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어요?” 형사처벌 불구 카드 거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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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현금 없어요?” 형사처벌 불구 카드 거부 여전 카드 계산하면 추가금 받아도 위법…국세청 여신금융협회 신고

기사입력2016-07-11 00:00

#1. “언니, 현금은 없어? 이거 현금가인데…” 8일 강남역 지하상가 여성의류 매장. 현금이 없다고 하자 직원 표정이 달라졌다. 2만원짜리 옷을 사는데 신용카드를 내미니 수수료로 2000원을 더 내야 한다고 했다.

#2. 구로디지털단지역 액세서리 매장. 1500원짜리 양말 한 벌을 집어 들고 카드를 내미니 거절의 말이 돌아온다. “카드는 5000원 이상만 돼요” 양말 세 벌에 머리끈까지 해서 5000원을 넘긴 후에야 카드로 결제할 수 있었다.

서울 한 지하상가의 의류매장 매대에 ‘현금가’ 팻말이 걸려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카드 가맹점이 카드 소비자와 현금 소비자를 차별 대우할시 형사처벌을 한다. ©중기이코노미

형사처벌 대상인 카드결제 거부 행태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취재 결과 지하상가, 헬스장 등 일부가맹점에서는 일정금액 이상 돼야 카드를 받거나 카드결제시 추가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매장에는 ‘현금가입니다’, ‘현금 1만원 카드 1만1000원’ 등 카드와 현금 가격을 달리하는 팻말이 버젓이 붙어 있었다. 현금이 없으면 계좌이체라도 하라며 사업장 계좌번호를 붙여놓은 곳도 있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이 카드를 받지 않거나 현금 소비자와 카드 소비자에 가격차별을 두는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가맹점이 카드를 받지 않거나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물린 것이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서도 금지하고 있다. 카드 거부는 탈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신용카드를 거부하거나 수수료를 소비자에 물린 것이 적발되면 가산세를 내야 한다. 가산세율은 카드 거부 시 거부금액의 5%, 수수료 전가는 차액의 5%다. 가령 10만원짜리 물건을 사는데 카드를 안 받아 현금으로 계산했다면 가산세는 5000원이다. 10만원이라고 적혀있는데 카드결제 시 11만원을 받았다면 차액(1만원)의 5%인 500원이 가산세다.

국세청 한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카드 거부 사실이 확인되면 일차적으로 가산세를 물린다. 두 번째 적발 시부터는 조세처벌법 17조에 따라 과태료도 부과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청에 접수된 카드결제 거부·현금영수증 발급 거부 건수는 9400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신고자에게는 결제금액의 20%를 포상금으로 주는데, 지난해 포상급 지급액은 1억7000만원에 달했다.

카드 소비자에게 돈을 더 받는 것은 위법이나, 현금 고객에 가격을 깎아주는 것은 위법으로 보기 애매하다는 입장도 있다. ©중기이코노미

다만 현금시 할인해주는 것을 가격차별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신금융협회와 금융감독원의 입장이 다르다. 카드사 집단인 여신금융협회에서는 카드 결제 때는 정상 판매하면서 현금 결제 때는 할인해주는 행위도 신용카드 부당대우 사례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현금할인을 딱 잘라 위법이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감독원 팀장은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카드결제 시 추가금을 받는 것은 (위법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다만 현금으로 계산했을 때 깎아주는 것은 애매하다. 우리나라의 가격책정 문화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이걸 정부나 기관에서 제도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비에서 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간 한달간 국내 카드 승인금액은 전년 같은달보다 22.3% 늘어난 63조1500억원이었다. 신용카드가 49조9100억원, 체크카드가 13조2400억원이다. 건당 평균 결제금액은 신용카드가 약 5만1600원, 체크카드는 2만1700원으로 나타났다.

카드 안 받으면 국세청·여신금융협회에 신고

카드 가맹점이 카드를 거부하거나 수수료나 부가세 명목으로 명시된 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요구해 결제했을 경우 국세청에 신고할 수 있다. 신고기한은 거래일로부터 1개월이다.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 ‘상담·제보’란에 신용카드 매출전표, 영수증 등을 첨부해 신고하면 된다. 관할 세무서 조사 결과 사실로 확인되면 거부금액의 20%를 신고자에게 포상금으로 준다. 가맹점의 카드 거부로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경우에는 여신금융협회에 신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