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세부담은 제자리…중소기업은 세금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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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대기업 세부담은 제자리…중소기업은 세금폭탄 “경제 모른다”며 법인세 인상 반대하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의아’

기사입력2016-09-29 15:46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이달 초 나라살림연구소가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한 ‘경제주체별 조세부담률 산출 및 각 분야별 예산액의 실제 재정지출 비용 분석’에 따르면, 1997~2015년 사이 법인소득은 39조원에서 249조원으로 5배 가량 증가했지만 법인세수는 9조4000억원에서 45조원으로 3.7배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소득은 324조원에서 819조원으로 1.5배 늘었지만 소득세수는 15조원에서 61조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소득증가분을 100으로 고정했을 때 법인의 법인세 추가 부담분은 74인 반면 가계의 소득세 추가 부담분은 200이다. 소득증가분에 대한 세수부담률은 가계가 법인보다 3배 가량 더 높다는 얘기다. 가계는 가난해지고 기업은 부자가 될 수밖에 없는 역진적 세수구조다.

기업은 모두 부자인가, 그렇지 않다. 2011~2015년까지 5년간 국세청의 법인세 납부현황을 분석한 김현미 의원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법인세 부담은 0.57%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 법인세 부담은 15.43% 늘어났다. 대기업에 비교해 중소기업의 법인세 부담 증가율이 무려 26배 이상 높았다는 얘기다. 세액으로는 각각 895억원과 1조455억원, 돈을 많이 번 대기업의 세부담은 거의 늘지 않았지만 돈을 조금 번 중소기업에는 세금폭탄을 때렸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 99%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은 가난할 수밖에 없고 1%에 불과한 대기업만 부자가 되는 것이 당연한 세수구조다.

부자인 대기업과 가난한 중소기업의 실태는 대·중소기업 근로자간 불평등한 임금격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중소기업 월평균 임금총액은 293만8306원, 대기업(484만9460원)의 60.6% 수준이다. 연도별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비율은 2011년 60.5%, 2012년 62.1%, 2013년 62.2%, 2014년 60.6%, 2015년 60.6%로 지난 5년 내내 60% 초반 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이고,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다.

99%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88%를 고용하고 있다. 동일 또는 유사한 일을 하지만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임금근로자 88%가 대기업 근로자의 절반 조금 넘는 임금으로 가계를 꾸려가고 있다. 연말이면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임금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의 상황은 좀 나은가.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이 중소기업청에서 받은 ‘소상공인 생존율’ 자료에 따르면 창업 후 1년을 버틴 소상공인은 60.1%, 절반을 조금 넘었다. 놀랍게도 창업을 한 자영엽자 10명 중 4명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망했다는 얘기다. 저임금의 중소기업에 취업하느니 차라리 창업을 택했던 청년, 대기업 또는 공기업 퇴직자들이 몰려들면서 자영업 시장의 포화상태는 이미 임계치를 넘었다.

중소기업, 중소기업에 다니는 근로자와 그 가계 그리고 소상공인이 하나같이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 사이 대기업 곳간에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이 쌓여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기업집단의 사내유보금은 478조원이다. 2006년 127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10년 동안 무려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생태계를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로 바꿔야 한다. 기업만 그것도 특정 대기업으로 돈이 쏠리는 경제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 가계에도 돈이 흘러가게 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생산성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대·중소기업간 근로자의 임금격차도 줄여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미세조정도 필요하고 또 복잡하고 지난한 국가적 과제다. 오늘 또는 내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역진적인 세수구조부터 바꾸자. 법인세를 인상하자는 말이다. 가계 내 불합리한 세수구조도 바꾸자. 고소득자에 대한 최고세율 인상 등 소득세제를 개편하자는 얘기다. 법인세 인상과 소득세제 개편은 대기업 중심의 산업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국가적 과제의 첫 걸음이다.

그런데 걱정스럽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6일 “나는 경제라는 것을 전혀 모른다”면서도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을 아주 분명하고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모르면 찬성해서도 반대해서도 안될 일이다. 더욱이 책임있는 집권여당의 대표가 할 말인지 의아하다. 법인세 인상 반대가 이 대표에겐 종교이고 신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