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인증 전부 아니다…제품별·타깃별 전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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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할랄인증 전부 아니다…제품별·타깃별 전략을 편견 버리고 문화 이해부터…단국대 GCC국가연구소 엄익란 연구원

기사입력2016-10-26 15:05

정부가 지난 7월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할랄을 신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할랄산업 육성을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고, 신성장동력화 함으로써 미래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정부는 할랄식품 생산에서 유통에 이르는 가이드라인(KS규격)을 제정했고, 내년 상반기부터는 국내에도 할랄제품 유통이 가능하도록 법적·제도적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성공적인 할랄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인증만 받으면 끝? 소비자 특성, 문화부터 파악해야

“할랄은 우리가 뛰어들어야 할 시장이라는 점에서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류가 확산됨에 따라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고 가족중심의 문화 등 정서상으로 비슷한 부분도 많아 공감대도 큰 편입니다. 다만 모든 무슬림이 할랄인증 여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란 가정 하에 시장규모가 17억명이다? 이건 너무 장밋빛 전망이라는 겁니다”

단국대학교 GCC국가연구소(Gulf Cooperation Council) 엄익란 연구원도, 앞서 전문가 인터뷰를 했던 명지대학교 아랍지역학과 김정명 교수와 마찬가지로 할랄시장의 잠재력을 크게 평가했다. 다만 무슬림에 대한 획일화된 편견을 버리고 제품별, 타깃별로 진출전략을 달리 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단국대학교 GCC국가연구소 엄익란 교수 ©중기이코노미

엄 연구원에 따르면, 모든 무슬림이 할랄인증에 민감한 것은 아니다. 할랄을 중시 여기는 무슬림도 있고, 개방적이어서 율법으로 금지하는 술이나 돼지고기를 먹는 무슬림도 있다. 개인신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임에도 모든 무슬림을 하나로 묶어 인증에 집착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바꿔말해 소비자의 다양성, 세분화된 시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즉 잠재력이 큰 시장임을 인정하지만, 실질적인 시장접근 방법으로써 소비자에 대한 분석 그리고 그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에 접근해야 한다.

예컨대 건강하고 바른 먹거리로 지명도가 높은 국내 식품기업인 풀무원의 경우 기후와 율법 그리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무슬림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해 첨가물을 뺀 건강한 라면을 출시, 무슬림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무작정 인증을 받기위해 애쓰기보다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했기 때문에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엄 연구원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무슬림은 할랄인증 여부와 관계없이 유기농 식품이나 천연화장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이 관계자는 “천연 화장품의 경우 할랄인증을 받으면 오히려 동물성 원료를 사용한 것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어 인증을 받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전했다.

엄 연구원은 이슬람문화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종교나 관습, 문화 등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분명히 파악하고 마케팅에 접목해야 한다. 인증에만 집착하다 기본적인 부분을 놓쳐 큰 낭패를 본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덴마크신문 윌란스포스텐은 2006년 무함마드가 테러리스트로 오인될 소지가 있는 만화를 게재해 직격탄을 맞았다. 요르단과 중동일대에서 모든 덴마크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이슬람기구들은 앞다퉈 덴마크에 사과를 요청했다. 덴마크에 테러를 가하겠다는 테러범의 협박도 뒤이었다. 명품브랜드인 몽블랑은 기업로고가 유대인의 ‘다윗의 별’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몽블랑은 자사의 로고가 다윗의 별이 아닌 알프스 산봉우리 6개를 형상화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해명하는데 진땀을 빼기도 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엄 연구원은 정부의 할랄지원정책이 여러 기관에서 나눠 추진되고 있고, 중앙에서 이를 관리·통제할 수 있는 별도의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현재 정부의 할랄정책은 분야에 따라 각기 다른 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식품,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과 콘텐츠분야, 의료관광은 보건복지부가 맡고 있다. 주관부처가 많아 정책에 일관성이 없을 뿐더러 기업이 제대로 활용하기에 어렵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최근 발표된 할랄식품 생산유통 가이드라인(KS규격)에 대해 “표준 가이드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말레이시아, OIC(이슬람국가협의회) 등의 내용을 인용해 만든 만큼 세부내용을 우리 실정에 맞게 재해석·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내년 상반기부터 할랄식품이 국내시장에서 유통이 가능해지는 만큼 “우리나라도 단속기관을 지정해 비할랄식품에 할랄인증을 부착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올바른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경찰 내부에 할랄감식반(할랄CSI)을 두고 할랄인증 위반 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화장품, 게임유망…문화코드 분석해 틈새시장 노려볼만

명지대 김정명 교수와 함께 엄 연구원도 화장품을 유망품목으로 꼽았다. 남에게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중동의 경우 색조화장품이 인기라는 것이다. 또 화장품과 연계한 뷰티산업(피부관리, 헤어클리닉)도 유망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와함께 게임도 가능성이 있는 품목으로 선정했다. 날씨가 더워 실내에서 즐길수 있는 게임이 인기가 높고, 이슬람문화의 특성상 여성들이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은 탓이다. 다만 게임캐릭터나 내용 등을 이슬람식으로 수정해야 한다. 예컨대 여성캐릭터의 과도한 노출은 줄여야 하고, 폭력적이어서도 안된다. 같은 이유에서 드라마와 같은 문화콘텐츠도 유망하다. 드라마의 경우 남녀분리문화로 인해 노골적인 애정을 표현하는 멜로물보다는 겨울연가류의 로맨스 장르가 호응도가 높다. 이란 국영방송사 IRIB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방송된 ‘대장금’은 평균 시청률 90%를 기록하기도 했다.

“무슬림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새로운 틈새시장을 노려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화려한 결혼문화를 중시하기 때문에 웨딩플래너나 드레스숍, 신부 메이크업 등 입니다. 또 남녀분리문화 때문에 여성전문 세탁업체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세탁부터 배달까지 여성이 하기때문에 현지에서 반응이 좋습니다. 시장을 알면 무궁무진한 아이템이 보이는 거죠. 반드시 인증만이 답은 아니라는 겁니다”

이밖에 패션, 유아 엔터테인먼트도 잠재력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꿀이나 인삼 등 유통기한이 길고 특색있는 가공식품은 소비자 호응이 있으나, 그 외의 식품은 경쟁력이 낮다고 평가했다. 식품산업은 할랄산업 가운데 가장 활성화돼있어 시장경쟁도 치열하다. 또 터키나 이란 처럼 농산물이 풍부한 국가가 있어 굳이 한국의 식품을 사먹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