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재벌과 30대 재벌 ‘개혁’ 투트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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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4대 재벌과 30대 재벌 ‘개혁’ 투트랙으로 하자 삼성 현대차 LG SK 경제력 집중 막고, 부실징후 그룹은 구조조정

기사입력2017-02-13 21:27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최근 열린 ‘재벌개혁 전략 세미나’에서 “상위 4대재벌 내지 그로부터 계열분리된 친족그룹을 포함한 범4대재벌(범삼성, 범현대, 범LG, SK그룹)로의 경제력 집중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젠 30대재벌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경제분석을 하거나 정책대안을 구상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정도가 됐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의 얘기는 범4대재벌 이외 나머지 재벌(이하 중견·군소재벌)의 경우 심각한 부실양상을 보이고 있어, 이들을 범4대재벌 개혁방안과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범4대재벌을 중심으로 더욱 심화되는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것”과 함께 “범4대재벌을 제외한 나머지 민간재벌의 1/3에 해당하는 부실(징후)그룹을 효율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것”을 제시했다. 그는 또 “재벌개혁이 경제개혁 또는 경제민주화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출발인 것은 분명하다”며 “이 모두(재벌개혁)는 총수일가의 전횡과 승계라는 전근대적 지배구조의 개선”이라고 강조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4대 재벌과 삼성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자료=채이배 의원실>

30대 재벌에서 4대 재벌로 경제력 집중…삼성 독주

김 소장에 따르면 상위 30대재벌의 GDP 대비 자산총액 비율은 외환위기 시점인 1997년 90%에 육박했다가 2002년 50%까지 떨어졌다. 이후 외환위기에 따른 구조조정이 일단락되고, 2011년말 중국이 WTO에 가입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GDP 대비 30대재벌의 자산총액 비율은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해 2015년 90.4%로 1997년 수준을 넘어섰다.

김 교수 표현을 빌리면, 1997년 이후 30대재벌의 GDP 대비 자산총액 비율이 1997년 수준까지 회복된 시점인 2015년까지 ‘재벌공화국’인 대한민국의 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 이 기간 30대재벌 자산총액의 GDP 대비 비율은 1.83배 증가했는데, 범4대재벌은 1.96배, 범삼성그룹은 2.34배, 삼성그룹은 2.39배 증가했다. 30대 재벌그룹 중에서도 범4대 재벌그룹, 범삼성그룹 등 최상위 재벌그룹의 자산이 더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2015년의 경우 30대재벌의 자산총액(1409조4000억원)을 기준(100%)으로 4대재벌의 자산총액은 전체의 1/2(51.6%), 범4대재벌은 2/3(65.2%)를 차지한다. 삼성의 성장세는 더 놀랍다. 1997년 10% 초반이던 비율이 2015년 22.6%, CJ·신세계와 같은 친족일가를 더하면 25.9%를 점유했다. 대한민국 GDP의 1/4 정도되는 자산이 삼성일가의 몫이다.

이와 관련 김 소장은 “IMF 때 30대재벌의 절반가량이 무너지며 생긴 빈자리를 다른 기업이나 재벌들이 아닌 4대 재벌과 친족들이 채웠다”며 “이제 한국경제는 30개 재벌이 아니라 4개 재벌 소속의 그룹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에서도 알 수 있다. 계열사간 출자 등의 내부거래를 제거한 그룹 전체의 연결부채비율과 연결이자보상배율에서 부채비율이 200%이상,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상태가 2~3년이상 지속되면 부실 또는 부실징후 기업이라 볼 수 있다. ‘재벌개혁 전략 세미나’ 자료를 보면, 2015년 4월 공정위가 지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상위 48개 그룹 기준 부실(징후)그룹의 수는 2007년 2개에서 2008년 6개, 2009년 9개, 2010년 5개, 2011년 6개 그리고 2012년부터 2014년까지 10개다. 반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는 조사 시작시점인 2007년 이후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이 기준치를 넘어선 적이 단 한번도 없다.

