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보다 화장품, 할랄시장에서 경쟁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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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식품보다 화장품, 할랄시장에서 경쟁력 있다” “제품과 가격 중요”…한국식품硏 오승용 식품수출지원센터장

기사입력2016-08-06 00:00

“최근 할랄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문의가 많습니다. 그런데 인증만 받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이 의외로 많아요. 인증은 무슬림국가로 수출할 때 진입장벽을 낮추는 요건일 뿐이지,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과 가격입니다. 어떤 제품을 생산해서 어느 국가에 수출할 것인지 타깃을 분명하게 설정해야죠. 인증만 받는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시작이라고 봐야죠”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수출지원센터 오승용 센터장 ©중기이코노미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수출지원센터의 오승용 센터장은 할랄시장에 대한 식품기업들의 관심이 증가했다며 인증보다는 제품의 경쟁력이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정보 적고, ‘할랄인증’도 다르고, 비용도 부담

식품수출지원센터가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4개월 동안 받은 할랄 관련 문의만 120여건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중동을 방문해 UAE(아랍에미레이트연합)와 할랄식품 업무협약(MOU)을 맺은데다, 7월에는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할랄·코셔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영향이 크다.

정부가 앞장서 육성하겠다니 기업의 관심은 느는데, 시장에 진출하려는 업계 관계자들은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에 대한 정보도 적고, 같은 이슬람 문화권이라 해도 국가와 관습에 따라 ‘할랄인증’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 센터장은 실제 상담한 중소기업들의 대부분이 ‘할랄인증’을 얻는데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전했다.

“국가마다 준비해야 하는 서류와 절차, 비용이 다릅니다. 말레이시아의 자킴(Jakim), 인도네시아 무이(MUI), 이슬람협력기구(OIC) 등이 대표적인데, 정부기관이기도 하고 비정부기관이기도 합니다. 인증기준이 다르고, 해당국가에서 인정하는 인증도 제한적입니다”

<자료=(사)한국할랄산업연구원>

전 세계 할랄인증기관은 150~200개로 추산된다. 돈이 된다 싶어 할랄인증 주도권을 잡기 위해 너나할 것 없이 제정에 뛰어든 탓이다. 이슬람 국가가 아니더라도 무슬림이라면 인증기관을 설립하고 인증을 발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증을 받기위한 준비서류, 절차 등이 국가별로 상이하다. 말레이시아와 같이 정부기관이 인증하는 경우 홈페이지에 가면 금액을 알 수 있지만, 인도네시아처럼 비정부기관이 인증을 발급하는 경우 정확한 비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지 컨설팅 기관을 끼고 인증을 받는 경우에는 그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오 센터장은 최근 상담센터를 찾은 한 기업의 사례를 소개했다. 중동에 진출하려는 기업이었는데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기관으로부터 할랄인증을 해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는 것이다. 센터에서 확인한 결과,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할랄인증기관이었다. 누구든지 할랄인증기관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나, 모든 인증이 수출할 때 인정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와함께 원부재료의 할랄여부 입증도 중소기업이 인증과정에서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할랄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있고, 사용할 수 없는 재료가 있다. 할랄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원재료가 할랄인지 아닌지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한데, 사실상 모든 재료를 제조자가 생산하는 경우가 드물어 이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는 것이다. 또 할랄제품의 경우 제조공정도 분리해서 따로 생산해야 하는데 적은 양을 생산하기 위해 별도의 공정을 마련해야하는 비용이 부담돼 할랄인증을 포기하겠다고 말한 업체도 있다.

국산 화장품 경쟁력 있어…식품에서는 라면이 인기

이태원 우사단로에 위치한 할랄화장품 매장 ©중기이코노미

오 센터장은 유망한 분야로 화장품을 꼽았다. 식품은 맥도날드, 네슬레 등의 다국적기업이 선점한 상태지만, 현재 세계 굴지의 화장품 회사 가운데 할랄제품을 개발한 사례가 아직 없다. 아울러 중동은 화장품 시장규모가 크고 소비액도 커 잠재력이 있다. (사)한국할랄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무슬림의 화장품 소비액은 540억달러로 세계 화장품 소비액의 7%를 차지한다. 미국(800억달러)과 일본(790억달러), 중국(600억달러)에 이은 네 번째 시장이다.

“한류영향으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기가 높습니다. 국산 화장품은 성분도 좋고 가격 경쟁력도 있어 할랄인증을 받으면 중동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식품의 경우에는 틈새시장을 노려야 하지만, 화장품은 선점할 수 있습니다. 서둘러 대체소재를 개발해야 합니다”

할랄인증을 받은 라면 제품<사진=농심>

식품분야에서는 라면이 호응을 얻고 있다. 중동국가는 전통적으로 밀가루 음식의 소비가 많은데다, 무슬림이 가장 많이 있는 동남아시아가 면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식품기업 ㈜농심은 2011년부터 부산에 할랄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해 할랄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수출 첫해인 2011년에는 약 70만달러를 2012년에는 120만달러를 수출했다. 올 상반기 수출액만 100만달러를 넘었다는 게 농심측 얘기다. 후발주자인 풀무원도 2013년 말레이시아의 자킴인증을 받고 2가지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한국식품연구원 식품수출지원센터는 지난해 3월 할랄식품사업단으로 발족, 국내 식품기업의 수출을 돕고 있다. 올 4월 식품수출지원센터로 바꾸고, 할랄 및 코셔인증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식품수출을 지원한다. 이슬람 국가에서 사용하면 안되는 하람 성분을 분석해주고 국가별 인증, 절차, 비용 등의 각종 정보도 제공한다. 또 할랄인력을 양성하기위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위해 수출 상담실(1899-0559)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