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법’…자사주의 ‘마법’ 근절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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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이재용법’…자사주의 ‘마법’ 근절할 수 있을까? 분할 통한 대주주 지배력강화 방지입법…바른정당, ‘입법취지 타당’

기사입력2017-02-03 21:18

박홍기 기자 (phk4876@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삼성전자는 최근 공정공시를 통해 회사성장 및 주주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기업구조로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미래에셋대우가 지난달 4일 발표한 ‘삼성전자 지주회사전환 서두르게 되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정대로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투자부문(지주회사)과 사업부문(사업회사)의 인적분할 과정에서 기 확보한 12.8% 자사주를 활용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지배를 통해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배가 가능해져 현재보다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분할을 통한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자사주의 ‘마법’

A사의 대주주 지분은 42%, 기타주주 지분이 28% 그리고 자사주 지분은 30%다. 상법에 따르면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A사의 대주주와 기타주주의 의결권 비율은 각각 60:40이다. 그러나 인적분할 방식으로 A사를 지주사와 자회사로 분할하는 경우 대주주와 기타주주간의 의결권 비율은 달라진다.

회사를 분할하는 경우 상법에 따라 죽어있던 A사 자사주의 의결권이 사실상 부활하기 때문이다. 의결권이 살아나는 과정은 이렇다. 지주사는 A사 자사주 30%를 승계받고, 자사주 비율에 해당되는 자회사 분할신주(30%)를 배정 받는다. 지주사가 승계한 자사주에는 여전히 의결권이 없지만, 지주사 지분인 분할신주에는 의결권이 생긴다.

분할과정을 마치면 자회사의 지분율은 대주주(42%), 지주회사(분할신주, 30%) 그리고 기타주주(28%)로 바뀐다. 의결권이 부활한 지주사 지분인 분할신주(30%)는 대주주의 지배력하에 있으므로 대주주와 기타주주의 의결권 비율이 사실상 78:28이 된다. 회사분할 전 60:40이었던 지분율에 변동이 생겨 대주주의 지배권이 강화된 것이다. 재벌총수 일가들이 별도의 자금투입 없이 자사주를 이용해 자회사의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대주주는 지주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신의 자회사 보유지분을 지주사에 현물로 출자하고 그만큼의 지주사 신주를 받을 수 있다.

이 방법은 불법이 아니다. 상법상 인적분할시 자사주 신주배정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야당과 대부분의 시민단체들은 자사주 신주배정이 대주주의 부당한 지배구조 강화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으며, 주주 평등의 원칙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상법개정안, 자사주 분할신주배정 금지

이와 관련 20대 국회에 발의된 대표적인 법안으론 ‘기업분할로 지주회사 전환시 자사주에 신주배정 자체를 금지’하는 상법개정안과 ‘자사주 분할신주 배정은 인정하되 의결권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있다. 이들 두 법안 모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중기이코노미

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의 김성영 보좌관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상법 개정안은 앞으로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모든 회사에 대해 자사주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법이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에 속하는 회사가 분할할 경우 신주배정은 인정되지만 분할신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상호 충돌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김 보좌관은 “상법 및 공정거래법이 모두 통과되더라도 전자는 앞으로 신주배정 자체를 금지하고, 후자는 이미 분할된 재벌그룹계열사들의 향후 의결권행사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두 법안은 충돌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두법 모두 통과하면 기업분할시 신주배정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동일하다. 또 김 보좌관은 두 법안이 ‘이재용법’이란 세간의 지적에 대해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삼성전자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엄연히 따지면 ‘이재용법’은 아니지만 법안이 통과될 경우 자사주 규모가 30조원 가량 되는 삼성전자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논의가 필요하다’…바른정당, ‘의결권 제한’

자사주 신주배정 제한 움직임에 대해 새누리당 윤상직 의원은 지난달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문제점은 있다”면서도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견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올수 있으므로 소위 차원에서 공청회를 여는 등 구체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안통과에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바른정당은 입장이 좀 다르다. 지난달 18일 같은 자리에서 오신환 의원은 “대주주의 부당한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려는 입법취지는 타당하다“면서 ”신주발행 자체는 허용하되 자사주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