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비는 현금 고객은 카드…진짜 이유 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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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재료비는 현금 고객은 카드…진짜 이유 탈세? 소상공인에 이유 들어보니 “카드수수료 부담, 현금유동성 떨어져”

기사입력2016-07-15 00:00

“왜 카드 받는 걸 꺼리느냐고요? 장사하는 입장에선 좋을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거래처에 재료비는 현금으로 줘야 하는데 현금은 안 들어오지, 카드 수수료 꼬박꼬박 나가지…. 물론 손님들한테야 싫은 티 안 내죠. 김밥 한 줄 사도 카드 내미는 손님들이 워낙 많으니까. 그래도 반갑지 않은 건 사실예요”

경기도에서 15년째 분식집을 하고 있는 소상공인 A씨의 말이다. 창업 당시만 해도 100% 현금 장사였지만 소비 패턴이 바뀌며 카드결제를 요구하는 손님들이 많아졌다. 배달을 갔는데 아무렇지 않게 카드를 내미는 손님들이 점차 늘자 가맹점 등록을 하고 휴대용 카드단말기를 장만했다. 이제 카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오히려 현금을 내면 고마워해야하는 처지다.

◇매출은 고만고만, 카드수수료는 꼬박꼬박=카드 결제를 반기는 소상공인은 없다. 이들이 카드를 싫어하는 첫 번째 이유는 수수료다. 예전보다 카드수수료율이 많이 떨어졌다곤 하지만 여전히 눈엣가시다. 똑같이 물건을 팔아도 카드로 계산하면 마진율이 떨어진다. 카드를 안 받자니 영업이 불가능할 만큼 카드 영향력이 커졌다. 울며 겨자먹기로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픽=이혜원 기자> ©중기이코노미

카드 수수료율은 영업장인 가맹점 규모에 따라 정해진다. 연매출 10억원 초과는 대형가맹점, 연매출 3~10억원은 일반가맹점으로 분류한다. 대형가맹점과 일반가맹점은 가맹점 업종에 따라 카드사에서 적격비용을 산정해 수수료율을 정한다. 카드사가 갑, 가맹점이 을이라고 생각하지만 대형가맹점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코스트코같은 대형가맹점은 카드사 입장에서도 탐나는 고객이다. 코스트코가 삼성카드와 독점계약을 맺는 대신 1% 이하의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기로 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연매출 2~3억원은 중소가맹점, 2억원 미만은 영세가맹점이다. 14일 여신금융협회 정지헌 조사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가맹점 250만개 중 196만개(78%)는 중소·영세가맹점이다. 이들 가맹점은 영세성을 감안해, 정책적으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한다. 올해 초부터 중소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1.3%, 영세가맹점은 0.8%로 각각 0.7%p씩 내렸다. 체크카드는 중소가맹점이 1%, 영세가맹점이 0.5%로 각각 0.5%p씩 떨어졌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수수료 인하에 미적지근한 반응이다. 수수료율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소상공인 A씨 역시 “뉴스를 통해 카드수수료가 떨어졌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정확히 얼마만큼 떨어졌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도매상은 현금 달라는데 안 들어오니 ‘죽을 맛’=소비자가 카드로 계산하고 나면 카드사는 3~5 영업일 후 가맹점에 대금을 넣어준다. 입금 시기는 카드사별로 다르다. 소상공인들은 거래처에 현금으로 대금을 치러야 하는데 현금 유입이 안 되니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에서 여성복을 판매하는 소상공인 B씨에 따르면 도매상은 기본적으로 현금거래다. 카드로 결제하면 부가세 10%를 얹어줘야 한다. B씨도 지금까지는 현금을 주고 물건을 사왔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카드결제 비중이 커지며 현금이 부족한 일도 왕왕 생겼다. 현금 유동성 문제다.

소비자가 결제한 금액과 카드사에서 입금해준 금액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도 골칫거리다. 가령 하루에 10명의 소비자가 BC카드로 결제했다면 카드사에서는 10명분을 한꺼번에 입금해준다. 각 결제가 신용카드냐, 체크카드냐에 따라 수수료율도 다르다. 장사하기도 바쁜 소상공인들이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가맹점 매출거래정보 통합조회시스템에 접속하면 카드사별 매출 내역과 입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자료=여신금융협회 홈페이지 화면 캡처>

B씨는 “카드가맹 초기 몇 달간은 카드사에서 제대로 입금해주는지 확인했지만 지금은 안 한다. 건수가 많은데다 각각의 카드사가 수수료를 공제한 금액을 넣어주니 계산도 복잡하다. 이제는 알아서 넣어주겠거니 하고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여신금융협회가 운영하는 가맹점 매출거래정보 통합조회시스템(cardsales.or.kr)을 이용하면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카드사별로 나눠 일별, 기간별, 월별 승인·매입·입금내역을 알려준다.

◇“수수료는 핑계, 탈세 때문 아니냐”=그러나 카드 거부의 진짜 이유는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라는 게 업계 내외의 공통된 반응이다. 카드수수료는 면피용일뿐 실상은 매출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서라는 얘기다.

카드결제는 전산에 기록이 남지만 현금은 그렇지 않아 매출을 감추기 쉽다. 익명을 요구한 금감원의 한 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신용카드 거부는 외견상 카드수수료 문제로 보이나 세금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정부에서 카드결제를 유도하는 것도 이를 양성화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카드결제시 웃돈을 요구하는 상인들의 대부분이 10%를 추가금으로 요구하는 것도 이같은 심증을 뒷받침한다. 카드수수료율은 1% 안팎인데 10%를 더 달라는 건 부가가치세(10%)를 충당하기 위함이라는 얘기다. 수수료를 이유로 현금을 요구했던 상인이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면 매출 내역이 고스란히 국세청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세청에 접수된 카드결제 거부·현금영수증 발급 거부 건수는 9400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수산물을 유통하는 소상공인 C씨는 “상인들이 카드를 싫어하는 게 세금 때문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업계에서도 알면서 모두 쉬쉬한다”면서 “간혹 경쟁사에서 탈세 사실을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몇 년 전 한 업체가 경쟁사의 탈세를 신고해 탈세한 업체가 8000만원의 가산세 폭탄을 맞았다. 세금 문제로 신변을 비관한 업주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세금을 내냐, 내지 않느냐의 갈림길에 있는 영세사업자에게 카드결제는 더욱 민감한 문제다. 연매출 4800만원 미만인 개인사업자는 세금계산서 발행 의무가 없는 간이과세자로 분류된다. 이 중에서도 2400만원 미만인 경우 부가세 신고는 하되 납세 의무는 없다. 연매출 2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D씨는 “올해 들어 카드결제가 부쩍 늘었다. 오래 거래해온 단골고객에게는 현금 시 할인해주는 방법으로 최대한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