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바꿔도…카드사 제시한 수수료 그대로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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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법 바꿔도…카드사 제시한 수수료 그대로 부담 은행 ‘메리트 없다’ 외면…가맹점, 카드매출채권 매입기관 선택 못해

기사입력2016-12-15 19:05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영세사업자의 카드수수료를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이 시행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카드사가 독점적으로 매입하는 구조를 바꿔 시중은행도 매입할 수 있는 경쟁체제를 만들었지만, 은행이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정두언 전 의원이 발의한 일명 ‘신용카드 부정수수료 방지법’이 올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시중은행도 신용카드 거래로 발생한 매출채권을 매입할 수 있다. 이전까지 카드사가 카드 매출채권을 독점매입했지만, 시중은행도 매입하게 함으로써 카드사와 시중은행이 채권매입을 두고 경쟁하게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카드 가맹점은 카드사와 시중은행중 수수료가 낮은 곳을 선택해 매도함으로써 자연스레 수수료가 낮아질 것을 기대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강갑봉 회장(사진 가운데)은 ‘신용카드 매출채권 매입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현재 신용카드 시장구조에서는 카드가맹점의 선택권이 없어 카드사가 제시하는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은행권 “수수료 낮고 추가 업무만 발생, 메리트 없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현재 시중은행은 매출채권 매입을 외면하고 있다. 그 이유는 카드수수료는 낮고 추가적인 매입업무만 발생해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신용카드 매출채권 매입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도 은행연합회 김혜경 상무이사는 “법개정 취지와 별개로,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은행이 매입해야 할 요인이 있는지를 봐야 한다”며 “전산업무과정이 추가돼 거래비용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 또 밴(VAN)사와도 채권매입에 따른 대금정산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전용선을 설치해야 하고, 시스템도 새로 구축해야 하며, 은행 내부적으로도 조직운영 비용이 들어간다. 매출채권 매입에 참여하는 은행의 투자비용을 감안하면 은행수익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수수료 인하와 함께 여전법 개정 당시에는 카드결제 대금일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혜경 상무는 “카드수수료에는 매출채권 매입비용 외에도 다른 요소들이 있다. 은행이 카드채권 매입사로서 참여해도 가맹점은 매출채권 매입에 따른 비용을 은행에 지불해야 하고, 카드사에 수수료를 따로 지불해야 하는 이중구조다. 또 은행은 매입기관으로서 부도채권 확인절차가 필요한데, 이를 고려하면 카드결제 대금일이 현재보다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은행이 시장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시장자유에 맡겨 놓을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은행권에서 시장자유를 말하는데, 신용카드가 활성화된 것은 IMF이후 소비진작을 위해 정부가 주도한 것이지 시장자유에 의해 선택된 결과가 아니다”라며 “현재 카드사와 가맹점간 불균형한 구조는 정부의 잘못이기도 하다. 신용카드가 처음 도입될 시기부터 첫걸음을 잘못 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가맹점 “선택권 박탈…일방적으로 수수료 감당해야”

카드가맹점은 현재 신용카드 시장구조에서 선택권이 없어,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수수료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신용카드 시장구조는 크게 ‘3당사자’와 ‘4당사자’ 구조로 나눌 수 있다. 3당사자는 소비자(카드사회원)-가맹점-카드사의 구조다. 소비자가 카드로 상품을 구입하면 가맹점은 카드사에 결제승인을 요청하고, 카드사는 소비자에게 이용대금을 청구한 후 수수료를 제외하고 가맹점에 대금을 지급한다. 4당사자는 매입기관에 은행이 추가돼, 매출채권을 매입한 은행이 카드사에 대금지급을 요청하거나, 소비자에게 직접 대금을 청구하는 구조다. 매출채권을 매입하지 않은 카드사는 결제승인 업무만을 주로 한다.

카드사와 가맹점간의 거래상 지위와 관련해, 3당사자 구조에서는 사실상 불평등한 관계인데 4당사자 구조에서는 대등한 관계가 만들어질 여지가 있다. 3당사자에서 카드사는 소비자(카드회원)만 모집하면 되지만, 4당사자에서는 매출채권 매입을 위해 가맹점과도 협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출채권을 매입할 대상이 카드사 이외 은행도 있기 때문에 가맹점의 협상력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가맹점의 협상력이 높아지면, 가맹점이 현재 부담하는 신용카드 부가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카드사와 협상을 통해 낮출 수도 있다.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한국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원은 “신용카드 부가서비스가 이처럼 많은 것은 다른 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며 “카드사가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경쟁을 하는데, 가맹점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경쟁이 필요없는 법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드사가 회원모집을 위해 부가서비스를 남발하고, 그 비용을 카드사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가맹점에 떠 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에서 가맹점은 소득세법 162조의2 ‘신용카드가맹점 가입·발급의무 등’에 따라 직전 과세연도 기준 합계 2400만원 이상인 사업자는 무조건 신용카드 가맹점에 가입해야 한다. 또 여전법 제19조 ‘가맹점의 준수사항’ 1항에 따라 가맹점은 신용카드 사용을 거부해서는 안된다.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 법이지만, 가맹점에는 수수료 부담의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강갑봉 회장은 “가맹점에도 선택권을 줘야하는 것 아니냐”며 “선택을 통해 수수료가 올라가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이겠지만, 지금은 선택권도 없이 카드사가 제시하는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지불할 수밖에 없다. 선택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또 “은행이 매출채권을 매입하고 수수료를 낮추면 가맹점이 주거래 은행을 옮기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효과가 있는데 수수료와 카드사·은행의 이윤만 놓고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