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은 근로계약서 시급보다 대부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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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통상임금은 근로계약서 시급보다 대부분 높다 20대 국회 입법 논란 앞둔 ‘통상임금’의 개념과 계산법

기사입력2016-08-18 15: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1년은 365일이고, 52.1주다. 그리고 한달은 4.34주다.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 등 근로기준법상 임금을 계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숫자이기 때문에 기억해두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A사에서 4년차 재직중인 근로자 홍길동의 시급은 6470원(2017년 최저임금)이고, 분기별 1회 100만원씩 1년에 총 400만원의 정기상여금을 받고 있다. 사장을 제외하고 홍길동을 포함 근로자 5명이 근무중인 A사의 소정근로시간은 1주 40시간이다. 토요일은 무급휴일이고, 일요일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유급휴일이다.

홍길동의 지난 6월 급여명세표에 따르면 기본급은 135만2230원(1개월 209시간, 주휴 8시간 포함)이고, 시간외근로수당 20만원, 휴일근로수당 8만원, 야간근로수당 15만원인 법정수당이 있다. 이외 법정외수당으로 2/4분기 정기상여금 100만원과 용접수당 10만원, 근속수당 10만원, 정근수당 10만원 그리고 가족수당 5만원, 식대 5만원이다. 용접수당은 용접기능사 2급 자격증 소지자에 한해 정액으로 매월 지급한다. 정기상여금은 분기 1회, 가족수당·식대는 모든 근로자에게 매월 정액으로 지급하고 있다. 근속수당의 경우 근속 2년차는 5만원, 4년차는 10만원, 6년차는 15만원 순으로 매월 정액 지급하고, 정근수당은 20일 이상 출근한 경우에만 5만원씩 매월 정액으로 지급한다.

이 경우 홍길동의 통상임금(시급)은 얼마인가? 홍길동의 시급은 6470원인가? 틀렸다. 통상임금(시급)과 근로계약 작성 또는 변경으로 확정된 근로자의 시급은 다른 개념이다. 홍길동의 통상임금이 얼마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뒤로 미루고, 우선 20대 국회에서 노동입법 과제로 통상임금이 등장하게 된 배경부터 살펴보자.

홍길동의 급여내역

©중기이코노미

통상임금 높으면 사용자 부담크고 낮으면 임금수준 떨어져

통상임금(시급)은 시급보다 대부분 높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간 전쟁의 서막은 여기서부터 비롯됐다. 홍길동의 시급과는 다른 법적개념, ‘통상임금(시급)’이 등장하면서 실타래가 꼬인 것이다. 매듭을 푸는 방법으로 근로자는 통상임금을 크게 만들려고 한 반면 사용자는 가급적 작게 하고자 다퉜다. 정기상여금, 복리후생급여를 포함 각종 법정외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노동계의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사용자의 주장이 부딪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이란 이름으로 사용자 편을 들었고, 법원은 판례를 통해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2013년 12월 대법원이 통상임금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2013.12.18. 선고, 2012다89399 제1판결, 2012다94643 제2판결)을 내놓기 전까지 두 기관은 그랬다.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서 대법원은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급여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선언했다. 노동부의 행정해석이 틀렸고, 판례가 맞았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실무에서 통상임금은 법정 제수당, 예컨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산정할 때 사용한다. 이외 해고예고수당, 휴업수당 등 근로기준법에 정한 법정수당을 계산할 때 기준임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통상임금이다. 통상임금은 실제 지급된 임금, 사후적 개념의 임금이 아니다. 사용자가 법정수당을 지급하고자 할 때 기준이 되는 사전적 개념의 가상임금이다.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의 기준임금인 통상임금(시급)이 높아지면 사용자로선 임금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통상임금(시급)이 낮아지면 근로자가 수령하는 임금수준이 떨어진다. 노사 모두 물러설 수 없었던 이유다.

정기성·일률성·고정성 모두 갖춰야 통상임금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에 따르면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고정적)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 어떤 임금(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근로의 대가이면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모두를 충족해야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현행 근기법 시행령에 따른 통상임금의 요건을 비교적 명확하게 밝혔으며, 20대 국회 통상임금 입법론의 기준이 되고 있다.

