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전통시장의 희망이고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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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젊은이들이 전통시장의 희망이고 미래다” 설자리 잃어가는 시장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신선함 불어넣어

기사입력2016-07-19 17: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970년대 잠실종합개발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 아파트와 주택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새마을전통시장도 생겼다. ©중기이코노미

대형냉장고가 흔치 않았던 시절, 주부들은 매일 시장바구니를 들고 그날의 신선한 찬거리를 사러 시장을 찾았다. 그래서 오후 늦은 시간이면 전통시장은 늘 북새통이었다. 이제 차를 몰고 대형마트에 들러 일주일치의 장을 한꺼번에 보고 냉장고에 담아둔다. 터치 몇 번으로 장바구니를 배달하는 것은 예삿일이다. 이처럼 유통환경이 바뀌고 장보기문화도 변하면서 전통시장도 변모하고 있다. 서울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이하 새마을시장)도 디지털 문명을 앞세운 청년상인들과 함께 재건을 꿈꾸고 있다.

1970년대 잠실종합개발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 아파트와 주택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하던 시기에 새마을시장도 생겼다. 당시 인근지역 주부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매일 이곳 새마을 골목시장을 찾으면서, 이곳은 강남 제일의 전통시장으로 자리잡는다. 하지만 잠실지역에 고급·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홈플러스와 개인 대형마트까지 들어서 유통업체의 격전장으로 변해가며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은 점점 설 곳을 잃어갔다. 한 때 600여개의 포장마차가 모여 북적이던 시장 주변 먹자골목도 불법노점 단속이라는 이유로 설자리를 잃었다.

새마을시장 상인회 임재복 회장은 이곳 새마을시장과 나이가 같은 금은방을 운영하고 있다. “총각시절 이곳에 가게를 오픈했으니 나 또한 청년상인이었다”는 그는 “지금 이곳 새마을시장이 세대교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마을시장 상인회 임재복 회장이 운영하는 금은방의 한쪽 벽면에는 그동안 진행한 새마을시장 행사 포스터 등이 빼곡하게 붙어있다. ©중기이코노미

임 회장은 “고급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기 전에는 평일에도 장을 보러오는 사람들로 넘쳤다.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지금 전통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통시장이 살려면 젊은 고객들이 이곳을 찾아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그들의 욕구를 잘 알고 있는 젊은 친구들이 전략적으로 장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시장이 활기를 띠고 매출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현재 잠실 새마을시장 내 상점으로 등록한 120여개 상점 중 15곳은 청년들이 운영하고 있는 점포다. ‘봉봉샌드위치’, ‘오렌지떡볶이’, ‘칼라분식’, ‘새마을순대’, ‘명성왕족발’, ‘깻잎닭강정’, ‘공씨네족발’, ‘장춘족발’, ‘핑크하트’, ‘싱싱과일’, ‘박가두부’, ‘파우파우’, ‘김판조닭강정’, ‘명가족발’, ‘홍코너떡볶이’ 등이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아 영업을 계속하거나 새로운 상점으로 업종을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던 어머니의 가게를 아들이 이어받아 샌드위치 가게로 탈바꿈한 봉봉샌드위치.<사진=봉봉샌드위치>

반찬가게를 운영하던 어머니의 가게를 샌드위치 가게로 탈바꿈한 봉봉샌드위치 박기준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아내와 함께 샌드위치 가게를 열려고 여러 곳을 알아보던 중 이곳에서 반찬가게를 하시던 어머니가 그 자리에 샌드위치 가게를 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샌드위치 가게와 전통시장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주택과 아파트가 많은 인근 상권이 나쁘지 않아 올해 4월 봉봉샌드위치를 열었다. “시장 특유의 소음과 청결문제가 가장 신경 쓰였다”는 박 대표는 주변을 말끔히 정리하고 가게도 세련되게 꾸며 영업을 시작해보니 인근 아파트 주민과 직장인, 특히 30~40대 여성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시장 분위기 자체를 좋아하는 고객들이 많아 장보러 오는 길에 샌드위치를 사가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봉봉샌드위치 맞은 편에서 야채가게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은 “봉봉샌드위치가 들어오면서부터 아침에 이곳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반찬가게가 없어져 속마음 터놓고 지내던 친구를 못 봐 내심 서운하다”면서도 “어릴 때부터 보던 친구 아들이 이렇게 예쁜 가게를 차려 놓으니 이 골목이 환해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깻잎닭강정은 어머니가 운영하던 가게를 아들이 이어받아 블로그, SNS 등을 통해 알리면서 새마을시장에서도 ‘핫’한 가게로 떠올랐다. ©중기이코노미

임재복 상인회장은 “60대 이상 상인들이 대부분인 시장에 젊은 상인들이 들어와 상점을 꾸미고 주변을 정리하고 깨끗하게 물건을 진열하면서, 신선한 시장 느낌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민규 대표의 경우는 어머니가 운영하던 깻잎닭강정을 이어받아 새마을시장에서도 ‘핫’한 가게로 키운 사례다. 이곳은 새마을시장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인 잠실야구장의 야구팬들이 즐겨찾는 가게다. 20여년 전부터 춘천에서 닭강정 가게를 운영하던 박 대표의 어머니는 7년 전 이곳 새마을시장으로 가게를 옮겼다. 당시 춘천에서 직장을 다니던 박 대표는 도와달라는 어머니 말에 회사 일을 접고 이곳으로 왔다. 그는 “처음에는 어머니 일을 도우며 다른 직장을 구하려고 했는데 점점 시장의 매력에 빠져 가게 일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동네상권으로는 매출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 블로그를 중심으로 홍보를 시작했다. 이후 깻잎닭강정은 야구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생과일을 갈아넣은 양념과 깻잎이 우리가게의 특징”이라는 박 대표는 “야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일찍부터 가게 앞에 긴 줄이 이어진다”며 신이 난 표정이었다.

이밖에도 김판조닭강정, 공씨네족발, 파우파우 등 젊은 상인들은 SNS를 활용,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 인근 지역 소비자뿐 아니라 멀리 있는 고객들도 이곳 새마을시장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새마을시장의 역사는 40년을 훌쩍 넘었다. 시장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상인들은 정보통신기술로 무장한 대형마트와 경쟁하는데 한계가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서 블로그나 SNS 등을 활용한 홍보방법, 매장 개선방법, 서비스 품질 개선방법 등을 교육하고 있지만 하루하루가 바쁜 상인들이 이것들을 새로 배워 적용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무리다. 하지만 이곳 상인들은 2009년 정식으로 상인회를 결성하고, 시장을 바꿔나가고 있다. 자체 이벤트를 진행해 고객이 찾게끔 하는가 하면, 배송서비스와 쿠폰북 서비스를 통해 쇼핑편의를 높이고 있다. 특히 상인들은 적극적으로 자녀들에게 시장창업을 권하기도 하고, 창업한 이웃의 자녀들에게는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임 회장은 “기존 상인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새로운 모험과 도전을 어려워 한다. 반면 청년상인들은 능동적이고 행동도 빠르다. 올 봄 송파 벚꽃축제때 석촌호수에서 먹거리 장터를 열어보자는 제안에 기존 상인들은 물건을 옮기는 일이 번거로워 안하려고 하는데 젊은 상인들은 바로 시작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젊은이들이 이곳 새마을시장의 미래”라며 “이 시장에서 나고 자라 시장을 잘 알고 애정을 가지고 있는 상인들의 자녀가 더 많이 터를 잡고 이 시장과 스스로를 키워나가길 바란다”는 희망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