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사업자 다 다른데…일괄 단가후려치기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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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수급사업자 다 다른데…일괄 단가후려치기 위법 합의없는 일률적 하도급대금 감액…‘부당한 대금 결정’ 해당

기사입력2016-06-16 00:00

농기계 제조사 대동공업은 지난해 63개 수급사업자들과 납품단가 인하에 합의했다. 문제는 낮춘 단가의 적용 시점이었다. 이 회사는 납품단가 적용시점을 합의일보다 적게는 5일, 많게는 119일 이전까지 소급해 1억5400만원의 하도급 대금을 깎아서 줬다. 납품단가 적용시점을 합의일 이전으로 소급 적용하는 것은 하도급법 위반이다. 이 회사는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3800만원 처분을 받았다.

하도급대금은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이 가장 애로를 호소하는 문제다. 하도급대금 체불은 수급사업자의 임금체불로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요한 이슈다. 하도급대금 문제는 크게 두 축에서 논란이 발생한다.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불공정거래와 지급 과정에서의 논란이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삼성전자·현대차 일괄 단가 후려치기 하다 철퇴=하도급법에서는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수급사업자 입장에서는 납품단가가 부당해도 거래가 끊길까 두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합의해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도급대금이 낮다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급자가 많으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시장의 이치인 탓이다. 공정위에서는 수급사업자의 합의가 강요가 아닌 진정한 의사였는지로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공정위 서울사무소 제조하도급과 최영수 과장은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하도급대금 합의 과정에서 부당한 수단을 사용했는지가 관건이다. 당사자간의 합의가 진정한 의사에 기초한 것인지가 핵심”이라면서 “수급사업자가 당시 합의했더라도 추후 공정위 심판정에서 ‘원사업자가 합의하지 않으면 거래를 끊는다고 해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해당 발언이 수용된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원가 절감을 위해 협력사의 하도급대금을 일괄적으로 깎는 일도 빈번하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2003년 납품업체 7곳의 납품가 총액을 상반기에 6.6%, 하반기에 9.8%씩 일률적으로 낮췄다가 2008년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수급사업자별로 거래규모가 현저히 다름에도 일률적인 비율로 하도급대금을 낮춘 것은 하도급법 위반이라는 것이 제재 사유다.

현대자동차도 협력사 26곳의 납품단가를 일률적으로 인하했다가 공정위 처분을 받았으나 불복해 행정소송을 낸 전력이 있다. 2009년 대법원은 “수급사업자별로 경영·시장상황, 목적물의 종류, 거래규모, 규격, 품질, 용도, 원재료, 제조공법, 공정에 차이가 있는데도 동일한 비율로 단가를 인하하는 것은 하도급법에서 금지하는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하는’ 행위”라며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60일 넘기면 지연이자 줘야…징벌적 손배 대상=하도급대금을 법정기한보다 늦게 주거나, 늦게 주면서 지연이자를 주지 않는 것도 하도급법 위반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하도급법 위반 행위 중 61%가 하도급대금 미지급 문제였다.

하도급대금 지급기일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최근에도 하도급대금을 안 줬다가 과징금 처분을 받은 업체가 있었다. 철강구조물 제조사 한일중공업은 협력사에 제조위탁을 맡기고 45일 안에 3억3690만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해놓고 주지 않았다. 또 다른 거래에서는 하도급대금을 법정기한인 60일이 지난 뒤 지급하며 지연이자는 빼먹었다. 하도급법에 따르면 목적물 수령일로부터 60일이 지난 뒤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경우 초과기간에 대한 지연이자를 연이율 15.5%로 줘야 한다. 한일중공업은 지난 10일에 시정명령과 10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하도급대금 지급은 목적물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별도로 지급기일을 정하지 않은 경우 60일로 간주한다. 두 업체가 지급기일을 60일 초과하는 날짜로 정하는 특약을 맺었더라도 수급사업자가 문제제기를 하면 무효 처리된다.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 준공금이나 선급금을 받은 경우에는 15일 이내에 수급사업자에게 줘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도급법 위반은 징벌적 손해배상청구 대상이다.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소송을 걸어 3배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하도급법, 기간제법, 신용정보법 등 특정법에 한해서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그만큼 하도급법 위반을 무겁게 다루고 있다는 의미다. 하도급법 위반은 공정위에 신고하면 된다.

공정위 최영수 과장은 “공정위에서 조사해 위법성이 발견되면 조치에 들어간다. 원사업자와의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내용도 위반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