모품이나 재료를 공동구매해 판매하고 있어 남대문 일대에 귀금속 세공을 위한 인프라를 개선시키는 성과를 가져왔다.

최 이사장은 “귀금속 세공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다 보니 젊은 사람들도 일을 배우고자 많이 찾아와 보람을 느낀다”며 그간 기술을 전수할 만한 후배를 찾는데 어려움을 느꼈던 속내를 내비쳤다.

공동제품 판매를 통한 조합의 자립이 최종 목표

서울주얼리협동조합은 월례 회의를 통해 조합원간의 의견을 나누고 경영교육 등을 한다. <사진=서울주얼리협동조합>

최 이사장은 “이 사업이 일회성으로 자금만 제공하고 끝나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 협동조합 입장에서는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설비를 이용해 제조공정을 개선하고 우수한 제품을 생산해 매출을 증대시키는 것이 주얼리협동조합의 첫번째 과제”라고 최 이사장은 말했다. 주얼리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개별적인 사업매출을 제외하고 조합 소유의 귀금속장비 사용료 등 2014년 7400만원의 매출, 지난해 1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조합의 공동수입인 이 돈은 공동판매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공동생산에서 공동판매로 가기 위한 종잣돈인 셈이다.

주얼리협동조합은 월례회의를 통해 조합원간의 의견을 나누고 경영역량강화·고객만족경영 등의 교육을 하고 자격취득, 인재발굴육성 등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동브랜드도 만들었다. ‘픽콕’이라는 조합 공동브랜드는 지난해 대학생 서포터스의 도움을 받아 탄생했다. 화려하고 우아한 공작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픽콕 브랜드는 ‘깃털 하나하나가 모여서 아름다움을 뽐내는 공작처럼 조합원 모두가 아름다운 주얼리를 만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최 이사장은 “최근 협동조합에서 개발한 남성 주얼리 상품을 웹드라마 방송에 PPL상품으로 선보이고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며, “앞으로도 공동브랜드·공동디자인을 개발하고 조합의 제품을 국내외 시장에 공동판매 할 수 있는 판로를 만들어 조합이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