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쇼핑몰, 상권영향 10㎞ 넘는데 1㎞만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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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복합쇼핑몰, 상권영향 10㎞ 넘는데 1㎞만 규제 그나마도 지자체장 재량…허가제로 바꾸고, 영업시간 제한도 필요

기사입력2017-03-03 20:03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전통상업보존구역내 대규모점포가 들어설 경우,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은 유통산업발전법 제8조 제3항에 따라 등록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일 수 있다. 유통법 제8조 제3항은 전통상점가 1㎞ 범위내 복합쇼핑몰 등과 같은 대규모점포의 입점을 제한함으로써 주변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이다.

그러나 복합쇼핑몰이 거대해진데다 교통수단이 발달해, 주변상권에 미치는 영향력은 수십㎞ 이상에 달한다. ‘1㎞의 거리 제한’이 규제로써 실효성이 없다는 얘기다. 또 법문상 존재하는 1㎞ 규제 자체도 지자체장의 재량에 의존하고 있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도심과 교외에 있는 복합쇼핑몰 반경 5~10㎞이내의 상점들 중 대형쇼핑몰 출점 이전부터 사업을 영위하던 소매업·음식점업·개인서비스업 3개 업종의 사업체 314개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2014년 11월)를 보면, 대형쇼핑몰 출점 이후 4년간 소상공인 1개 사업체당 연평균 매출액은 약 1억6176만원이 줄었다. 또 대형쇼핑몰 출점 전 3년 동안 월평균 매출액은 1개 사업체당 2898만원이었지만, 대형쇼핑몰 출점 이후 4년간 월평균 매출액은 1550만원이다. 대형쇼핑몰 출점 이전에 비해 월평균 매출이 1348만원 감소한 것이다.

이와함께 음식업종의 매출액 감소율이 출점 전후 대비 79%로 가장 컸다. 의복·신발·가죽제품은 53%, 개인서비스업은 42%, 이·미용업도 38%가 감소했다. 복합쇼핑몰로 인해 사실상 10㎞ 안팎의 모든 소상공인이 타격을 받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자료=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복합쇼핑몰 규제 허술…사전단계 규제, 사실상 전무

복합쇼핑몰의 경우 도시계획(건축)단계, 등록단계, 영업단계 각각에서 규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도시계획 단계에서의 규제책은 전무하다.

등록단계에서는 입점예고제,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 제출, 사업조정, 전통상업보존구역내 대규모점포 등록에 대한 제한 또는 조건부가가 있다. 그러나 입점예고제는 영업개시 60일전에 하면 되고,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는 영업개시 이전까지만 제출하면 된다. 따라서 건물이 다 올라간 상태에서 적용되는 규제이기 때문에 이미 지어진 건물을 허물 수도 없는 일이다.

또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는 복합쇼핑몰 입점기업이 자체적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해당 기업으로서는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키고 부정적인 부분은 기록하지 않거나 축소시킬 것이다. 제출된 평가서와 계획서가 사실에 맞지 않거나 지키지 않아도 페널티를 줄 수 있는 방안마저도 없다. 다만 지자체장이 평가서에 대해 미진하거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 보완을 요구할 수 있고, 계획서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개선권고를 할 수 있을 뿐이다.

복합쇼핑몰이 입점한 이후 영업단계에서의 규제는 없다. 대형마트나 SSM은 영업시간제한과 의무휴일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복합쇼핑몰은 대상이 아니다.

유통산업발전법의 허술한 규제에 대해 전국유통상인연합회의 이동주 정책기획실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은 1986년 당시 유통산업을 진흥시켜야 한다는 목적으로 제정된 ‘도소매진흥법’에 기반하고 있다”며 “당시 법안의 취지인 ‘유통진흥’과 ‘규제’가 상충하는 면도 있어, 당시와 달라진 유통산업계를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현재 등록제는 입점기업이 부지를 사고, 건축물을 올리고 난 후 ‘영업을 하겠으니 등록을 받아달라’는 식이다. 그 이후에 지역상인들과 협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협상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영업시간제한과 의무휴일제도도 복합쇼핑몰 내 대형마트에는 적용되지만, 나머지 입점업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존재하는 규제책들이 유통산업계에서 불거진 문제를 풀수 있는 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佛·獨·英 대형유통점 영업시간 제한…“허가제로 바꿔야”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규모점포 입점은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의 경우 1000㎡ 이상의 점포를 개설할 때 신고를 하고, 지역주민 설명회를 열어 출점시 발생할 수 있는 제반문제를 조정하도록 했다. 프랑스는 300㎡ 이상의 유통매점 신·증설시 지역상업위원회의 건축 및 토지사용허가가 필요하다. 독일도 연면적 1200㎡ 이상의 유통시설은 허가제로 운영하고, 상권영향평가 결과 인근 지역 소매점매출이 10~20% 하락할 경우 출점을 막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대형유통점의 영업시간도 제한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주중에는 22시까지, 일요일은 원칙적으로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영업시간이 6~20시까지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점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일요일은 10~18시 사이 6시간만 영업이 가능하며, 이를 어길 시 5만파운드 이하의 벌금을 내야한다. 일본은 야간소음방지를 위해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

<자료=‘복합쇼핑몰 피해사례 발표 및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촉구대회’ 자료집> ©중기이코노미

우리나라의 경우 허술한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중소유통상업보호지역’을 신설하고, 복합쇼핑몰과 같은 대규모점포의 입점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보면, 대규모점포 시설을 건축하는 내용이 포함된 도시·군관리계획을 입안할 경우 주변상권에의 영향에 관한 기초조사를 시행하고, 소상공인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했다. 지자체장은 상업지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소유통상업보호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으며, 변경하거나 지정을 해제할 때는 지역주민과 이해관계인 및 관계전문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이와함께 현재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고, 영업개시 전 작성하도록 한 상권영향평가를 건축단계에 도입해 상권영향평가 범위를 확대하고, 외부기관 평가 등을 통해 객관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상권에 맞춰 품목이나 매장면적 등을 제한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또 현행 운용되는 지역협력계획서 이행방안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밖에 지방도시의 경우 전통상업보존구역 밖에 대규모점포를 개설하는 경우에도 등록을 제한하거나 조건을 부가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영업이 시작된 후에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같이 대형쇼핑몰에도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일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동주 실장은 “예방적으로 면적 1만㎡ 이상의 복합쇼핑몰이 입점할 때는 도시계획 단계나 토지구매 단계에서부터 상권영향평가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엄격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또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의무휴업을 도입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인구나 경제성장을 감안하면 복합쇼핑몰이 100개 내외가 한계치로 보이는데, 현재 70여개가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