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인구 줄고 환경 바뀌고 기술변화 빠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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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생산인구 줄고 환경 바뀌고 기술변화 빠른데 “자본 앞세운 생태계 파괴 막고, 中企 가치 인정받는 환경 조성을”

기사입력2016-08-08 17:34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 성장은 이미 종착역에 다다랐다. 수출실적은 지난해 1월 이후 19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하반기엔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견해도 있지만 회의적이다. 일시적인 반등은 있을 수 있지만, 세계경제의 저성장기조 속에서 ‘나홀로’ 수출을 통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경제성장의 중심축을 수출에서 내수확대로 전환하고, 수요 창출을 위한 기초체력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아울러 경제정책 기조를 대기업 편중에서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경제환경과 세계시장 여건이 바뀌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게 대표적이다. 사회양극화에 따른 계층간 소득불평등, 대·중소기업간 경쟁력 격차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외적인 여건과 무관하게 잠재성장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경제환경이다. 세계시장의 패러다임도 급변하고 있다. 공유경제, 제4차 산업혁명 등 신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내적인 사회·경제환경 변화와 함께 급변하는 대외여건 속에서 중소·중견기업이 한국경제 성장의 주역을 설 수 있을 것인가.

◇저출산·고령화…생산가능인구의 감소=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을 기점으로 생산가능인구(15세~64세) 수가 감소한다. 2016년 3704만명에서 2025년엔 3490만명으로, 10년간 200만명 가량 줄어든다.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고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 여성 1인당 출산율은 1.21명이다. 또 2015년 기준 세계 고령인구 비중은 8.2%인데 비해 한국은 13.1%다. 지금 추세라면 2060년, 세계 고령화인구 비중은 17.6%지만 한국은 무려 40.1%다. 10명중 4명이 65세이상 고령자란 얘기다.

저출산·고령화시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라 노동력을 투입한 성장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진다.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고숙련·기술인력’과 ‘기술·지식의 혁신’일 수밖에 없다. 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고부가가치·비가격 경쟁력이다. 특히 대기업과 비교해 생산성이 낮은 중소기업의 경우, 생산구조를 효율화하는 한편 고기술과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료=중소기업연구원> ©중기이코노미

◇대·중소간 불균형 성장…“가이드라인 필요”=사회양극화는 사회계층간 불평등을 확대·심화시켰고, 같은 문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OECD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중소기업 생산성은 대기업의 30.5%에 불과하다. 기업의 지불능력이란 측면에서 보면 낮은 생산성은 곧 저임금이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대기업 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이 100이라면, 중소기업 정규직 임금은 49.7에 불과하다. 2010년 55.3에 비해 격차가 더 벌어졌다.

저임금 때문에 우수인력은 중소기업 근무를 기피한다. 1990년대 9% 이상이던 잠재성장률이 2016년에 3%대로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을 OECD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생산성 격차라고 분석했다. 제조업의 45%에 불과한 서비스업 경쟁력 역시 또 다른 원인이라고 OECD는 지적했다. 낮은 생산성과 저임금중 어느 것이 계란이고 닭인지는 오랜 논쟁거리다. 분명한 것은 이 문제를 방치하고선 우리 경제가 한발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명과 함께 구체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

상대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대기업은 생산비용 감소 등을 이유로 해외투자를 확대해 고용창출 역량이 현저하게 줄었다. 산업연구원 조덕희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제조업의 경우 2000년에서 2013년까지 전체 고용이 48만명 증가했으나, 대기업 고용은 오히려 5만명 감소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진전되면서 제조업 부문 해외직접투자 기업의 매출 규모는 2009년 1574억달러에서 2014년 3711억달러로 2.4배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제조업 매출 규모는 1.7배 증가, 해외투자가 늘어감에 따라 대기업의 국내매출이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대기업의 몫이 점차 줄어간다는 얘기다.

경제성장에서 수출의 기여도 역시 떨어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6% 성장했던 지난해,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0.2%p였으며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모델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역할분담에 대해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이정희 교수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자본력만 가지고 경제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며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할 수 없는 분야에서 그들 간의 경쟁이 일어나도록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주최로 최근 열린 제400회 과학기술정책포럼에서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기이코노미

◇“자본 앞세운 플랫폼, 중기에 유리한 게 아니다”=신기술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업 및 융합 신산업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 가상공간과 물리적 공간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O2O(Online to Offline), 공유서비스, 국가간 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이 이미 부상했다.

공간의 경계를 허문 대표적인 공유서비스로는 개인차량 공유서비스 ‘Uber’와 집을 공유하는 ‘Airbnb’가 있다. 2015년 미국 회계컨설팅 업체 PwC에 따르면, 세계 공유경제 시장규모는 2013년 150억달러에서 2025년에는 3350억달러까지 늘어난다.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더 크고, 확장속도 또한 빠르다. KT경제경영연구소 최근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2015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약 5627억달러를 기록, 미국의 2015년 전자상거래 예상규모인 3491억달러를 넘어섰다. 2018년에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만 1조달러 이상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중국의 15분의 1수준이다. 제4차 산업혁명에서 주목되는 사물인터넷 서비스(IoT:Internet of Things)나 인공지능 서비스도 가상과 현실과의 경계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SNS를 활용해 소셜커머스 시장을 창출한 티몬이 좋은 사례다.

공유경제, 전자상거래, 사물인터넷 등 서비스산업은 대기업이 준비해서 뛰어든 시장이 아니라, 순간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사업들이다. 오프라인의 공간적 제약을 온라인을 통해 극복하는 신사업들은 기술을 빠르게 활용하고 적응해 반영하기 쉬운 작고 유연한 벤처·창업·중소기업에 유리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나서 제도 및 환경을 조성해야 하다는 지적이 많다.

중앙대 이정희 교수는 “중소기업의 아이디어가 대량생산이 어려워 묻히는 경우도 있는 만큼, 결국 투자가 중요하다”며 “단순히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R&D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이 교수는 특히 “4차 산업혁명이 소규모 기업에 유리하다 하더라도, 카카오나 네이버에서 볼 수 있듯이 자본을 앞세운 플랫폼이 소규모 기업들한테 결코 유리한 것이 아니다”라며 “중소기업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데 (자본 부족이)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벤처·스타트업의 기술이 시장에 나왔을 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플랫폼과 환경에 대해 정부가 고민하고 답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