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증명서 인증수출자 번호 오기 관세추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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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FTA 원산지증명서 인증수출자 번호 오기 관세추징 수입업체 EORI·VAT로 혜택받으면 ‘미납관세’에 가산금까지 내야

기사입력2016-12-30 11:07

이가영 기자 (young@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서울세관과 함께 하는 FTA돋보기 ③한·EU FTA…인증수출자(수입업체)

특정 국가간 무역증진을 위해 물자나 서비스 이동을 자유롭게 인정하는 특혜무역협정이 FTA(Free Trade Agreement)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모든 회원국에 ‘최혜국대우’를 보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최혜국대우는 어떤 상품에 최저관세율이 있을 경우, 이를 다른 나라 제품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2016년 12월 현재 52개국과 총 15개의 FTA를 발효했다. 특히 지난해 발효된 한·중 FTA로 전체 교역에서 FTA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67%까지 확대되면서, 기업이 FTA를 활용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FTA 원산지규정이 복잡하고, 전문인력과 정보도 부족해 이를 활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7월 관세청이 발표한 ‘기업규모별 FTA 수출활용률’을 보면, 대기업은 79.3%인 반면 중소기업은 63.9%만이 FTA를 활용한다. 이에 중기이코노미는 서울세관과 함께 국가별 FTA를 살펴보고, 중소기업에 필요한 대응방안을 취재·보도한다.

#1. EU에 있는 업체와 장기간에 걸쳐 수입거래를 하고 있었던 국내 A사는 한·EU FTA 발효 후 거래처가 발행한 원산지증명서로 FTA 관세혜택을 받아왔다. 그러나 특혜관세를 위해 사용한 원산지증명서에는 ‘인증수출자’ 번호가 아닌 EORI 번호(EU 공동 세관등록번호)가 기재됐다는 사실이 사후검증에서 밝혀졌다. 결국 A사는 기존에 받았던 특혜관세가 취소돼 금전적 손실을 봤다.

#2. 국내 유통업체인 B사는 독일 C사의 주방용품을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인증수출자’ 제도를 알고 있던 B사 담당자는 관세혜택을 받고자 C사에 인증수출자 번호를 기재해줄 것을 요청한 후, 원산지증명서를 제출하고 사후에 특혜관세 적용을 받았다. 그런데 사후검증에서 C사가 알려준 번호는 인증수출자 번호가 아니라, 프랑스 와인에 사용되는 ‘특별소비세 식별번호’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B사는 관세를 추징당하고 가산세도 납부해야 했다.

한·EU FTA에서 ‘인증수출자’ 제도는 수출업체뿐만 아니라 수입업체에도 중요하다. 국내 수입자가 사용한 EU 인증수출자 번호가 이처럼 사후검증에서 오류로 판명돼, 관세를 추징당하는 사례가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2011년 7월1일 발효된 한·EU FTA에 따라 6000유로 이상의 수입물품에 대해 특혜관세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EU 28개국의 관세당국이 인증한 ‘인증수출자(Approved Exporter)’가 발급한 원산지증명서가 필요하다. 인증수출자는 원산지증명 능력이 있다고 관세당국이 판단한 수출자에게 원산지증명서 발급절차와 첨부서류 간소화 혜택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인증수출자가 발급하는 원산지증명서에는 EU 수출국 관세당국이 부여한 ‘인증수출자 번호’가 반드시 기재돼야 한다.

우리나라 관세청은 홈페이지에 인증수출자 번호 검증시스템을 공개, 인증수출자 번호의 진위성을 확인할 수 있게했다. 이에따라 EU의 수입업체가 국내기업의 인증수출자 번호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반면 EU의 경우 이처럼 번호의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28개 회원국의 인증수출자 번호체계도 모두 달라 ‘인증수출자 번호’ 대신 유사한 다른 번호가 기재된 원산지증명서가 발급돼도 식별이 어려운 것이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만약 수입물품에 인증수출자 번호가 아닌 다른 번호가 기재돼 있고, 한·EU FTA 특혜관세를 적용받은 사실이 적발되면, ‘미납관세’를 추징당하는 동시에 가산세(미납관세의 10%+이자상당)를 내야 한다. 고의로 허위 원산지신고서를 작성한 경우에는 FTA특례법에 따라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추가로 부과된다.

인증수출자 번호 대신 사용되는 대표적인 번호가 ‘EORI’다. EORI 번호는 2009년 7월부터 EU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통관고유번호로, 상품의 수출입에 관련된 모든 경제주체가 의무적으로 취득해야 하는 번호다. 한·EU FTA 품목별 원산지결정 기준을 충족한 물품에 대해 세관의 심사를 거쳐 부여한 인증수출자 번호와는 전혀 다르다. 따라서 원산지증명서에 EORI 번호를 기입하면 특혜관세를 적용받을 수 없다.

그러나 EORI 번호체계는 인증수출자 번호와 상당히 유사해 수입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증수출자 번호체계와 같이 두자리의 알파벳 국가명(ISO 규정)으로 시작하고, 구성도 인증수출자 번호체계와 유사하다. 이 때문에 EU 수출자가 인증수출자 번호 대신 EORI 번호를 사용해도 알기가 쉽지 않다. EU 집행위원회가 인터넷(http://ec.europa.eu)에 공개한 EORI 번호 검증시스템에서 검색이 되면 EORI 번호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또 유사한 번호로는 EU 각국의 ‘VAT번호(사업자등록번호)’와 와인에 주로 사용되는 ‘특별소비세 식별번호’가 있다. 이들 번호 또한 EU 집행위원회의 인터넷 검증시스템을 통해 진위성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수입업체는 반드시 사전에 거래처로부터 인증수출자 번호를 받아 검증해봐야 한다.

서울세관 FTA3과 김철용 계장은 “그러나 집행위를 통한 사전검증만으로 인증수출자 번호를 식별하기 어렵다”며 “유효한 인증수출자인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인증수출자 지위를 부여할 때 주는 ‘인증수출자 인증서’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설명했다.

한편 인증수출자 번호 오류를 발견하더라도 EU 수출업자가 보낸 인증수출자 사본을 보관하거나 이메일을 통해 인증수출자 번호 확인 등의 조치를 취했다면, 관세법 시행령 제3조에 따라 가산세를 면제받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