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숭숭 뚫린 법…기술 뺏겨도 피해구제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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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구멍 숭숭 뚫린 법…기술 뺏겨도 피해구제 요원 상생협력법, 기술보호법, 부경법 적용 마땅치 않아…“산정기관 만들자”

기사입력2016-11-07 19:35

박소라 기자 (sora@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자료=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

전동실린더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 ㈜오엔씨엔지니어링은 현대차가 골머리를 앓고 있던 전동실린더 문제를 해결한 제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현대차 요구에 따라 제품을 분해한 뒤 작동원리를 설명하는 기술설명회까지 열었다. 거래 과정에서 현대차는 시제품과 도면을 요구하기도 했다. 얼마 뒤 오엔씨는 자사 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스웨덴회사 SKF가 현대차에 납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오엔씨는 현대차를 통해 자사 기술이 유출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대차는 “오엔씨로부터 받은 자료에는 세부적인 사항이 빠져있어 기술을 가져올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기술을 빼앗겨도 현실적으로는 구제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도급법에서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기술을 탈취하지 못하도록 정한 조항이 있으나, 이 법으로 보호를 받으려면 두 기업이 위탁계약을 체결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 때문이다. 위탁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오엔씨는 해당사항이 없다. 따라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정만 변호사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기술탈취 근절 토론회에서 “계약 체결 전이더라도 대기업 요청에 따라 중소기업이 기술자료를 제공한 경우 상호 간에 비밀유지협약이 체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도급법 2조에 명시된 기술자료의 정의도 기술을 빼앗긴 중소기업에는 걸림돌이다. 이 법에 따르면 기술자료란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자료다. 계약 과정에서 대기업이 요구한 자료를 건네줬다간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으니 기술자료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대해 법무법인 위민 손보인 변호사는 “현실적으로는 대기업 요구에 따라 기술자료를 제공하거나 자발적으로 공개하기 마련인데, 이는 ‘비밀’이라는 요건과 상충된다”며 “이처럼 엄격한 조항이 중소기업 여건에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박소라 기자> ©중기이코노미

◇상생협력법·산업기술보호법·부경법 있지만=상생협력법, 산업기술보호법, 부경법 등 기술 탈취를 금지하는 여러 법들이 있으나 막상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었을 때 적용하기는 어느 것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상생협력법에 기술자료를 보호한다는 조항이 있으나, 이 법도 하도급법과 마찬가지로 위탁계약을 체결했어야만 한다. 산업기술보호법에서는 인증된 신기술이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고시한 기술만을 보호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이 요건에 부합하기는 쉽지 않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도 타인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 경우를 부정경쟁행위로 정의하고는 있으나, 특허청 등 행정기관이 조사권을 발동할 수 있는 권한은 빠져있다. 이처럼 관련 법은 많지만 적용하기는 어려운 ‘법적 공백’ 상태라는 것이 박정만 변호사의 설명이다.

◇“기술유출 피해액 산정기관 만들자”=법정으로 싸움을 끌고 가도 제대로 피해 보상을 받기란 쉽지 않다. 법원은 기술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손해액을 산정하는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외부 감정기관에 피해액 산정을 의뢰하는 방법도 있으나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기출유출 피해가 사실로 드러난 경우 손해산정 전문기관이 손해액을 산정하도록 만들자는 것이 박 변호사의 제안이다. 박 변호사는 “손해산정 전문기관은 중소기업청, 법률전문가, 변리사, 감정평가사로 구성하고, 법원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기관에서 산정한 손해액을 깎을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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