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입점제한 3개월짜리 대선용 거짓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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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대형마트 입점제한 3개월짜리 대선용 거짓공약 중소도시 입점시 지역협의체와의 ‘합의’ 인수위 거치며 사라져

기사입력2016-12-08 10:42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박근혜 대선 후보 선거캠프는 2012년 당시 ‘대형유통업체의 급속한 골목상권 진입으로 구조조정 압력에 처한 소상공인이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후보 대선 공약집에 명시된 이와 관련한 공약은 ‘중소도시 대형마트 신규입점의 제한적 허용’이다. 대형마트를 중소도시에 개설할 경우 지역협의체와 ‘합의’된 경우에만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 개점은 지역협의체와의 ‘합의’ 요건이 아닌 ‘협의’ 사항이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의 대선공약은 인수위를 거치면서 사라졌다. 2012년 11월27일 선거운동 시작 후 인수위가 해체된 2013년 2월22일까지 약 3개월짜리 대선용 ‘거짓’ 공약인 셈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대형마트 신규입점은 지역협의체에서 합의된 경우에 허용한다’는 내용이 2013년 인수위 국정과제 발표에서는 사라졌다.<자료=새누리당, 18대 대선 인수위 홈페이지 ©중기이코노미

2013년 18대 대통령 인수위에서 발표한 ‘140대 국정과제’ 중 ‘22. 소상공인·자영업자 및 전통시장의 활력 회복’ 부분을 보면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의 조기 정착, 사업조정 일시정지 명령제 도입 등을 통해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을 억제하겠다’고만 명시돼 있다. 선거운동 당시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내세운 지역협의체와의 ‘합의’ 부분 자체가 없어진 것이다.

인수위에서 언급한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전통시장과의 거리 제한 등 2013년 1월23일 개정된 내용이다. 전통시장과의 거리규정은 유통산업발전법 제13조3에 따라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이 전통시장이나 전통상점가로부터 1km이내 범위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정할 수 있다.

대규모 또는 준대규모 점포를 개설하려면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등록’을 하면 되지만, 전통상업보존구역에 한해서는 제한을 둔다. 동법 제8조 3항에 따르면 대규모 점포 등의 위치가 전통상업보존구역에 있을 때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은 지자체의 조례에 따라 등록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 제8조에 따라 점포개설시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첨부해 ‘등록’해야 한다. 대규모 점포를 개설하려는 자는 영업개시 60일전까지, 준대규모 점포를 개설하려는 자는 영업개시 30일전까지 개설지역 및 시기 등을 포함한 개설계획을 예고해야 한다.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은 제출받은 평가서와 계획서의 미진한 부분을 보완 요청할 수 있고, 지역협력계획서 이행실적을 점검해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중필 주무관은 최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상업보존구역이나 전통시장 1km이내에 대형마트가 입점할 경우 지자체가 조례 등의 기준에 따라 등록을 받아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유권자시민행동은 지난 2012년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 앞에서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형마트 신규입점은 지역협의체에서 ‘합의’한 경우에만 허용하겠다는 공약을 했다.<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김성진 변호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취재과정에서 “현행법은 평가서나 협력계획서만 제출해도 대형마트를 개설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중소도시 대형마트 입점 제한 공약의 핵심은 협의의 노력이 아니라, 지역 중소상인의 ‘동의’를 필요조건으로 넣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세종시의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준대규모 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 제14조를 보면 ‘시장은 대규모 점포 등의 등록을 하고자 하는 사항이 시행계획에 부적합하다고 인정할 때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대규모 점포 등의 등록신청자에게 권고 또는 조언을 할 수 있고, 등록신청자가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에 협의회에서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협의회는 ▲전통시장, 슈퍼마켓, 상가 등 중소유통기업의 대표 2명을 포함해 ▲부시장 또는 특별자치시의 경우 행정부시장·부군수·부구청장 ▲대형마트를 개설하려는 대형유통기업 대표 2명 ▲소비자단체 대표 또는 주민단체 대표 ▲유통산업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그 밖의 대·중소유통 협력업체·납품업체·농어업인 등 이해관계자 ▲해당 특별자치시·시·군·구의 유통업무 담당 과장급 공무원 등 9명이내로 구성한다. 만약 대규모 점포 등록사항이 적합하다고 시장이 인정하면, 협의회 논의 전 즉 지역 상인의 동의없이도 시장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입을 제한하기 위한 입법안으로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안이 발의됐지만, 경제민주화 공약을 실현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 조경태 의원안은 대규모 점포의 ‘개설등록’과 ‘변경등록’ 부분을 ‘개설허가’와 ‘변경허가’로 개정하는 내용이다.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꿈으로써 대형마트 개설조건을 조금 강화했지만, 세부허가 조건은 현행과 같이 지자체에 맡기고 있으며, 지역 중소상인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내용은 없다.

이와관련 조경태 의원실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지역구 전통시장 상인들이 대형마트와 준대규모마트나 식자재 유통업체로 인해 영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준비한 개정안”이라며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함으로써 지역에 대형마트가 들어오는 것을 지역상인들이 미리 알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했다. 해당 지역 중소상인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역 상인들이 포함된 협의체 의견이 허가 이전부터 반영되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도 고려중”이라며 “대통령 공약과는 무관하게 의원실에서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