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입법, 법적분쟁·불안정성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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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통상임금 입법, 법적분쟁·불안정성 해소해야 대법 전합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논란…통상임금의 본래적 기능 회복해야

기사입력2016-08-23 02:12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13년 12월 통상임금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간 다툼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5월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중인 25개 기업(500인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5개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통상임금 소송은 총 86건이다. 이중 절반 넘는 47건의 소송이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제기됐다. 이번 조사결과가 500인 이상 대기업을 대상을 한 것이라는 점에서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할 경우 진행중인 통상임금 분쟁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통상임금 소송 이유, ‘법 규정 미비’ 36%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상임금 소송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법 규정 미비’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6%로 가장 많았다. ‘불명확한 지침 운용(34%)’이 뒤를 이었다.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입법을 통해 통상임금 관련 법규를 개정하지 못하고, 그에 따른 정부의 지침이 노사 모두에게 내려가지 못한 데에 따른 것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법정에서 열린 통상임금 관련 전원합의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2013.12.18.).<사진=뉴시스>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가장 논란이 많았던 통상임금 요건중 하나인 ‘고정성’도 문제다. 통상임금의 3가지 요건중 2가지 요건에 해당하는 정기적․일률적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도 전원합의체가 ‘재직요건(고정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통상임금에서서 제외했다. 이같은 법리가 논란과 함께 소송을 확대한 측면이 있다.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하급심 판결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을 재직자에게 주지 않은 경우에도 이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경우도 적지 않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사업장에서의 혼란과 소모적인 법적분쟁, 법적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계속 제기됐다. 또 19대 국회에서 여야 모두 통상임금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4개의 근기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19대 국회 임기만료에 의해 이들 4개의 법안은 모두 폐기됐다. 통상임금 개정과 관련 20대 국회에는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이 계류중이다(김성태 의원을 포함 새누리당 122명 의원이 서명).

김성태 의원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내용과 동일

통상임금 관련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김무성 의원이 지난 19대 당시 발의한 입법안과 사실상 동일하다. 개정안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임금으로서 그 명칭에 관계없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임금을 도급금액으로 정한 경우로 한정한다)에 대하여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이다. 또 “근로자의 개인적 사정 또는 업적, 성과, 그 밖에 추가적인 조건 등에 따라 지급여부나 지급액이 달라지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김 의원 안은 시행령에 있던 규정을 본법으로 옮기는 한편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사전에 정한’)을 명시했다. 개정안에 담긴 통상임금 개념과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범위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내용과 동일하다. 그리고 한국노총과 경총 그리고 정부가 합의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2015.9.15. 노사정합의).

개정안에 대해 노사는 각각 다른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경영계는 통상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기업부담 증가를 이유로 1개월(1임금지급기)를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매월 지급되는 임금 이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빼 달라는 것인데,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핵심 내용에 반하는 주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요건을 완화해 달라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하급심 소송의 쟁점인 고정성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동계의 주장은 19대 국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발의했던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결을 같이한다. 20대 국회에서 야당안이 아직 발의돼지 않았지만 19대 당시 제출했던 개정안과 유사한 수준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쟁점은 결국 정기성, 일률성 그리고 고정성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거칠게 정리하면 여당은 야당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통상임금의 요건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반면 야당은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갖고 협상에 나설 것이고, 접점은 대부분 그렇듯이 중간 어딘가에서 찾아질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야당안은 여당안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통상임금 높아

통상임금 관련 법률안 비교

<자료=국회입법조사처>

19대 당시 야당안을 보면 더불어 민주당 홍영표 의원안에 따르면 통상임금의 개념은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소정(所定)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일체의 금품”이다. 통상임금의 요건에서 정기성, 일률성을 제외한 것이다. 현재 기준보다 통상임금이 높아진다. 같은당 은수미 (전)의원안은 정기성과 일률성 이외 고정성요건까지 배제하고,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금품을 법률규정에 명시했다.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금품을 ‘설, 추석, 명절을 위한 상여금’, ‘근로자의 건강 또는 안전을 위한 보험료’, ‘근로자의 업적 또는 성과에 따라 나중에 지급여부와 지급액이 확정되는 임금’, ‘경영성과에 따라 지급되는 금품’으로 제한했다. 홍 의원 안보다 통상임금이 더 올라갈 수 있다. 끝으로 정의당 심상정 의원안은 정기성과 일률성을 요건으로 하지만 고정성은 제외했다. 그리고 후단 단서를 통해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것과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을 통상임금에 포함시겼다. 정기성과 일률성 조건을 완화한 것이다. 통상임금 요건만으로만 평가하자면 심 의원안은 홍 의원 안과 은 (전)의원 안의 중간이다.

통상임금의 본래적 기능 회복, 장시간근로 개선해야

통상임금과 관련한 분란이 지금도 여전하다는 점에서 관련 입법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노무법인 DREAM의 신수일 노무사는 “통상임금의 개념, 산정범위, 판단기준은 노사가 예측할 수 있고 해석상 논란이 최소화되도록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라며 “법적 불안정성과 현장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통상임금 관련 규정을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입법방향과 관련 신 노무사는 “통상임금이 가산임금의 기초 도구이며, 가산임금은 사용자로 하여금 경제적 부담을 부과함으로써 연장근로 등 장시간근로를 억제하는 것이 주요 기능이다”며 “통상임금 관련 입법에서는 통상임금의 본래적 기능을 회복함으로써 장시간근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