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주춤 “규제가 아니라 과다출점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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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대형마트 주춤 “규제가 아니라 과다출점 원인” 대규모점포는 늘고 매출은 줄고…유통재벌 ‘제살 깎아먹기’식 확장

기사입력2017-02-21 13:29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형마트 규제 법안 봇물, 유통업계 전전긍긍’, ‘전통시장 활성화, 대형마트 규제만으론 안된다’, ‘유통街 대관업무 올스톱-포퓰리즘식 규제정책 봇물에도 속수무책’….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되자,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쏟아져 나온 기사 제목들이다. 요약하면, 대형마트를 규제해서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을 살릴 수 없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얘기하지 않은 게 있다. 유통산업계가 어려워진 배경에는 포화상태의 시장에 규모를 앞세워 그 시장을 잠식해온 대기업·유통재벌이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과 유통재벌이 규제 때문에 어렵다고 하면서도, 과다출점은 여전했고 또 대형마트보다 덩치가 더 큰 복합쇼핑몰을 내세워 블랙홀처럼 시장을 빨아들이고 있다.

<자료=대한상공회의소/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유통산업발전법 제2조에서 정한 대규모점포의 요건은 ▲하나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둘 이상의 연접되어 있는 건물 안에 하나 또는 여러 개로 나누어 설치되는 매장일 것 ▲상시 운영되는 매장일 것 ▲매장면적의 합계가 3000㎡ 이상이다. 그리고 둘 이상의 연접돼 있는 건물 안에 하나 또는 여러 개로 나눠 설치되는 대규모점포는 대통령령에 따라 건물간 가장 가까운 거리가 50m이내며, 소비자가 통행할 수 있는 지하도 또는 지상통로가 설치돼 있어 하나의 대규모점포로 기능해야 한다.

대규모점포를 종류별로 구분하면 ▲식품·가전 및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점원의 도움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형태인 대형마트 ▲의류·가전 또는 가정용품 등 특정 품목에 특화된 전문점 ▲다양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현대적 판매시설과 소비자 편익시설을 설치한 백화점 ▲다수의 대규모점포 또는 소매점포와 각종 편의시설을 일체적으로 설치하고, 직영 또는 임대의 형태로 운영되는 점포의 집단인 쇼핑센터 ▲쇼핑·오락 및 업무기능 등이 한 곳에 집적돼 있고, 문화·관광시설로서의 역할을 하며, 1개 업체가 개발·관리 및 운영하는 점포의 집단인 복합쇼핑몰이 있다.

출점효과에 의존한 성장…점포 늘었지만 매출은 정체

한때 이마트나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들이 곳곳에 수시로 생겼지만 최근 주춤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는 “1993년 창동점을 낸 후 처음으로 (올해) 신규출점 계획이 없다”고 지난 1월 밝혔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복합쇼핑몰 피해사례 발표 및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촉구대회’에서 공개된 자료를 보면, 올해 대형마트 신규출점은 롯데마트 2곳만 예정돼있다.

오프라인 소매업시장에서 출점효과에 의존한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사)한국체인스토어협회의 ‘2016 유통업체 연감’을 보면, 대형마트 점포수는 1999년 115개에서 2002년 230개, 2006년 331개, 2010년 437개, 2015년 515개로 꾸준히 늘었다. 점포수는 이처럼 늘었지만 매출증가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2010년 대형마트 매출액은 33조5000억원에서 2013년 39조1000억원을 기록한 후 2015년 39조4000억원으로 정체됐다. 같은 기간 매출증가율은 8.1%에서 1.5%, 1.1%로 급락한 것이다.

성장세가 주춤한 이유는 무엇보다 대형마트간 출점을 통한 경쟁이 치열했고, 백화점 쇼핑센터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점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2015 유통산업백서’를 보면, 경상금액 기준 대형마트 성장률은 2011년 10.9%에서 2014년 3.4%로 줄었다. 백화점이 같은 기간 11.4%에서 -1.6%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복합쇼핑몰을 제외하면 대형마트, 백화점 등 대규모점포의 성장세는 정체됐다.

이와관련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의 이성원 사무처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대기업과 유통재벌들이 규제 때문에 어렵고 영업이익률이 낮아진다고 말하는데, 사실상 과다출점과 제살 깎아먹기에 따른 결과”라며 “몇몇 조사에 따르면, 이미 국내 대형마트 수는 적정수를 넘어섰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출점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쇼핑은 물론 레저·휴게 공간까지 갖춘 ‘거대 공룡’ 복합쇼핑몰이 등장하면서 유통산업 판도는 뒤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