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계약 피할수 없다면 ‘녹음’ 증거자료 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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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구두계약 피할수 없다면 ‘녹음’ 증거자료 확보를 부당한 반품·대금감액·기술자료 제공요구…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기사입력2016-11-21 19:03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수·위탁거래를 할 때, 불공정행위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은 어떤 법률로 구제가 가능한지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거래단절 등 보복이 두려워 구제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무엇보다 불공정거래는 발생한 이후 바로잡으려면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파악해 두는 게 중요하다. 수·위탁거래시 흔히 발생하는 불공정행위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의해 보호받을 수 있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21일 개최한 ‘거래공정화 제도 및 수·위탁거래 실태조사 설명회’에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김정헌 변호사는 “중소기업이 보호받을 수 있는 법령 내용을 알고 있으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고,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도 이를 구제할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하도급법에서는 몇가지 사항에 대해 손해액 3배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한다. 징벌적손해배상이 적용되는 주요 불공정행위는 ▲부당한 대금결정 ▲부당한 위탁취소 ▲부당한 반품 ▲부당한 대금감액 ▲부당한 기술자료 제공요구 등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부당한 대금결정=원사업자 B는 도로포장공사와 관련해 최저가 경쟁입찰을 실시하며 “최저가 업체와 협상을 통해 하도급계약을 체결한다”고 입찰 참여업체들을 대상으로 공고를 내고 사전설명회를 열었다. A사는 10억원의 입찰가로 참여해 최저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후 B사는 A사를 불러 정당한 사유없이 하도급계약금액을 9억원으로 정해 하도급계약서를 작성토록 했다.

경쟁입찰을 통해 최저가업체를 선정하고 다시 재협상을 통해 더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하도급법에서 금지한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행위에 해당한다(하도급법 제4조 제2항 제7호). 특히 원사업자가 현장설명회나 입찰공고시 “최저가업체와 협상을 통해 하도급계약을 체결한다”고 사전에 입찰 참여업체에 설명했다 하더라도 최저가 낙찰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

이 경우 수급사업자 A는 원사업자 B의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행위로 입은 손해액의 3배 범위 안에서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수급사업자가 최대한 손해를 배상받기 위해서는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이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현장설명회 자료, 입찰서, 입찰공고문 등과 입찰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입찰표 등의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해둬야 한다. 경쟁입찰이든 수의계약이든 계약관련 자료는 모두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부당한 위탁취소=A사는 TV용 복합자재를 제조하는 업체다. 2013년 8월부터 B사에 자재를 납품하고 있었으며, 2014년 1월21일 B사로부터 예상물량통지서를 받았다. 예상물량통지서에 따르면 B사는 2월에 6700개, 3월 6000개, 4월 8200개, 5월 3000개의 발주계획이 있었다. A사는 예상물량통지서에 따라 제품을 생산했지만 B사는 예상물량통지서보다 적은 수량을 발주했다. 그 결과 A사는 약 4억3000만원 상당의 4400개의 재고를 떠안게 됐다.

김 변호사는 “민법상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지만 이 또한 위탁기업의 책임이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않으면 배상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탁기업이 예상물량통지서를 미리 받으면 원자재를 확보하고 경영자원 배분계획을 세울 수 있지만, 위탁기업이 실제 발주량을 축소하게 되면 불용재고 발생위험을 떠안을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김정헌 변호사는 “중소기업이 불공정행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법령 내용을 알고 있으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고,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도 이를 구제할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예상물량통지서는 발주서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위탁기업이 예상물량통지서보다 적은 물량을 발주했다고 해서 위탁취소행위라고 볼 수 없다. 수탁기업은 반드시 납품할 제품의 생산착수 시점 이전에 위탁기업으로부터 발주서를 받아둬야 한다. 발주서가 없는 상태로 어쩔 수 없이 제품생산에 착수해야 한다면, 위탁기업으로부터 예상물량통지서와 함께 최소물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서면 등으로 받아 둬야 향후 분쟁발생시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부당한 반품=A사는 B사로부터 가구제조를 위탁받았다. A사는 납기를 지연해 납품하게 됐는데 지연사유는 ‘B사가 고용한 디자이너의 발주가 늦어짐’, ‘B사가 공급하기로 한 원자재의 공급이 지연됨’ 등이었다. 하지만 B사는 납기지연을 이유로 가구를 반품했고 A사는 230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원사업자의 원재료 공급지연 등의 사유로 납기가 지연됐음에도 불구하고 납품제품을 반품한 것은 하도급법 제10조 제1항 제4호에서 규정하는 부당한 반품행위에 해당한다. 원사업자의 부당한 반품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수급사업자는 손해액의 3배 범위 안에서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업종특성상 원재료·세부설계서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질 경우,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로부터 원재료 공급시기, 설계서 교부시기, 원사업자에게 납품한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일자가 기재돼 있는 납품서, 각 단계별 발주서 등)을 확보해 둬야 한다. 사례에서 B사가 고용한 디자이너의 발주가 늦어진 점, B사가 공급하기로 한 원자재의 공급이 지연된 점을 증명할 증거가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 정당한 반품행위로 판단될 수도 있다.

