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조정 신청요건에 인건비 포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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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납품단가 조정 신청요건에 인건비 포함해야” 거래단절 우려해 신청 못해…수직 종속적인 거래관계 때문

기사입력2016-09-12 11: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가 실효성이 없다고 중소기업계는 지적한다.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는 수급업자 또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원사업자와의 협의를 통해 적정한 납품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인데, 납품단가 조정협의를 위한 신청요건을 ‘원재료 가격이 변동’된 경우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수급기업이 납품하는 제품의 원가에서 인건비, 전기료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원재료비 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료=중기중앙회>

중소기업중앙회 성장지원부 권용진 과장은 “현재 납품단가 조정협의가 원재료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공정위에 의견을 냈지만, 법안이 개정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중소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권 과장은 “전기료와 같은 생산비와 인건비가 원가에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납품단가 조정협의 신청요건을 확대하려는 입법추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대 국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이 납품단가 조정협의 대상에 ‘최저임금 변경으로 상승된 인건비’를 포함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폐기됐다. 강 의원은 “납품단가에서 인건비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정부의 정책적 결정 등에 따라 인건비가 변동된 경우 중소기업이 하도급대금의 조정을 신청할 수 없다”며 “정책적 결정인 최저임금의 기준이 변경돼 수급사업자의 인건비 인상요인이 발생할 경우, 하도급대금의 조정을 신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입법 제안이유를 밝혔다.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의 실효성을 반감시키는 또 다른 이유는 수직 종속적인 원하청 관계 그 자체다. 지난 2013년 납품단가 조정신청권을 수급기업에만 부여했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 수급기업 이외 중기협동조합이 회원사를 위해 직접 납품단가 조정을 신청하고 협의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 법을 개정한 배경에는 원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협상력을 가진 개별 수급사업자에 협의권을 부여하더라도 협상과정에서 수급사업자가 만족할만한 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수급기업을 대신해 이 보다 협상력을 갖춘 중기조합에 협상권을 부여했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수급사업자가 하도급대금 조정을 신청하지 못하는 주된 원인은 원사업자로부터 불이익을 받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중기협동조합에 납품대금 조정 신청권과 협의권을 부여하더라도 수급사업자들이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청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납품단가 조정 신청에 따른 불이익과 관련한 수급사업주들의 우려는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자료=중기중앙회>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중소제조업 납품단가 반영실태 결과 보고서(300개 중소 제조업 대상)’에 따르면, 납품단가 인상요청 경험이 없는 업체가 조사대상의 절반이었다. 그 이유로 ‘원사업자와의 거래단절 우려’ 26.0%, ‘인상요청이 수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 24.7%로 원사업자의 태도에 대한 답변이 절반이었다. 특히 협력단계가 3차 이상으로 내려가면 ‘원사업자와의 거래단절 우려’ 응답비율이 32.4%로 1차 17.1%, 2차 27.0% 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납품단가 조정협상을 중기협동조합이 대신한다고 하지만, 조정신청을 누가 했는지 모두 드러나는 상황에서 불이익을 감수하고 신청을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직 종속적인 관계에서 하도급 거래관계를 수평 대등한 계약관계로 만들어야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기협동조합이 납품대금 조정에 관한 협의 권한을 부여받는 경우, 개별 수급업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수급사업자 각자 사정에 따라 요구하는 납품단가 인상폭이 다른 경우, 현행 하도급법에 따르면 중기협동조합이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어떠한 근거 또는 기준이 없다. 계약의 자유를 근간으로 사적자치의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와 관련 중기중앙회 권 과장은 “2013년 개정 당시에도 그런 의견이 나왔지만, 구법에는 중기협동조합이 협의권 없이 신청권만 가지고 있어 납품단가 조정협의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많았기에 협의권 확보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제조업 납품단가 반영실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납품단가 수준에 대해 ‘적정하지 않음’과 ‘매우 적정하지 않음’으로 답한 비율이 61.7%다. 납품단가가 적정하지 않은 이유로 ‘충분치 않은 납품단가 반영’ 31.4%, ‘부당한 납품단가 감액’ 10.3%, ‘원사업자의 가격인상 거부’ 8.1% 등 원사업자와 관련된 답변이 절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