◇정기성=‘정기적’이란 일정한 간격을 주기로 계속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종래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1임금지급기(매월)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1개월 이상의 주기로 지급하기 때문에 정기성이 없다는 이유다. 반면 판례는 1개월 이상의 주기로 지급하더라도 정기적(격월, 분기, 반기, 1년 주기와 관계없이)으로 지급하면 정기성을 인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를 재확인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홍길동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일률성=‘일률적’이란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뿐만 아니라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대해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작업 내용이나 기술, 경력 등과 같이 소정근로의 가치 평가와 관련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예컨대 기술수당, 자격수당, 격오지수당, 직책수당의 경우 작업내용이나 기술 등과 관련된 내용의 임금이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반면 학생 자녀를 둔 근로자에게만 지원하는 학자금수당, 부양가족이 있는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가족수당은 소정근로 가치 평가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학자금수당, 가족수당이 본래 취지와 무관하게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돼 통상임금에 해당할 수 있다.

홍길동이 받는 용접수당은 자격과 관련된 것으로 통상임금이고, 가족수당과 식대의 경우 명칭과 달리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통상임금이다.

◇고정성=‘고정적’이란 업무실적, 근무일수, 근속연수 등과 같은 추가적인 조건 성취여부와 관계없이 사전에 확정돼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시간외수당, 휴일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은 추가적인 조건, 근로를 제공해야 수당이 지급되기 때문에 ‘사전 확정’이란 고정성이 없다. 통상임금이 아니란 말이다. 또 순수하게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실적수당의 경우 실적에 따라 받을 수도, 전혀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정성 부재로 통상임금이 아니다. 다만 실적과 무관하게 기본급 개념으로 최소한의 실적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면 그 부분(사전에 확정된)만큼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출근일수에 따라 변동되는 정근수당, 근속연수에 따른 근속수당의 경우도 동일한 법리가 적용된다.

홍길동이 받는 정근수당은 4년차로 이미 확정된 기준에 의해서 지급받기 때문에 통상임금이다. 그런데 정근수당은 통상임금이 아니다. 20일 이상 출근하지 않으면 정근수당을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전에 확정된 것이 아니다. 만약 출근일수와 관계없이 일정한 금액을 모든 근로자에게 정근수당으로 지급한다면 일정한 금액(사전에 확정된), 그만큼은 통상임금이다.

홍길동의 통상임금 시급

이제 홍길동의 통상시급이 얼마인지 계산해보자. 통상시급 산정은 월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해 해당 근로자의 월 급여액중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급여총액을 나눠 산정한다. 월소정근로시간은 별도의 정함이 없는 경우 1주 40시간에 주휴 8시간을 포함해, 월 평균 4.34주를 기준으로 월 209시간이다.

홍길동이 받은 임금 가운데 통상임금에 해당되는 것은 기본급(주휴수당 포함), 정기상여금, 용접수당, 가족수당, 근속수당, 식대다. 표에서 보듯이 홍길동의 통상시급은 기본급(6470원)+정기상여금(1590원)+용접수당(470원)+가족수당(230원)+근속수당(470원)+식대(230원)를 합해 9460원이다. 따라서 홍길동이 시간외근로를 1시간 하는 경우 통상시급(9460원)에 50% 이상 가산금(4730원)을 포함해 1만4190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가장 논란이 많았던 부분은 고정성과 관련한 쟁점이었다. 임금(수당)지급일에 재직자에게만 지급하고, 퇴직자에게는 전혀 지급하지 않는 임금에 대해 대법원은 통상임금성을 부정했다. 예컨대 정기상여금을 포함 각종 제 수당을 재직자에게만 지급하고, 퇴직자에게 전혀 지급하지 않는 경우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 퇴직자에게 기간에 비례해 일할 지급하는 경우에는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예컨대 정기상여금, 김장수당을 이들 상여금과 수당 지급일에 재직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사규가 있는 경우 정기상여금과 김장수당은 통상임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