◇부당한 대금감액=2012년 12월1일 A사는 B사로부터 50억원 규모의 선박부품 제조를 위탁 받았다. 이후 2014년 12월1일 A사와 B사는 합리적인 사유로 단가인하를 합의했다. B사는 그동안의 단가가 높았다는 이유로 인하한 단가를 2013년 12월1일부터 소급적용하고 그 차액에 해당하는 5억원을 하도급대금에서 공제했다.

이 경우 합의된 단가라 할지라도 단가의 적용을 합의시점 이전으로 소급해 적용하는 것은 하도급법 제11조 제2항 제2호에서 금지한 부당한 하도급대금 감액행위에 해당한다. 합리적인 사유로 합의한 단가라도 합의일 이후 발주분부터 적용해야 한다.

원사업자가 단가를 소급해 적용하는 합의서 작성을 강요할 경우 단가소급적용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 녹취 또는 이메일 등 증거자료를 확보해 둬야 향후 분쟁에 대비할 수 있다.

◇부당한 기술자료 제공요구=자동화부품 핵심기술을 보유한 A사는 대기업 B사와 납품협의 중 납품능력 확인을 명목으로 기술자료 제공을 요청받았다. A사는 기술자료를 제공했고 하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협의과정과 달리 A사는 발주수량을 축소하고 단가를 낮게 책정했다. 이후 B사는 B사의 계열사인 C사로부터 A사가 개발한 부품과 동일한 제품을 공급받았다. B사는 A사에 대한 발주물량을 점차 축소했고 결국 A사는 수익성 악화로 부품을 생산할 수 없게 됐다.

하도급법 제12조의3에서는 원칙적으로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제공하도록 요구할 수 없으며,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적법한 절차와 서면을 통해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사업자의 기술자료 유용행위로 손해를 입은 수급사업자는 손해액의 3배 범위 안에서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도급거래에서 기술유용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하도급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기술자료를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 상대방이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 기술자료 내역, 요구목적, 비밀유지에 관한 사항 등이 기재된 서면으로 요구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

계약내용 서면으로 받지 못했다면

수탁기업 A는 위탁기업 B사에 계약금액 7000만원이 기재된 계약서면을 먼저 발송했다. B사는 구두로만 계약내용에 동의했고, A사는 위탁받은대로 B사가 요구한 맞춤형 건축자재를 생산했다. B사는 3개월뒤 계약금액 5000만원이 기재된 새로운 계약서를 발송하며, 기존에 구두로 계약한 내용을 무시하고 낮은 계약금액을 강요했다.

이 경우 A사가 B사에 먼저 계약서를 송부한 것은 적절한 행위였지만, 당사자의 서명이 담긴 회신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계약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특히 구두계약의 경우 다른 증거자료가 없는 한 계약내용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양사의 서로 다른 주장으로 분쟁이 발생한다. A사가 B사의 구두위탁 약속만 믿고 생산해 둔 제품 등에 대해서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B사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

김 변호사는 “하도급법상 계약서의 서면작성·교부·보관의 의무가 있지만, 이를 어겼을 경우라 하더라도 원사업자에 과징금만 부과할 뿐 계약사항을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계약을 체결할 때는 수탁기업이 적극적으로 계약서 초안을 작성해 위탁기업에 송부한 후 상호 협의하면서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이 좋다. 위탁기업이 서면계약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계약증빙서류 확보도 어려울 경우에는 계약내용의 이행을 중단하고 재협의 하는 것이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어쩔 수 없이 구두계약을 진행해야 한다면, 주요 계약내용을 녹음하거나, 이메일·문자메시지 형태로 확보해 두면 향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입증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구두합의서는 원사업자가 인정할 경우 합의로써 유효하지만, 원사업자가 인정하지 않으면 이에 대한 입증이 어렵다”며 구두로 합의할 경우 증거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도급법에서는 하도급계약추정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하도급거래에 해당하는 경우 계약의 주요내용을 서면으로 통지해 확인을 요청하고, 15일 이내 위탁기업이 회신하지 않을 경우 계약체결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수탁기업이 적극적으로 서면계약서를 작성해 송부하는 것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