4대 재벌의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은 매우 양호하다.<자료=채이배 의원실/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재벌개혁, 중단기·장기 과제로 나눠 추진해야”

재벌기업 내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김 소장은 “상위 30대재벌은 이미 과거와 같은 수준이 아니고, 4대재벌로의 집중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재벌개혁 방안에 반영해야 한다”며 “65개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1위인 삼성그룹과 65위인 카카오그룹의 자산은 68배나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자산규모에서 이처럼 차이가 나는 재벌들을 하나의 기준으로 규제하기 보다는 자산규모와 실현 가능성 등을 고려해 현실적인 재벌개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소장은 이어 “재벌개혁의 구체적인 목표도 매우 다양하며, 수단도 다양하다”며 “전자·서면투표제 의무화, 집중투표제 의무화 및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같은 단기 최우선 과제에 집중하면서 중기·장기과제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법개정안 통과와 함께 김 소장이 단기적 과제로 꼽은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등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위법부당한 절차를 통해 합병에 찬성했다는 사실이 특검 수사결과 드러나면서 재발방지 대책으로 거론되는 대안 중 하나가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이다.

그리고 중기과제에는 ▲금산분리 규율체계의 개선 ▲지주회사 제도 개선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내지 완화 ▲하도급거래 공정화 및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등이 있다. 장기과제로는 ▲타회사의 지배권을 인수하는 경우 의무공개매수 제도의 도입(출자총액제한 제도의 대안) ▲노동자 또는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의 선임(신중한 검토 필요) ▲(가칭)‘대기업집단법’ 제정 등을 제안했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고,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상태가 2~3년간 지속되면, 부실 또는 부실징후 기업으로 볼 수 있다. 사진의 빨간색은 이에 해당하는 기업이다.<자료=채이배 의원실>

중견·군소재벌 세 곳 중 하나는 부실(징후) 상태

또 2012년 이후 계속 10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부실(징후)그룹에 대한 개혁방안으로는 선제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이들 10개 부실(징후)그룹에는 이미 워크아웃 등의 구조조정 절차가 들어가 사실상 그룹해체 상태에 있는 STX, 동양, 웅진, 대한전선그룹 등은 포함되지 않았는데, 부실그룹 숫자가 더 늘어난다는 얘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상당수 부실그룹의 경영난이 일시적인 유동성이 아닌,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부실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14년말 기준으로 동부그룹은 2007년 이후 8년 연속, 한진그룹은 2008년 이후 7년 연속, 현대그룹과 한진중공업그룹은 2011년 이후 4년 연속, 동국제강그룹과 대성그룹은 2012년 이후 3년 연속 부실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4대재벌 및 그 친족그룹을 제외하면, 나머지 중견·군소재벌 세 곳 중 하나는 부실(징후) 상태란 말이다.

그렇다고 이들 중견·군소재벌이 경영여건을 개선할 수 있을 정도로 국내외적 경영환경이 밝은 것도 아니다. 김 소장 또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중국의 성장세 둔화, 영국의 EU 탈퇴 등의 국제적 불안정성에 더해 극심한 내수침체 등이 가중되면서 향후에도 부실(징후)그룹들의 재무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주채무계열제도 한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포함해야”

중견·군소재벌의 부실상태가 계속되고 있으며 경영여건이 개선될 전망도 없다면, 이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이들 부실기업에 대한 선제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절차로 주로 ‘주채무계열제도’가 활용되는데, 이 절차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한계가 있다.

김 소장은 “주채무계열제도는 법령적 근거없이 단지 은행업감독규정에서 주채권은행 지정에 관한 사항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재무구조개선 약정체결과 이행점검 등 구체적인 구조조정 운용은 은행연합회 자율협약 형식으로 돼있다”고 했다. 금융기관과 채권단의 경영진단 결과, 회생이 불가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도 자율협약을 통해 합의하지 않으면, 계열사나 자산매각을 등을 통한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구조조정 시점을 놓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소장은 지난해 5월 ‘자율협약은 선제적 구조조정의 수단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채권단 자율협약 방식이 워크아웃에 비해 결코 선제적인 구조조정 방식이 아니고, 오히려 재벌의 구조조정 지연과 불투명한 관치금융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구조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율협약 방식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주채무계열제도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